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500억…은행 2% 수준
“커진 규모만큼 기여하는지 점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업계를 향해 증시 성장의 과실을 투자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높은 변동성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주환원과 사회공헌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이 원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3개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투자자의 굳건한 신뢰 없이는 증권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증권업계 현안과 향후 방향을 논의하고 업계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이 원장은 올해 주식시장의 상승세에도 개인투자자가 체감한 투자환경은 달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스피 지수가 연초 대비 60% 넘게 오르는 등 두드러진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상승의 대부분은 소수 대형주 쏠림에 기인한 것이었고,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며 “그 결과 대부분 개인투자자에게는 어려움을 견뎌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들의 실적은 크게 불어났다. 이 원장은 “증권업계는 상반기 당기순이익만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는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제는 업계와 투자자가 함께 성장할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증권사 스스로 주주환원의 ‘기준점’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최근 증권업계에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이 일부 있었지만 여전히 시장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것 같다”며 “일반 기업에 배당 등 주주환원과 관련한 기준점을 제시해 기업가치 제고의 모범이 돼달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지난해 코스피 상장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현금배당성향은 미래에셋증권 11.1%, 키움증권 27.1%, 삼성증권 35.5%, NH투자증권 47.3%, 대신증권 51.0%다.
증권업계의 사회공헌 수준도 직접 겨냥했다. 이 원장은 “증권업계의 성과는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정작 그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업계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커진 규모와 역할만큼 기여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달라”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사회공헌활동 사업비는 잠정 500억원으로 국내 은행의 2조20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올해 상반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국내 증권사 37곳의 당기순이익은 8조6000억원으로, 국내 은행 20곳의 13조8000억원과 비교해 상당한 규모로 커졌다.
이 원장은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빚투’ 관리도 주문했다. 국내 신용융자 잔액은 2024년 말 15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7조3000억원, 올해 6월 말 37조3000억원으로 불어난 뒤 8월 말 3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시장의 쏠림현상과 변동성 확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증권사들이 최근 자율결의한 종목별 신용융자 제한과 자기자본 대비 한도를 현장에서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금리 상승기에 대비한 유동성 관리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들어섰으므로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는 자금 미스매치 등 유동성 관리에 유의해달라”며 내년 시행 예정인 새로운 조정유동성비율 제도를 차질 없이 준비해달라고 했다.
다만 모험자본과 부동산 등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자금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CEO에게 직접 책임을 돌리는 강한 메시지도 내놨다. 이 원장은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상품 설계와 허위·과장광고, 숨은 비용 전가 등을 거론한 뒤 “그간 감독자의 시선에서 지켜본 결과 CEO의 관심과 자원배분 정도에 따라 투자자 보호 수준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이 앞으로 감독·검사 역량을 집중해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행태를 “철저하게 따져 묻고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