출국납부금 7000원→2만원 인상 추진
車보험 분담금 내년 7월 감면 종료
설탕 이어 제로음료에도 부담금 추진
국민 부담 덜겠다더니…2년 만에 역주행
AI 이미지내년 해외여행객은 출국 때마다 올해보다 1만3000원가량의 부담금을 더 낼 전망이다. 자동차보험과 콜라·사이다·제로음료에 붙는 각종 부담금도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국민 부담 경감을 이유로 부담금을 대거 없앤 정부가 2년 만에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세 수입이 폭증하는 만큼 부담금을 확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출국납부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관광진흥개발기금법 개정안을 놓고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현행 7000원인 출국납부금을 내년 2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국납부금은 국내 공항·항만 출국자에게 징수하는 부담금으로 관광산업 발전 등에 쓰고 있다. 문체부는 관광산업 육성 재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근거로 부담금 인상에 나섰다.
문체부는 내년 2분기부터 출국납부금을 2만원으로 올리면 2027년 징수액이 현행 유지 때의 3079억원에서 7367억원으로 약 2.4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2024년 부담금 정비 작업의 일환으로 당시 1만원이던 출국납부금을 7000원으로 낮췄고, 면제 대상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재차 인상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에 따라 국민·기업에 부과한다. 납부가 의무인 만큼 세금과 비슷하다. 하지만 항공권·보험료 등에 포함돼 국민 대다수가 내는지도 모르고 있어 '그림자 조세'로 통한다. 정부는 2024년 국민·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고 부과할 명분이 약해진 부담금 32개를 손질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갖가지 명분을 내세워 부담금을 도로 인상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에 붙는 분담금도 내년부터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사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차주에게 걷는 ‘자동차사고 피해지원사업 분담금’은 내년 7월 책임보험료의 0.5%에서 1%로 돌아갈 예정이다. 2024년 7월부터 3년간 적용한 한시 감면이 끝나기 때문이다.
음료에 매기는 설탕부담금을 신설하는 등 새 부담금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올해 초 첨가당 함량에 따라 건강증진부담금을 차등 부과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예컨대 김선민 의원안은 첨가당 함량이 100mL당 5g 이상 8g 미만인 음료에는 1L당 225원, 8g 이상이면 1L당 300원의 부담금을 음료업체에 매기는 내용이다. 당류 섭취를 줄이고 건강증진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지만 부담금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면 그만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제로콜라처럼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가 들어간 '제로음료'에 부담금을 매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제로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연내 발의할 방침이다.
올해 인상된 부담금도 적잖다. 금융회사가 서민금융진흥원에 내는 법정출연금이 대표적이다. 올해 4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금융회사에 부과하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요율을 은행의 경우 0.06%에서 0.1%로 상향했다. 비은행권은 0.03%에서 0.045%로 높아졌다. 이번 인상으로 금융회사의 연간 출연금 부담은 2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금융회사가 이 같은 출연금을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임금채권보장기금 사업주 부담금 요율을 근로자 보수총액의 0.06%에서 0.09%로 올렸다. 이 기금은 사업주가 주지 못한 임금·퇴직금을 국가가 일정 요건과 한도 내에서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 등의 재원으로 쓰인다. 고용부는 기금 적자 누적에 대응하기 위해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부담금은 국민 호주머니를 슬그머니 터는 만큼 그림자 조세 또는 '꼼수 증세'로 통한다. 내는 줄도 모르고 납부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조세 저항이 거의 없다. 내년 추가세수가 162조3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부담금 인상보다 늘어난 세입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며 부담금을 대폭 손질한 정부가 2년 만에 일부 감면 항목의 인상을 추진하자 정책 일관성 논란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