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임대·전세권 설정 주택 확대
서울아파트 매물, 전월比 2.2% ↑
“실거주 의무에 매물 급증 어려울 것”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 [이승환기자]3개월 사이 60% 넘게 쪼그라든 서울 아파트 거래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사고도 실거주를 미룰 수 있는 특례의 신청기한이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말까지로 늘어났기 때문이다.다만 매수자가 유예가 끝나면 직접 입주하는 구조여서 몇 년 뒤 전세 매물이 그만큼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주택·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통해 10월 1일부터 실거주 유예 대상을 이날 현재 임대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 전체로 넓힌다.
허가 신청기한은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로 1년 늘어난다. 지금은 5월 12일 당시 임대 중이면서 계약 종료일이 2028년 5월 11일 이내인 주택만 유예받을 수 있다.
갱신계약도 1회, 최대 2년까지 인정한다. 허가 신청 전 기존 세입자와 갱신계약을 맺고 갱신 기간이 시작됐다면, 갱신된 계약의 종료일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다. 신청기한 15개월에 갱신기간 2년을 더하면 입주 유예는 최장 3년3개월가량이다.
매도자는 세입자 계약 만기를 기다리지 않고 집을 팔 수 있고, 매수자는 전세를 안은 채 집을 살 수 있다. 매수자 요건은 그대로다. 5월 12일부터 허가 신청일까지 무주택이어야 하고, 허가 후 4개월 안에 취득해 계약 종료일부터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정부는 개정 이유로 세제를 들었다. 과세 합리화를 위한 세제 개편에 따라 내년 이후에도 양도세 중과 유예를 받으려면 세 낀 집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현행 특례는 올해 말 끝난다는 것이다.
입법예고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 만에 마쳤다.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이다.
매매 ‘숨통’ 전세 ‘부담’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에도 현재 시장은 매물이 쌓이는 반면 거래는 위축된 상태다.정부는 작년 10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허구역으로 묶인 뒤 매물 잠김이 불거지자, 올 2월 다주택자 매도 주택에 실거주 예외를 허용했다. 5월에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대상을 확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를 보면 이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8856건으로 한 달 전보다 2.2% 늘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5월 8994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6월 5313건으로 40.9% 급감했다.
7월 5851건으로 반등했지만, 8월은 28일 현재 3473건에 그쳤다. 다만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최종 거래량은 늘어날 수 있다.
가격 오름세도 주춤한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9월 셋째 주까지 85주 연속 올라 역대 최장 기록과 같아졌지만, 상승폭은 4주 연속 줄었다. 강남3구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강남권이 상승을 이끄는 흐름이다.
세 낀 매물 거래가 풀리면 쌓인 매물 소화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전세다. 세 낀 집을 산 무주택자는 유예가 끝나면 직접 입주하고, 기존 세입자는 갱신 이후 계약을 이어갈 여지가 사라진다. 거래가 늘수록 유예 만료 시점에 임대 매물이 그만큼 빠지는 구조다. 만료가 몰리는 2028~2029년 전세 수급이 빠듯해질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임차인 계약을 유지한 채 무주택자가 매수할 수 있게 돼 거래 가능한 매물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면서도 “무주택 요건과 입주 후 2년 실거주 의무가 유지되는 만큼 매물 급증이나 가격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