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캡처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편의점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외국인 매출이 두 자릿수에서 두 배 넘게 뛰는 가운데 바나나우유와 불닭볶음면 등 ‘K편의점 먹거리’가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북미 관광객까지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방한객 늘자 편의점도 북적…CU·GS25 외국인 매출 ‘껑충’
1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8월 GS25의 북미권 고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9% 증가했다. 외국인 고객을 권역별로 나눴을 때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전체 외국인 매출에서 북미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30%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전히 중화권이 약 40%로 가장 크지만 두 권역의 격차는 10%포인트 안팎까지 좁혀졌다.
GS25만의 흐름도 아니다. 지난달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CU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101.2% 증가해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GS25는 74.2%, 세븐일레븐은 60%, 이마트24는 38%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자체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방한 외국인은 2024년 1636만명에서 지난해 1984만명으로 증가했다. 단체 관광객이 면세점에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개별 여행객이 늘면서 편의점이 일상적인 K푸드를 직접 경험하는 쇼핑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2일 대신증권 유통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편의점 업계의 외국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 누적 외국인 관광객은 1505만명으로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바나나우유·불닭은 기본…북미는 술, 중화권은 유제품
인천국제공항의 한 편의점 진열대를 가득 채운 바나나맛우유. 사진=임혜린 기자외국인들이 편의점에서 무엇을 사는지도 관심을 끈다. SNS를 통해 해외에 알려진 이른바 ‘K편의점 먹거리’가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GS25에서는 바나나우유와 그릭요거트, 얼음컵, 감동란을 비롯해 참깨라면과 불닭볶음면, 허니버터아몬드 등이 외국인 인기 상품으로 꼽혔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필요한 교통카드와 휴대전화 유심을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수요도 많았다.
국적에 따라 선호 상품에는 차이가 있었다. 북미권 관광객은 캔맥주·와인·양주 등 주류와 이온·에너지음료, 탄산음료 등을 많이 찾았다. 특히 북미 고객의 캔맥주 매출은 외국인 권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중화권 관광객은 우유·발효유 등 유제품과 면류, 빵·디저트 등 간편식 소비가 두드러졌다. 개별 상품 가운데서는 ‘그릭요거트 블루베리’가 바나나우유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랐고 ‘두바이쫀득쿠키’가 3위를 기록했다. 담배 소비가 높다는 점은 북미권과 중화권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공항 편의점에서는 출국 직전까지 K푸드를 챙겨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편의점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뚱바’로 불리는 바나나맛우유를 비롯해 라면과 아몬드, 김 등을 여러 개씩 구매하거나 상품이 가득 진열된 매대를 사진으로 남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소비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GS25의 강원 지역 외국인 매출은 중화권이 가장 컸지만 올해 들어 북미권 매출이 337.8% 급증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고성·속초·양양·강릉·동해 등 동해안 관광지에서 소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중화권은 제주와 서울, 부산 등 주요 관광지와 도심 상권을 중심으로 소비가 집중됐다.
‘K푸드 체험장’ 된 편의점…AI 통역·영어 안내까지 늘린다
GS리테일 제공편의점 업계도 외국인을 별도의 핵심 고객층으로 보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CU는 명동과 홍대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의 70여개 점포에 38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AI 통역 서비스를 확대했다. 전국 점포의 셀프 계산대에는 영어·중국어·일본어 모드를 적용해 외국인이 직접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GS25는 올해부터 외국인 방문이 많은 주요 점포 약 1000곳의 매장 홍보물에 영어를 함께 표기하고 있다. 인기 상품을 활용한 조리법이나 제품별 추천 섭취 방법도 안내한다. 자체 외국인 고객 분석 도구를 활용해 국가와 지역, 점포별 소비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상품기획과 마케팅에도 반영하고 있다.
외국인 소비 증가는 편의점 수익성 측면에서도 주목받는다. 지난달 12일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는 담배가 약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음료·과자·간식·생필품 등 일반 상품으로 확대될 경우 상품 구성 변화가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편의점 매출총이익률은 19%대를 기록했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합산 영업이익 증가율도 올해 1분기 49%, 2분기 22%를 나타냈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는 셈이다. 과거 여행 중 필요한 물건을 잠시 사는 공간이었다면 이제 편의점 자체가 한국에서 유행하는 음식과 소비문화를 경험하는 관광 코스 중 하나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