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이송 사실을 공개한 우크라이나가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인 한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으면서, 향후 무기 지원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한국은 왜 화났나”…포로 공개가 건드린 민감한 문제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한국을 화나게 했고, 왜 이것이 중요한가’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이번 사태가 한·우크라이나 관계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기사에는 별도로 ‘한국은 왜 화났나(Why is South Korea angry?)’라는 소제목까지 달렸다.
갈등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 유엔총회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한국 정부는 양국이 이송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포로와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 한반도에 미칠 외교·안보적 영향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28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불러 항의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 드미트로 리트빈은 지난 25일 “그런 합의는 없었다”며 비공개 합의 자체를 부인했다.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포로 이송 문제는 정부 간 신뢰 문제로 번졌다.
한 달 전엔 방공무기 요청…“우크라가 원하는 무기 가진 파트너”
경북 북부지역에 배치된 공군의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Ⅱ’ 포대 장병들이 발사대 작동 절차를 훈련하기 위해 뛰어가고 있다. 공군 제공키이우인디펜던트가 이번 갈등을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 이상으로 바라본 이유는 한국의 군사적 가치에 있다.매체는 한국을 “키이우가 원하는 무기를 보유한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인용해 한국이 2021~2025년 세계 무기 수출의 3%를 차지한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특히 원하는 것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을 방공체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불과 지난 8월 북한이 러시아에 추가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세운 논리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한국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실전 경험을 얻고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우크라이나와의 군사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무기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군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탄도미사일 방어에도 활용되는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며,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국산 천궁-Ⅱ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K9 155㎜ 자주포와 포탄, 다연장로켓, 전차 등 장기전에 들어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전력도 상당하다. 키이우인디펜던트가 이번 갈등을 군사 지원 문제와 연결해 바라본 배경이다.
“군사 지원에 좋지 않은 신호”…‘물밑 협력’까지 영향 우려
한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과 비살상 군수물자 등을 제공하면서 직접적인 살상무기 지원에는 선을 그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방공체계 지원을 요청했지만 한국의 기존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키이우인디펜던트가 주목한 것은 공식적인 무기 지원보다 한 단계 더 민감한 ‘비공개 협력’ 가능성이다.
매체는 워싱턴포스트가 2023년 12월 한국이 미국과의 비공개 합의를 통해 대량의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간접 공급했다고 보도한 사례를 거론했다. 한국이 직접 무기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우회적인 방식의 협력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군사 지원에 좋지 않은 신호’라는 시각에서 다뤘다. 최근의 외교적 충돌과 신뢰 훼손이 과거와 같은 비공개 협력을 다시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한국 정부가 이번 일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향후 군사 협력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의 분석 역시 실제 지원 중단이 결정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민감한 협력일수록 정부 간 신뢰가 중요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협상 환경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