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제로음료’에까지 부담금을 물리는 설탕부담금 법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담금 도입에 따른 편익보다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등 질병 감소로 인한 건강 편익이 연간 44억~104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연관 산업 부가가치가 최대 1261억원 감소하고,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도 1954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연구진의 ‘설탕부담금 도입이 건강과 경제에 미치는 비용·편익 분석’ 보고서 결과다. 설탕부담금은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언급하면서 화두로 떠올랐지만, 실제 도입 시 건강 편익과 소비자 부담, 산업·고용에 미칠 비용까지 함께 계량화해 비교한 비용·편익 분석은 이번 보고서가 처음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설탕부담금 관련 법안 2건(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지난 6월 김윤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제시된 안 등 총 3개 도입안을 바탕으로 기대되는 편익과 비용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정책 효과를 중간 수준으로 가정했을 때 건강 편익은 연 44억~104억원으로 부담금 도입으로 예상되는 세수의 4.3~7.2%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부담금이 가당음료 소비를 줄이고, 비만·당뇨병 등 질환 감소로 이어질 경우 나타날 직접 편익(의료비 절감)과 간접 편익(생산성 개선, 조기사망·간병비 절감) 등을 계산했다. 정책 효과를 가장 낙관적으로 평가한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연간 건강 편익은 205억~330억원에 그쳤다.
홍 교수는 “가당음료를 통한 당 섭취는 최근 감소하고 있으나, 같은 기간 성인 비만율은 상승하는 추세”라며 “설탕부담금 부과에 따른 당 소비량 감소가 크지 않고, 가당음료 섭취가 비만·당뇨 등을 유의하게 높인다는 통계적 근거가 약해 건강 편익도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반면 관련 산업과 물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뚜렷했다. 설탕부담금 부과로 가당음료 소비가 줄어들 경우, 연관 산업 부가가치는 604억~1261억원 감소하고, 취업자는 889~1854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음료 가격은 제품별로 1.07~5.58% 인상될 전망이다. 이는 해외 가당음료 과세 사례를 종합해 부담금의 82%가 소비자가격에 전가된다고 가정해 산출한 수치다. 음료값 인상으로 소비자가 음료에 기꺼이 낼 수 있는 금액과 실제 가격의 차이인 ‘소비자잉여’는 연간 507억~1954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격이 올라 소비자가 더 부담한 금액과 구매를 포기하면서 잃는 이익을 합친 금액이다.
연구진은 설탕부담금 도입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대비 건강 편익을 종합해 비율로 나타내면 0.04~0.09에 그쳐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고 결론 내렸다. 즉 우리 사회가 물가 상승과 일자리 감소 등으로 100원의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 얻는 국민 건강 혜택이 4~9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소비자가 가당음료 가격 인상을 피해 다른 단 식품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예상된다. 이럴 경우 건강 편익은 최대 56% 더 줄어들 것으로도 예측됐다. 예컨대 가당음료 소비의 60%가 카페 음료 등 다른 고당 제품으로 전환될 경우, 당 섭취는 다시 늘어 연간 건강 편익이 104억원에서 45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설탕부담금 없이도 최근 가당음료 섭취가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해 비가격 정책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저당 제품을 개발하도록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식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식품의 당 함량을 비교할 수 있도록 영양표시 정보를 확대하고, 취약계층에 신선식품 구매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세종=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