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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과세 못 견뎌”… 가상자산도 탈한국

요약
  • 가상자산 업계가 척박한 규제 환경과 과세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이탈하는 'K-웹3 엑소더스' 조짐을 보이고 있다.
  • 1세대 블록체인 기업 쟁글이 중동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국내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법 국회 표류 등 불확실성
1세대 토종기업도 중동 옮겨가


가상자산 업계에서 ‘K-웹3 엑소더스(대탈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데다 투자자 과세 강행·규제 불확실성 등이 겹친 탓이다. 1세대 토종 블록체인 기업이 최근 중동으로 거점을 옮긴 가운데 한국 가상자산 생태계 붕괴와 갈라파고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인프라 기업 쟁글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블록체인 인프라 특화 자회사 ‘오리엔트’를 설립했다. 쟁글은 가상자산 공시부터 기업 컨설팅까지 사업을 다각화하며 국내에서 생존해 온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이지만, 기관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인프라(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구축하기 위해 결국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갖춘 중동을 택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이에 척박한 국내 규제 환경이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당장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투자자 과세다. 주식투자 소득에 과세하려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백지화됐는데 가상자산에만 세금을 매기는 데 대한 형평성 논란뿐 아니라, 손실 이월공제조차 허용되지 않아 ‘징벌적 세금’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법인과 기관의 가상자산 원화 계좌 발급이 사실상 금지돼 있는 탓에 기업 대상 인프라 사업이나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웹3 비즈니스는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도 업체들의 공통적인 호소다. 가상자산의 법적 특성을 규율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발의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도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데다 혁신·투자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에선 쟁글의 아부다비행이 단순한 글로벌 진출이 아니라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한계가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친가상자산 정책을 펼치는 두바이·싱가포르 등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한국만 ‘갈라파고스’ 규제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기관 자금 유입이 철저히 막혀 있고 과세 불확실성만 부각되는 한국 시장에선 어떤 혁신적인 인프라 기업도 살아남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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