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최모(49)씨는 최근 집안 경조사로 1000만원 넘는 목돈을 현금으로 찾으려다 애를 먹었다. 주거래 은행인 A은행 점포를 찾았지만 걸어서 갈 만한 곳이 없었다. 일부라도 인출하려고 인근 상가에 있는 A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아갔지만, 한 대뿐인 기기는 수리 중이었다. 시간만 허비한 끝에 은행 영업 마감 시각인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인근 B은행 점포를 찾았다. 최씨는 B은행의 휴면계좌를 되살린 뒤 A은행 계좌의 돈을 B은행 계좌로 이체해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 최씨는 “회사에 반반차를 쓰고 나왔는데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며 “현금 출금이 서울에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는 최씨처럼 은행 업무를 보느라 애를 먹는 일이 더 잦아질 전망이다. 은행 점포와 ATM이 줄어드는 가운데, 은행 업무 시작 시간이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늦춰져 영업시간도 30분 단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9일 오후 지부대표자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사 잠정합의안의 세부 사항을 공유하고 후속 협의에 들어갔다.
노사 합의가 최종 타결되면 금융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지점·출장소는 2021년 말 6093곳에서 2022년 말 5797곳, 2023년 말 5744곳, 2024년 말 5628곳, 2025년 말 5514곳으로 4년 새 579곳(9.5%) 감소했다.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함께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점포 수 및 ATM 수 추이
특히 출근 전 은행을 찾던 직장인은 은행 이용이 어려워져 점심시간을 활용하거나 반차·연차를 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영업시간이 줄면 방문 수요가 개점 직후나 점심시간, 마감 전으로 몰려 혼잡이 심해지고 대기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모바일뱅킹이나 ATM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계좌 관리와 각종 서류 처리 때 대면 상담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나 계좌 이상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점포가 없는 군 단위 지역의 총괄우체국 20곳에서는 올해부터 일부 은행 업무를 대신하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4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과 새희망홀씨 등 8개 대출상품의 상담·신청으로 범위가 한정돼 있다. 점포에서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금 업무를 일부 대신할 수 있는 ATM도 감소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16개 은행이 운영하는 ATM은 2020년 3만7537개에서 지난해 2만9810개로 약 5년간 20.6% 줄었다. ATM의 출금 한도가 1회 100만원, 하루 600만원 등으로 낮아 은행 업무를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현재도 은행 고객의 대기시간이 짧지 않은 만큼 영업시간이 줄면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상담창구 확대와 출장소·공동점포 확충, ATM 개선, 비대면 서비스 지원 강화 등 금융서비스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