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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반차까지 내야할 판”…점포 줄고 영업시간도 줄이는 은행

요약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노사의 잠정합의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은행 영업시간이 오전 9시 30분으로 30분 단축될 예정이다.
  • 이와 함께 오프라인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 금융 소비자의 불편과 접근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최모(49)씨는 최근 집안 경조사로 1000만원 넘는 목돈을 현금으로 찾으려다 애를 먹었다. 주거래 은행인 A은행 점포를 찾았지만 걸어서 갈 만한 곳이 없었다. 일부라도 인출하려고 인근 상가에 있는 A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아갔지만, 한 대뿐인 기기는 수리 중이었다. 시간만 허비한 끝에 은행 영업 마감 시각인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인근 B은행 점포를 찾았다. 최씨는 B은행의 휴면계좌를 되살린 뒤 A은행 계좌의 돈을 B은행 계좌로 이체해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 최씨는 “회사에 반반차를 쓰고 나왔는데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며 “현금 출금이 서울에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는 최씨처럼 은행 업무를 보느라 애를 먹는 일이 더 잦아질 전망이다. 은행 점포와 ATM이 줄어드는 가운데, 은행 업무 시작 시간이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늦춰져 영업시간도 30분 단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9일 오후 지부대표자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사 잠정합의안의 세부 사항을 공유하고 후속 협의에 들어갔다.

노사 합의가 최종 타결되면 금융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지점·출장소는 2021년 말 6093곳에서 2022년 말 5797곳, 2023년 말 5744곳, 2024년 말 5628곳, 2025년 말 5514곳으로 4년 새 579곳(9.5%) 감소했다.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함께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점포 수 및 ATM 수 추이

은행 점포 수 및 ATM 수 추이

특히 출근 전 은행을 찾던 직장인은 은행 이용이 어려워져 점심시간을 활용하거나 반차·연차를 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영업시간이 줄면 방문 수요가 개점 직후나 점심시간, 마감 전으로 몰려 혼잡이 심해지고 대기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모바일뱅킹이나 ATM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계좌 관리와 각종 서류 처리 때 대면 상담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나 계좌 이상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점포가 없는 군 단위 지역의 총괄우체국 20곳에서는 올해부터 일부 은행 업무를 대신하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4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과 새희망홀씨 등 8개 대출상품의 상담·신청으로 범위가 한정돼 있다. 점포에서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금 업무를 일부 대신할 수 있는 ATM도 감소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16개 은행이 운영하는 ATM은 2020년 3만7537개에서 지난해 2만9810개로 약 5년간 20.6% 줄었다. ATM의 출금 한도가 1회 100만원, 하루 600만원 등으로 낮아 은행 업무를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현재도 은행 고객의 대기시간이 짧지 않은 만큼 영업시간이 줄면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상담창구 확대와 출장소·공동점포 확충, ATM 개선, 비대면 서비스 지원 강화 등 금융서비스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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