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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
| ⓒ 연합뉴스/AFP |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미국이 관세를 위시한 거센 보호무역주의 압박과 함께 전통적인 동맹국들에도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 돌파구로 '중견국 연대론'을 강조해 온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자국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전략적 파트너십 다변화'와 '국내 역량 강화'를 천명했다. 특히 미국 주도의 기술·방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 우방국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며 유럽뿐 아니라 한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해 주목된다.
카니 총리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본사에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심화된 대미 갈등, 글로벌 공급망 무기화, 인공지능(AI) 및 방산 조달 정책에 대한 입장을 가감 없이 밝혔다.
27일(현지시각) 공개된 인터뷰 전문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상호 통합이 강압을 위한 레버리지로 사용될 때, 한번 이를 목격하고 나면 결코 못 본 척할 수 없다"며 미국의 일방주의적 통상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카니 총리 "에너지·광물 등 공급망 다각화할 것... 한국 등과 협력해 대미 국방 의존 끊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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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양자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6.6.17 |
| ⓒ 연합뉴스 |
카니 총리가 인터뷰 전반에 걸쳐 가장 역설한 대목은 '전략적 역량의 다변화'다. 그는 에너지를 비롯해 핵심 광물, 우주·위성, 기술 스택 등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분야로 규정하며 특정 패권국에 취약점을 잡히지 않도록 공급망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우주 통신망 분야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의 자체 위성망 사업이 내후년 시행된다며 "국방 관점에서 유럽, 그리고 잠재적으로 한국 등 파트너들과 힘을 합친다면 필요한 규모를 확보할 수 있고, 특정 분쟁 상황에서 제3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통제권이 좌지우지되는 의존성을 끊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분쟁 시 주권적 통제가 불가능한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 대신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선도국 간의 다자 협력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와 AI 등 핵심 기술 스택에 대해서도 그는 "엔비디아 칩 제조사는 극소수에 불과해 매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소버린 클라우드 구축 등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독점 모델에 의존하기보다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카니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위협과 무역 협정 위반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모든 국가를 상대로 미국 시장 접근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것이 미 정부의 공언된 정책"이라며 "하지만 언어권, 문화권, 제3국과의 자유무역 체결권 등 캐나다의 경제적 주권을 침해하는 조치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을 거론하며 미국의 일방적인 '제조업 본국 회귀' 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카니 총리는 "그러한 구상은 전기차 등으로 대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에 결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자체에도 근본적으로 해롭다"고 지적하면서 수십 년간 형성된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합의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카니 총리의 진단은 대미 수출 비중이 높고 제조업 기반 경제를 지닌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견제'와 '실리 외교'의 균형… 달러 패권 흔들림도 경고
한편 대중국 관계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칙적 실리 노선을 제시했다. 국방과 AI 등 핵심 안보 분야에서는 협력하지 않겠지만, 농업과 청정에너지 등 상호 보완적인 분야에서는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 대한 외국의 간섭에는 극도로 경계하되, 우리의 가치와 국익에 맞춰 관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란은행 총재와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을 역임한 글로벌 금융통답게 통화 질서 변화에 대해서도 냉철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자산 동결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가 역설적으로 전 세계에 탈달러화 및 대체 결제망 모색이라는 교훈을 남겼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준 통화로서 달러 일변도였던 흐름이 서서히 변하고 있으며 이는 거대한 변화"라며 "글로벌 금융 안정성을 위해서도 기축통화의 다변화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규제 혁파, 국방비 증액 등으로 내부 역량 다져 강대국과 동등한 파트너 될 것"
외교적 다변화의 전제 조건으로 카니 총리가 제시한 것은 철저한 '국내 체질 개선'이다. 그는 의회에 제출된 대규모 규제 간소화 법안인 '하나의 프로젝트, 하나의 심사, 1년 내 완료(one project, one review, one year)'를 소개하며 과거 개발을 가로막던 규제 족쇄를 과감히 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한계세율을 G7 최저 수준인 6.5%로 대폭 인하한 점도 내세웠다.
아울러 국방비 지출을 이번 10년 말까지 GDP의 4% 수준으로 대폭 증액하기로 예산에 반영했으며, 독일·노르웨이와 400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가가치의 40%를 캐나다 내에 유치하는 등 실리형 안보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니 총리는 "상대의 부당한 압박에 무조건 굴종하거나 내부로 웅크려 쇄국을 택하는 대신, 과감히 대외 협력망을 넓히고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경제적·군사적으로 더 강해질 때 미국에도 더 훌륭하고 동등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 공급망 무기의,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삼각 파고 속에서 국가 주권을 지키며 한국 등 제3국들과의 전략적 연대를 꾀하는 카니 총리의 다변화 구상은, 비슷한 지정학적 딜레마를 마주한 한국 통상·안보 전략에도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