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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산'도 아닌데 왜 더 비싸?" 믿고 구매했는데…'농협브랜드'의 반전[백마진의 세계]③

요약
  • 농협유통의 자체브랜드(PB) '바다상회' 건어물 상당수가 수입산 원료를 사용함에도 경쟁사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특히 상품기획자(MD)가 원물 구입과 가공 과정에서 이중으로 백마진을 챙겨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농협유통 PB '바다상회' 황태포
가격 낮춰도 이마트보다 6.7% 높아
中·베트남산 원산지도 다수
"이중 백마진 구조…비자금 창구"
2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 수산물 코너에서 할인 판매 중인 농협 자체브랜드(PB) 바다상회 건어물들. 한예주 기자 2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 수산물 코너에서 할인 판매 중인 농협 자체브랜드(PB) 바다상회 건어물들. 한예주 기자

29일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 수산·건어물 코너. 파란색 포장지에 '바다상회' 상표가 붙은 건어물에는 가격표가 이중으로 붙었다. 황태채(400g)는 2만8800원(100g당 7200원). 당초 가격표 4만3600원(100g당 1만900원)에서 30% 넘게 할인 중이다. 같은날 이마트 창동점에서 판매 중인 러시아산 황태채(400g)는 2만6980원이었다. 100g당 6745원으로, 바다상회 제품이 1820원, 6.7% 비쌌다. 두 제품 모두 러시아산 명태를 원료로 한 동일 중량 상품이다.

농협유통의 자체브랜드(PB) 바다상회 건어물 상당수가 수입 수산물을 주요 원료로 사용하면서 경쟁사보다 비싸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다상회 일부는 원재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제조된 상품이었다.

바다상회는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유통이 선보인 PB다. PB는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제조업체에 제작을 의뢰한 뒤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는 상품으로,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높아 집객 효과가 크다.

바다상회 가격의 역설…'농협' 이름 달고 주원료는 중국·베트남산

하지만 이날 둘러본 현장에선 바다상회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국내산 통영 멸치 국물용 500g 제품은 1만3980원으로, 100g당 가격은 2796원이다. 바다상회 국물용 특별치 300g 제품은 9000원으로, 100g당 3000원이다. 중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이마트 제품이 100g당 204원, 약 6.8% 저렴하다. 바다상회 제품을 500g 기준으로 환산하면 1만5000원으로, 이마트 제품보다 1020원 비싸다.

또 쿠팡에서 판매 중인 바다상회 대용량 황태채(500g)의 경우 2만7980원(100g당 5600원)으로, 쿠팡의 또 다른 입점업체 황태채(500g) 2만4150원(10g당 4830원)이었다. 두 제품 모두 원산지가 중국인데, 바다상회 황태채는 러시아산 황태를 중국의 식품 가공회사(Qingdao Yliu Foods.,Ltd)가 제조한 것이다.


바다상어 구운쥐포 제품 모습. 한예주 기자 바다상어 구운쥐포 제품 모습. 한예주 기자

또 이날 하나로마트 창동점에서 판매한 구운아귀포 200g은 전체 원재료의 84.5%를 차지하는 아귀가 중국산이었다. 정제소금도 중국산이다. 구운꼬마쥐포 200g은 베트남산 쥐치포가 99.6%를 차지했다. 구운쥐포 200g 역시 중국산 쥐치가 86.27% 들어 있었다. 진미채튀김과 와사비맛 진미채튀김도 진미오징어의 원산지가 '외국산(페루·칠레·중국 등)'으로 표시돼 있었다. 일부 제품에는 미국산 밀과 캐나다산 카놀라유 등도 사용됐다.

수입 수산물은 국내 유통업체 대부분은 판매 중이다. 바다상회 역시 제품 뒷면에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 다만 농협유통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수입산 수산가공품을 판매하면서 농협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농협의 사업 목적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다상회는 포장에서 '농협유통의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수산 건어물 전문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농협 계열 유통조직은 일반 유통기업과 성격이 다른 만큼 자체 브랜드라면 생산자 수취가격, 소비자 판매가격, 국산 원료 사용 비중, 납품업체 선정의 투명성 같은 지표를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기준이 없다면 자체 브랜드가 농협의 공익적 유통사업인지 일반 유통사의 PB 사업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마진'의 보고, 바다상회

이처럼 저렴한 수입산 원물을 활용한 바다상회는 농협유통 구매 비리 의혹의 '끝판왕'으로 꼽힌다. PB 상품기획자(MD)가 원물을 사들여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에 넘겨 제조하는데, 이 과정에서 MD가 이중 백마진을 받고있다는 것이다. 원물 구입 과정에서 부풀려진 납품 대금을 지급하고, 다시 업체로부터 실제 납품 금액을 뺀 나머지 돈을 현금으로 받아 챙기는 방식이다.

또 원물을 또 다른 업체에 넘겨 포장 등 가공하도록 한 뒤, 납품을 받는 과정에서도 백마진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농협유통 현직 직원은 "양쪽으로 백마진을 받으면서 실질적으로 매장에 들어오는 가격은 비싸진다"고 했다.

다만, 바다상회의 백마진 구조는 장부상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직원은 "바다상회가 OEM인 만큼 형식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원물을 저렴하게 구매해 임가공을 맡기고, 임가공 과정에서 봉투에 마진만 붙여서 다시 매입해 판매장에 뿌리는데, 원물을 만원에 산다면 8000원짜리를 1만원에 샀는지, 5000원 짜리를 1만원에 샀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수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건어물 공급 구조는 특정 업체에 상당 부분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협중앙회에서 제출받은 '바다상회 품목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바다상회 29개 매입업체 가운데 K통상이 공급한 제품은 14개로 48.3%를 차지했다. 올해는 36개 가운데 13개였다. 두 해의 연도별 매입업체 65개를 합산하면 K통상이 맡은 제품은 27개, 41.5%다. 가격 상승과 판매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구운아귀포와 구운쥐포도 K통상 납품 제품이다.

이밖에 구운노가리, 구운먹태채, 구운아귀채, 구운쥐포채 등 주요 건어물도 같은 업체가 공급했다. K통상은 농협몰(NH싱씽몰)에서도 구운쥐포를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OEM 방식의 자체 브랜드는 유통업체가 상품기획과 제조·납품업체 선정, 매입가격 협상에 직접 관여한다"며 "특정 업체가 상당수 SKU를 계속 맡고 있다면 업체 선정 방식과 가격 경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백마진이 비자금으로 만들어져 윗선에 전달된다는 의혹도 나온다. 검찰이 수사 중인 농협유통 구매 비리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인 A씨는 "내부 직원들은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바다상회를 만들었다는 것을 다들 알지만 쉬쉬하고 있다"며 "한 업체에만 큰돈이 오가면 의심을 받기 때문에 품목을 늘려 여러 거래처를 만들고 백마진을 받는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29일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 '바다상회' 코너. 한예주 기자 29일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 '바다상회' 코너. 한예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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