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대만 발언' 이후 日정치인 회담 첫 공식 발표"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의 시정을 재차 촉구하며 냉랭해진 중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일본의 민간 중일 경제교류 기구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한 이와야 다케시 전 일본 외무상을 만나 "내년은 중일 국교 정상화 55주년이고, 현재 중일 관계는 또다시 준엄한 국면에 직면해 다시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왕 부장은 "일본에 시급한 것은 본국 지도자가 대만 문제에 관해 한 잘못된 언행을 조속히 시정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역사 문제에서 올바른 태도를 택하는 것이고, 근본적인 것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대(對)중국 인식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가 연합국이 일제의 전쟁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도쿄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을 연 지 80주년 되는 해라고 짚은 뒤 "일본은 다시 역사의 시험을 마주하고 있다"며 "만약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후 평화헌법에 도전하거나 심지어 전쟁 범죄자들의 혼을 불러오려 한다면 일본에는 미래가 있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야 전 외무상은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고노 전 의장이 병상에서조차 중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와야 전 외무상은 "일중 관계의 현재 국면은 우려스럽다"며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는 전임 고노 요헤이 선생의 유지를 계승해 양국 관계가 일중 4대 정치문건의 초심과 원점으로 돌아가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와야 전 외무상은 "일본은 과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가는 반드시 일본의 방향을 잘 잡고, 계속해서 흔들림 없이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이와야 전 외무상이 언급한 '4대 정치문건'은 1972년 수교 때 발표한 중일 공동성명과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과 2008년의 공동성명을 가리킨다. 이 문건들은 '하나의 중국'과 상호 주권·영토 완전성 존중, 패권 추구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중국은 '4대 정치문건' 준수를 요구해왔다.
왕 부장은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는 설립 이래 지금까지 중일 우호 사업에 힘써왔고, 특히 중일 관계가 도전과 파괴에 직면했을 때도 대중국 우호의 신념을 고수하면서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수호했다"며 "전임 회장 고노 선생은 양식 있는 정치가로서 일본의 과거 어두운 역사를 용감히 직시했고, 군국주의 침략의 죄책을 용감히 반성해 중국과 주변 국가 인민의 존중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경색된 이후 왕 부장과 일본 정치인의 회담 사실을 중국 측이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 7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왕 부장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기자단에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를 공식 부인한 바 있다.
그런 중국이 일본 자민당 내 온건파 세력과의 만남을 공개한 것은 외교 강경 노선을 채택 중인 다카이치 정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야 전 외무상은 중일 관계를 중시하는 자민당 내 온건파로, 일장기를 훼손하면 처벌하는 '국기손괴죄' 법안이 중의원(하원)에서 강행 처리되자 기권표를 던지며 다카이치 정권의 보수색에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는 무역·경제 교류 창구 역할을 하는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회장 자격으로 일본 기업 임원 등 약 50명을 이끌고 방중했다.
이 단체의 전 회장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나타낸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하원) 의장으로, 이와야 전 외무상은 고노 전 의장이 지난 6월 별세한 뒤 회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1972년 중일 공동성명 발표 54주년 기념일을 맞아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은 공동성명에서 전쟁 책임을 심각하게 반성한다고 했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면서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 영토의 분할 불가능한 일부라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존중한다고 밝혔다"며 "오늘처럼 중요한 역사적 의의가 있는 날 우리는 일본 집권자가 잘못을 반성하고 실제 행동으로 4대 정치문건의 초심과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