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선호·납기·외교관계 변수…최종 선정은 아직[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로삼의 샘프티 계열 방공체계(왼쪽)와 한국산 천궁-II를 스위스 국기·태극기와 함께 배치한 AI 합성 이미지. 스위스의 추가 방공망 도입 경쟁을 상징하며 실제 배치 장면은 아니다. 유로삼 공식 자료사진·천궁-II 자료사진 기반 AI 합성한국 업체가 도전한 스위스의 추가 방공망 도입 사업에서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사 유로삼이 유력하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천궁-II의 경쟁자로 꼽히는 샘프티 엔지(SAMP/T NG)가 주목받는 가운데 유럽산 무기 구매 기조와 외교관계까지 변수로 떠올랐다.
스위스 공영방송 RTS는 27일(현지시간) 연방조달청 아르마스위스를 인용해 두 번째 장거리 지대공 방어체계 도입을 위한 군사적·방산정책적 평가가 끝났다고 보도했다. 최종 기종은 연방평의회가 결정한다.
아르마스위스는 프랑스·이스라엘·한국 제조업체에 정보를 요청했다. RTS는 접촉한 모든 공급업체가 확정적인 제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다만 업체별 제안 기종과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업에 책정한 금액은 50억 스위스프랑(약 8조 1500억원)이다. 아르마스위스는 군에 추가 투입할 240억 스위스프랑(약 39조 1300억원)으로 재원을 전액 충당하며, 통상적인 무장계획 예산에서 별도 자금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산 구매 기조에 프랑스와 관계까지
유로삼이 2025년 12월 샘프티 엔지 시험발사 성공을 발표하며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 스위스 현지 언론은 유럽산 무기 구매 기조 등을 근거로 유로삼을 추가 방공망 도입 사업의 유력 후보로 꼽았다. 프랑스 국방부·유로삼 홈페이지유로삼 유력설을 제기한 스위스 일요신문 존탁스블리크는 같은 날 보도에서 연방평의회의 유럽산 무기 구매 확대 방침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현재 정치 상황에서 이스라엘이나 한국 제품을 구매하면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다만 한국산 도입이 왜 정치적으로 민감한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프랑스와의 관계도 변수로 꼽았다. 스위스가 차기 전투기로 프랑스 라팔 대신 미국 F-35를 선택하면서 프랑스의 불만을 샀다는 것이다. 유로삼 체계 구매가 이웃 국가와의 관계를 회복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최소 2개 체계가 선택지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달청 대변인은 어느 업체가 확정적인 제안을 제출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유로삼이 앞선다는 관측 역시 정부가 공개한 평가 순위가 아닌 신문의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28일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유력 체계를 샘프티 엔지로 지목했다. 한국산 후보로는 천궁-II 또는 엘샘(L-SAM)을 거론했다. 다만 스위스 조달당국이 제안 기종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특정 한국산 체계가 최종 경쟁에 남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 업체로서는 성능과 가격 외에도 스위스의 유럽산 구매 기조에 대응할 이점을 제시해야 한다. 현지 보도가 거론한 외교적 고려를 한국산의 기술적 열세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패트리엇 5~7년 지연…납기 약속이 관건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미사일시험장에서 패트리엇 PAC-3 MSE 요격탄이 발사되고 있다. 스위스는 주문한 패트리엇의 인도가 애초 일정에서 5~7년 늦어지면서 추가 방공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추가 방공망 도입을 서두르는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산 패트리엇의 인도 지연이다. RTS에 따르면 스위스가 애초 2028년 말까지 받기로 했던 패트리엇은 이보다 5~7년 늦게 도착할 예정이다.
카이군나르 지베르트 아르마스위스 대변인은 두 장거리 지대공 체계 가운데 하나를 도입하기 전까지 해당 방어 공백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마르틴 피스터 국방장관이 두 번째 체계를 신속히 확보하려는 배경이다.
비용 부담도 커졌다. 패트리엇 예상 도입비는 애초 20억 스위스프랑(약 3조 2600억원)에서 37억 스위스프랑(약 6조 300억원)으로 늘었다. 아르마스위스는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 변경과 물가 상승, 노후화한 구성품 교체, 기능 추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약속한 시점에 장비를 공급하고 실제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다만 이번 보도에는 후보별 납기와 가격이 나오지 않았다. 유로삼이 한국 업체보다 빨리 납품할 수 있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 부족하다.
평가 완료는 최종 선정이나 계약 체결과는 다르다. 한국산 탈락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유럽산 선호가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 한국 업체가 납기와 공급 조건으로 이를 넘어설지가 향후 결정에서 확인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