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국립기록관리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일정을 마치고 떠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과 중국 상무부가 ‘300억 달러(약 40조 7000억원) 대 300억 달러’ 규모의 상호 관세 인하 상품 리스트 목록을 공개했다. 양국이 상대국 물품을 수입해도 민감하지 않다고 여기며 지정한 리스트를 두고 “서로의 목줄을 쥔 미묘한 균형”이라는 분석이 중국 내외에서 나왔다.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을 완화한 리스트에 포함된 1619개 품목에는 석탄과 푸아그라, 토끼털, 낙타, 심지어 번식용 고래·돌고래까지 포함됐다. 다만 미국이 기대했던 대두와 액화천연가스(LNG), 보잉 여객기는 빠졌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할 리스트 77개 품목에는 완구, 가전, 유아용품, 주방·위생용품, 크리스마스 장식품, 폭죽 등이 포함됐다. 양국 리스트의 ‘선택과 배제’가 이번 시터후이(習特會, 트럼프·시진핑 회담의 중국식 명칭)의 실상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겸 미국연구센터 주임. 본인 제공 왕융(王勇·사진) 베이징대 미국연구센터 주임은 중앙일보에 “현재 미·중의 경제무역 관계는 경쟁적이면서도 상호의존적 관계”라며 “이는 이념 경쟁과 강대국 경쟁뿐이었던 과거 미·소 관계와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중 관계는 공동의 이익에서 출발해 점점 더 영리해지고 있으며, 메커니즘을 이용해 관계를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왕 교수는 “첨단 반도체, 칩, 희토류, 핵심 광물 등 민감한 기술과 제품 관련 무역은 엄격한 수출통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현재 미·중 두 나라는 서로가 상대방의 목줄(脖子, 급소)을 쥐고 있는 미묘한 균형 상태”라고 앞서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말했다.
관영 신화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직후 “새로운 공동 타협(a new joint arrangement)”이라고 이번 리스트를 예고했다. 우신보(吳心伯) 푸단대 교수는 “무역이사회가 가동되면 400억~500억 달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25년 초 미국이 단행했던 대규모 관세 인상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홍콩 성도일보에 말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대두가 빠진 이유다. 라일리 월터스 미국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콩과 보잉 여객기를 대만과 바꾸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대만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더 많은 대두나 보잉 여객기 수출을 위해 대만과 교환하지 않았다”고 대만 중앙사에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수입 리스트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홍콩 성도일보는 “대두는 민감 상품은 아니지만 중국의 대두 구매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특히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두 구매 카드를 쓰지 않고 남겨둔 것에 주목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카드를 계속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보잉 여객기가 빠진 것을 놓고는 맞거래 불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왕융 교수는 “미국 측이 중국산 상용 항공기인 C919의 운항 허가 발급 및 C919 엔진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해제 등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신 수입 비중이 낮은 석탄을 양보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구체적 수치 없이 “미국산 석탄 수입 관세를 ‘300억 달러 대 300억 달러’ 상호 관세 인하 협정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2027년과 2028년 중국의 연간 대미 석탄 수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25일 팩트 시트에서 중국이 향후 2년간 매년 최소 1000만t의 석탄을 수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000만t은 중국의 연간 석탄 수입량의 약 2%에 불과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