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제어 전제 ‘유연 접속’ 허용
2030년 송전용량 171GW로 확대
해상풍력에 몰린 접속권 재배분
강원지역 접속 제한도 내년 해제
이재식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력망 혁신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호남과 충청 일부 지역의 신규 태양광발전소들이 10월 1일부터 광역 송전망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송배전선을 증설하지 않아도 재생에너지발전소를 더 연결할 수 있도록 전력망 활용을 개선하기로 하면서다. 전력망 용량 이상의 발전소 접속을 일단 허용하되 실제 발전량이 정격 용량을 넘으면 출력제어를 하는 방식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확충해 전력망의 발전소 수용력도 극대화하기로 했다.호남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차리려는 사업자들은 2024년 6월 이후 기약 없는 대기만 하고 있었다. 이미 지역 전력망이 포화에 이르러 더 이상 발전소를 연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부가 허수 사업자의 번호표를 뒤로 미뤄 일부 접속을 허용해줬지만 대부분 ‘계통 보강’이라는 조건이 따라붙었다. 전력망이라는 병목을 해소하지 않고는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시대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배경이다. 문제는 전력망을 새로 깔고 싶어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너무 커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력망 지연이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 된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전력망 혁신 대책’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전력망 활용 규칙을 개선하고 계통보강 설비를 확충하는 식으로 우회로를 찾은 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우선 정부는 배전망 용량이 가득 찼더라도 신규 태양광 발전소 접속을 허가하기로 했다. 다만 망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실제 발전량이 정격 용량에 달하면 출력제어를 강제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일반 배전선로의 최대 접속 용량을 현재 14㎿(메가와트)에서 16㎿로, 변압기의 최대 접속 용량은 50㎿에서 60㎿로 일괄 상향하는 식이다.정부가 전력망 접속 제한을 과감하게 푼 것은 기존 규칙이 대용량 중앙발전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이나 석탄 발전소는 평소 설비 용량만큼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정격용량에 맞춰 전력망에 접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태양광 발전소는 연중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도 설비 용량의 70~80%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 평균적인 이용률은 10% 중반에 그친다. 기존 제도대로 정격 용량을 기준으로 삼으면 실제 전력망에는 접속 여유가 있는 데도 신규 태양광 발전소를 더 들이지 못하는 구조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대에 출력제어만 할 수 있다면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 시간대에 더 많은 발전소를 연결할 수 있다”며 “전력망 인프라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제도를 개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발전소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연계돼 스스로 특정 출력 이상 전기를 공급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면 정격 용량과 무관하게 접속을 허용한다. 정부 관계자는 “송전망으로 전기를 보내는 대형 발전소와 달리 태양광 발전소는 배전망에 연결돼 계통에 더 부담을 주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변전소와 전력망에 연계하는 ESS 구축 계획을 별도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력망 알박기라는 비판을 받는 허수 사업자의 접속권도 최대한 조정한다. 특히 이번에는 사업 추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해상풍력 사업자들의 접속권이 집중 타깃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호남권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들이 2030년까지 약 15.8GW의 접속권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는 3GW 정도만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2030년대 이후 접속할 사업자들은 추후 보강되는 계통을 활용하고 약 10GW의 접속권은 당장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에 나눠줄 생각”이라고 말했다.이와 함께 2031년 이후에는 재생에너지 특성상 각종 인허가 지연과 사업 불확실성으로 인허가 뒤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67.2%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 접속권을 배분한다. 접속권을 실제 송전망 용량보다 일정 비율 오버부킹(overbooking)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전력망 접속권은 선착순으로 배분되고 있는데 고정가격 경쟁입찰에서 낙찰된 사업에는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방안도 대책에 담겼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2030년 기준 송전망의 수용량을 119GW에서 171GW로 52GW 확대한다는 것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구상이다. 호남 송전 용량은 현재 37.3GW에서 64.2GW로 72.1%가량 늘어난다. 특히 호남과 충청 지역의 변전소들은 2024년 6월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된 이후 신규 발전소 진입이 금지됐는데 이 제한도 다음 달 1일부터 풀린다. 강원 지역의 접속 제한은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HVDC) 망 준공 시점에 맞춰 내년 상반기께 해소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계통 관리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기존 전력망 운영 방식이 지나치게 경직적이었던 측면이 있었다”며 “이미 출력제어 제도가 잘 자리 잡았기 때문에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다만 이렇게 하면 전력 수급을 관리하는 전력거래소와 배전망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인공지능(AI)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도록 재원을 투입하고 관리 인력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