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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패시브 ETF…“대형주·테마 쏠림, 액티브 역할 키워야”

요약
  • 국내 펀드 시장에서 패시브 자금 비중이 급증하며 대형주와 특정 테마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자본시장연구원은 기계적인 매매를 보완하고 가격 왜곡을 막기 위해 액티브 ETF의 운용 재량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 다만 업계에서는 운용 재량 확대와 함께 철저한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자본연 “액티브 ETF 운용 재량 넓혀야”
업계 “재량 확대하되 투자자 보호 병행해야”

국내 펀드 시장에서 패시브 자금 비중이 빠르게 커지면서 대형주와 특정 테마로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패시브 자금의 기계적인 매매를 받아내고 기업가치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액티브 투자자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권우석 기자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권우석 기자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9일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이 2010년 말 61조8000억원에서 올해 8월 말 253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가운데 패시브 공모펀드와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7.2%에서 78.5%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패시브 비중 64.1%를 웃도는 수준이다.

권 연구위원은 패시브 자금이 늘수록 초대형주나 특정 테마에서 가격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액티브 펀드는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보유 비중을 줄일 수 있지만 패시브 펀드는 주가 수준과 관계없이 지수의 구성과 비중에 따라 자금을 배분하기 때문이다.

이미 주가가 올라 지수 내 비중이 커진 종목에는 새로 유입되는 자금도 더 많이 배분될 수 있다. 특히 여러 시가총액 가중지수에 동시에 편입된 초대형주나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6월 말 57.2%에 달했고 8월 말에도 50.5%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도 6월 말 70%까지 높아졌다.

지난 4월 29일부터 6월 22일까지 35거래일 동안 시가총액 가중지수는 36.4% 오른 반면 동일가중지수는 1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상승한 종목은 전체의 7.4%에 그쳤고 중위 종목 수익률은 마이너스(-) 25.4%였다. 시총가중형 ETF에서는 3조5000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테마 집중형 ETF에는 7조2000억원이 들어왔다.

권 연구위원은 이 같은 자료만으로 ETF가 증시 양극화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테마형 ETF의 손쉬운 매매가 특정 테마로 자금이 몰리고 다른 종목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패시브 수요의 반대편에서 기업가치를 판단해 거래하는 액티브 자금의 역할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종목의 가격이 기업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팔고, 반대로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면 매수하는 액티브 투자자가 충분해야 같은 규모의 자금 유입에도 주가가 과도하게 움직이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액티브 ETF의 실질적인 운용 재량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 액티브 ETF가 비교지수와 비슷한 종목을 비슷한 비중으로 담는 데 그치면 운용자의 판단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형 운용사가 보다 쉽게 ETF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화이트라벨 ETF 플랫폼 등 상품 공급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에서 참석자들이 'ETP 시장의 질적 성장 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권우석 기자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에서 참석자들이 'ETP 시장의 질적 성장 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권우석 기자
다만 패널토론에서는 액티브 ETF의 운용 재량을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투자자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유진환 삼성자산운용 상품전략담당 상무는 액티브 ETF 활성화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운용사의 재량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상품명이나 투자 테마를 보고 투자한 투자자의 예상과 다른 자산을 담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상무는 미국의 ‘네임 룰(Name Rule)’ 사례를 언급하며 특정 산업이나 테마를 상품명에 내건 ETF라면 자산의 일정 비중을 해당 분야에 투자하도록 하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투자를 어디에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정도는 잡고, 종목 투자에 대한 자유도와 재량은 높여주는 방향”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패시브 확대가 곧바로 주가 왜곡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데 대해서는 신중론도 나왔다. 숀 프리어 S&P 다우존스지수(S&P DJI) 이사는 한국의 패시브 투자 비중이 예상보다 높고 ETF 확산 속도도 다른 선진시장보다 빠르다고 평가하면서도 “패시브 투자 자체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주장에는 반드시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프리어 이사는 코스피와 같은 광범위한 시장지수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시가총액 구조를 반영한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가격 왜곡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형 액티브 운용사의 절반 이상이 벤치마크를 웃돈 만큼 액티브 투자자가 시장의 가격 차이를 이미 일부 투자 기회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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