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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절대금지…‘디거’ 톰 크루즈의 美친 블랙코미디 [서지현의 몰입]

요약
  • 10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디거'는 괴짜 석유 재벌 디거 록웰이 그린란드 시추 현장에서 일으킨 대재앙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 톰 크루즈는 파격적인 외모 변신과 함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재벌 연기를 선보이며 현시대에 대한 서늘한 풍자와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디거’ 리뷰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부디 스포일러 없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진실의 나무가 쓰러지는 순간, 관객은 한 편의 영화를 넘어 연극 무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 무대의 한가운데에는 배우 톰 크루즈가 있다.

‘디거’는 괴짜 재벌 디거 록웰(톰 크루즈 분)이 운영하는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작은 균열이 발생하고, 이것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대재앙으로 번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디거 록웰은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석유 재벌의 전형이다. 자신의 고양이 매기는 38살까지 애지중지 키우면서도 집 안 곳곳을 동물 박제로 채워놓은 인물이다. 생명을 아끼는 듯하면서도 자연을 파괴하는 사업으로 돈을 버는 그의 모습은 영화가 겨냥한 위선과 모순을 단번에 보여준다.

그런 디거의 주 수입원인 그린란드 시추 현장에서 메탄가스 폭발이 발생하고 거대한 빙하가 육지를 덮친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디거와 바이스 대통령(존 굿맨 분)을 비롯한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결책을 찾는다.

하지만 이들이 위기를 대하는 방식은 진지함과 거리가 멀다. ‘디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블랙코미디로 채워진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는데, 정작 그 상황을 만든 재벌과 정치인들의 행동은 우스꽝스럽다.

시민의 안전보다 자신의 자리와 이익을 먼저 챙기고, 일촉즉발의 순간에도 목사를 앞세워 신의 뜻을 찾는다.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닌데 해결된 듯 으스대는 모습까지 웃음 뒤에는 서늘한 현실 풍자가 따라붙는다.

인종과 성별, 종교를 둘러싼 조롱 역시 거침없다. 자칫 과해 보일 정도로 적나라한데, 영화는 그 불편함마저 웃음의 재료로 삼는다. 얼핏 보면 익숙한 사회 풍자극처럼 보이지만, ‘디거’를 한 단계 다른 영화로 만드는 것은 톰 크루즈다.

그 시절 청춘스타, 이제는 세계적인 액션 배우인 톰 크루즈가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늘어진 뱃살과 듬성듬성한 머리숱, 괴팍한 표정까지 외형부터 파격적이다. 비주얼부터 비호감이다.

그의 속내는 더할나위 없이 역겹다. 디거는 자신의 무리한 시추 때문에 전 세계가 위기에 빠졌는데도 태연하다. 오히려 “당신들, 내 석유 없이 살 수 있어?”라고 되묻는다. 천연자원이 있어도 편하고 싸다는 이유로 환경을 파괴해온 현실을 들춰내면서, 결국 관객을 향해 “너희도 공범”이라고 쏘아붙이는 셈이다.

불편한 진실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특히 약 10분간 이어지는 디거의 청문회 독백은 이 영화의 백미다. 방대한 대사가 이어지는데도 한마디 한마디가 힘을 잃지 않는다. 그동안 톰 크루즈가 쌓아온 스타의 아우라가 괴상한 재벌의 궤변과 결합하면서 묘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영화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의 위치가 달라진다. 스크린 앞에 앉아 디거 록웰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던 관객은 어느새 하나의 무대 객석에 앉은 관중이 된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캐릭터의 삶을 넘어 그를 연기하는 배우까지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또 하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석유 재벌의 대재앙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사회 풍자를 지나 현 시대의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뾰족하고, 톰 크루즈의 존재감이 그 메시지를 끝까지 끌고 간다.

이 궤변가와 아포칼립스 상황 속 압도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선 ‘디거’를 가능한 한 아무런 정보 없이 보는 걸 추천한다. 이야기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 우리가 알고 있던 영화의 무대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그때부터 관객은 스크린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지켜보는 관중이 된다. 그 순간 전에 본 적 없는 영화적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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