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특허 도요타 이어 세계 2위”
“中 휴머노이드 5곳 원통형 배터리 공급”
현장석 삼성SDI 전략마케팅실 글로벌TPM팀장(상무)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6에서 ‘피지컬 AI의 심장, 배터리’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내년이면 저희 ‘솔리드스택’ 전고체 배터리가 들어간 휴머노이드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현장석 삼성SDI 전략마케팅실 글로벌TPM팀장(상무)은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6’에서 ‘피지컬 AI의 심장, 배터리’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SDI는 2027년 휴머노이드용 전고체 배터리 ‘솔리드스택’을 양산하고, 이후 전기차와 항공 모빌리티까지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현 상무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2030년까지 100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공장, 가정 등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휴머노이드의 강점”이라며 “테크 기업들이 AI의 발전을 이끄는 가운데, 로봇 회사들과 이들의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이 시너지를 보이면서 휴머노이드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휴머노이드를 움직이는 배터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현 상무는 “작은 공간에 그 고효율의 고에너지 배터리를 집어넣어야 해 관련 기술들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고체, 휴머노이드 거쳐 전기차·항공으로
삼성SDI는 휴머노이드에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하면 작동 시간을 늘리면서 로봇 형태에 맞춰 배터리 팩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안전성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불이 붙을 수 있는 액체 전해액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쓴다. 삼성SDI는 여기에 음극까지 없앤 ‘무음극’ 구조를 적용해 두께를 줄이고 에너지밀도를 높였다. 삼성SDI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1㎏당 360Wh를 넘는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320Wh에 못 미친다.
현 상무는 전고체 배터리가 필요한 이유로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 공간 효율을 들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를 막기 위해 단열재 등 추가 장치가 필요하지만 전고체는 이러한 장치가 필요 없다. 전기차에 탑재하면 주행거리를 늘리고 출력 성능을 높일 수 있고, 항공 모빌리티에서는 비행 거리와 비행시간을 늘리면서 기체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현 상무는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는 4.5V 수준에서 한계를 보이지만,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는 10V 이상의 과충전에도 견딜 수 있다”며 “전기차에 적용하면 2.7톤급 고급 세단 기준으로 무게를 200㎏ 이상 줄이고, 준중형 세단의 트렁크 공간도 10% 이상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잠재력을 예견해 2023년 국내 최초로 파일럿 라인 ‘S라인’을 구축하고 사업화 전담팀을 꾸린 바 있다. 현 상무는 “연구개발(R&D)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기 때문에 개발부터 생산라인, 공급망까지 전 과정을 한곳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 경쟁력도 강조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약 1200건 출원해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현 상무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도요타 다음으로 저희가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에 원통형 배터리 공급…2027년 전고체 양산 목표”
현 상무는 현재 로봇 배터리 시장에서도 삼성SDI가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지름 21㎜, 높이 70㎜의 21700 원통형 배터리는 올해 1억5000만셀 이상 팔렸고, 상당 부분이 중국 휴머노이드 업체 5곳 이상에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 배터리의 조건으로는 ▷고에너지밀도 ▷고출력·급속충전 ▷안전성 ▷설계 유연성을 꼽았다. 그는 “휴머노이드는 갑자기 점프를 하거나 넘어지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잡을 때 고출력이 필요하다”며 “사람과 한 공간에서 머무는 만큼 안전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로봇용 전극을 전기차용보다 얇게 만들고, 자기장으로 전극 소재를 정렬해 리튬이온의 이동 거리를 줄였다. 음극에는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이상 큰 실리콘 복합소재를 적용했다. 이상이 생기면 전류를 먼저 끊고 이어 가스를 배출하는 2단계 안전장치도 갖췄다.
현 상무는 삼성SDI가 피지컬 AI 시대의 ‘에너지 심장’을 담당하는 회사라며 “2027년 휴머노이드에 상용화될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