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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월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보고를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정부는 9월 22일 국회에 대미투자 1호 사업을 비공개로 보고했다. 텍사스 엔시날에 223억 달러(약 30조 2000억 원)를 들여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고, 20년간 432억~454억 달러(58조 5000억~61조 5000억 원)를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 계산을 근거로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한 듯하다. 정말 그럴까.
국내 논쟁은 주로 사업성에 쏠려 있다. ▲ 전기를 장기로 사 줄 구매자가 아직 없다는 점 ▲ 텍사스 주정부가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멈췄다는 점 ▲ 사업비가 협상 중 168억 달러에서 223억 달러로 불었다는 점이 쟁점이다. 모두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사업이 성공해 돈을 벌어도, 그 돈이 법적으로 한국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원문과 미국 연방 재정법을 놓고 비교 검토해 보면,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한국 돈은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법인으로 들어가고, 미국 법은 정부가 받은 돈을 의회의 승인 없이 내보내지 못하게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미 170여 년 전에 대통령조차 의회의 세출 승인 없이는 미국의 채무를 지급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 문제는 1호 사업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대 1200억 달러(162조 5000억 원)가 걸린 원전 8기 건설과, 미국이 670억 달러(90조 7000억 원) 규모로 제시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협상이 남아 있다. MOU상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 19일까지 이뤄진다. 앞으로 2년여의 후속 협상에서 한국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한국 돈은 미국 정부 소유 법인으로 들어간다
양해각서가 정한 돈의 흐름은 비교적 명확하다. 제7조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대통령이 사업을 선정했다는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최소 45영업일이 지난 뒤, 사업 일정에 맞춰 나눠서 투자금을 낸다. 돈이 들어가는 곳은 미국 상무부 산하 '미국 투자 가속기구'가 지정하는 계좌다.
제13조는 그 다음 단계를 정하고 있다. 미국이 투자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우고, 한국은 투자금을 이 투자 법인에 '직접' 넣는다. 투자 법인은 미국 또는 미국이 지정한 자가 무한책임사원으로 관리하고 운영한다. 이 투자 법인 아래에 사업마다 프로젝트 법인이 따로 생긴다. 양해각서 부속서의 정의에 따르면 프로젝트 특수목적법인은 "미국이 100% 소유하는" 법인이며, 발전소 같은 사업 자산을 소유하고 수익을 배분한다.
수익 배분은 이 반대 방향으로 진행된다. 제14조와 제15조에 따르면 발전소의 현금은 미국 소유의 프로젝트 법인으로 들어가고, 다시 미국이 관리하는 투자 법인으로 모인 뒤, 매년 한국과 미국에 나뉜다. 원리금 상당액까지는 5대 5, 그 뒤에는 미국 9, 한국 1이며, 두 단계 모두 미국 세금을 뗀 뒤의 금액이다.
이 구조에서 한국이 갖는 것은 발전소의 지분이 아니다. 사업을 소유하는 법인은 처음부터 미국 정부 소유이고, 한국에 주어진 것은 미국이 관리하는 법인을 통해 수익을 나눠 받을 권리다. 국회 보고 뒤 보도된 "지분 5대 5 요구"가 무엇을 뜻하는지 정부가 분명히 밝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해각서와 달리 한국 정부가 투자 후 지분의 반을 갖게 된다는 것인가.
문제는 그 수익 배분 권리를 지켜줄 장치가 약하다는 점이다. 양해각서 제25조는 이 문서가 법적 구속력 있는 권리와 의무를 만들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제21조는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아닌 한 미국이 투자에 관한 판단이나 작위, 부작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한국에 어떤 수탁자 의무도 지지 않는다고 정한다. 즉, 손실 발생에 대한 미국 책임은 없다.
미국 재정법은 한국 투자금을 정부의 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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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12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대미투자특별법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이날 표결에 부쳐져 재석 242인 중 찬성 226인, 반대 8인, 기권 8인으로 통과됐다. |
| ⓒ 남소연 |
미국 헌법 제1조 9절 7항은 짧다. 법률에 따른 세출 승인 없이는 국고에서 돈을 꺼낼 수 없다. 연방대법원은 이 조항을 행정부의 지출 권한에 대한 제한으로 해석해 왔고, 1850년 리사이드 대 워커 판결에서는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공무원도 세출 승인 없이 미국의 채무를 지급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미 의회의 헌법 주석서는 세출 승인이 없을 때 채권자가 기댈 수 있는 길은 의회에 청원하는 것뿐이라고 정리한다.
이 원칙을 구체화한 법률이 국고예치법(미국 법전 31편 3302조)이다. 이 법은 정부를 위해 돈을 받은 공무원이나 대리인은 출처와 관계없이 그 돈을 공제 없이 곧바로 재무부에 넣도록 한다. 같은 조의 다른 항은 공적 자금을 보관하는 공무원이 다른 법률의 근거 없이 그 돈을 빌려주거나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관건은 특수목적법인에 들어온 돈이 "정부를 위해 받은 돈"이냐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이를 판단할 때 형식보다 실질을 본다. 연방기관이 그 돈을 받을 위치에 있고 그 사용처를 지시할 재량을 갖고 있다면, 현금이 공무원의 손에 닿지 않았어도 정부가 받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 법무부의 이른바 '의제 수령' 원칙이다. 법무부 법률자문국(OLC)은 이 위험을 피하려면 정부가 자금의 처분과 관리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해 왔다.
한미 양해각서는 그 권고와 정반대 방향으로 짜여 있다. 투자처는 미국 대통령이 고르고, 투자금은 상무부가 지정한 계좌로 들어가며, 투자 법인은 미국이 무한책임사원으로 운영하고, 프로젝트 법인은 미국이 100% 소유한다. 이 법리대로라면 한국 몫의 수익도 먼저 미국 재무부로 들어가야 하는 돈이 될 수 있다.
재무부에 들어간 돈을 한국에 보내는 일은 예산초과지출금지법(31편 1341조)에 걸릴 수 있다. 이 법은 연방 공무원이 세출 승인을 넘어 지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법률의 승인 없이 세출 승인 전에 정부를 금전 지급 계약이나 채무에 끌어들이는 것도 금지한다. 양해각서 자체는 구속력이 없다고 했지만, 사업마다 맺는 특수목적법인 계약에서 한국에 대한 배분이 미국 정부의 지급 채무로 굳어진다면 이 조항과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다.
법인을 세우는 일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법인통제법(31편 9102조)은 행정기관이 법률의 명시적 허용 없이는 기관 역할을 할 법인을 세우거나 인수할 수 없다고 정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 법률자문국은 2025년 9월 2일, 상무부가 반도체 연구 지원 법인의 설립 과정을 과도하게 통제한 것이 이 법 위반이라는 의견서를 낸 적이 있다. 한국 투자에 의해 설립된다는 상무부 주도 법인이 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미국 측의 검토와 문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 문제를 가장 체계적으로 짚은 분석은 뉴욕대 로스쿨 계열 법률 저널 <저스트 시큐리티>에 실린 스콧 레비의 글이다. 레비는 이 구조를 의회 승인 밖의 "그림자 예산"으로 규정하고, 차기 행정부나 의회가 이 구조를 위법으로 판단하면 미국은 지출을 멈추고 남은 자금과 수익을 재무부에 넣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 경우 협조적인 행정부라도 새 입법 없이는 돈을 돌려주지 못해 수천억 달러가 법적 공백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법이 양해각서나 정부간 합의에 우선한다
이 위험을 더 무겁게 만드는 것은 양해각서의 조항이다. 제24조에서 양국은 각자의 국내 합의, 법률, 그리고 "정책"을 지키겠다고 선언한다. 제26조는 양해각서의 어떤 내용도 각국의 관계법령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는다. 미국 재정법이 특수목적법인의 수익 송금을 막는다면, 양해각서는 그 법을 넘어설 수 없도록 스스로 정해 둔 셈이다.
제27조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양국은 양해각서를 실행하기 전에 필요한 국내 규정 제정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한국은 그 절차를 밟았다. 국회는 올해 3월 12일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켜 투자공사와 기금, 감독 체계를 법으로 만들었다. 미국은 그러지 않았다. 이 기금을 승인하거나 특수목적법인 설립과 수익 송금에 법적 근거를 준 미국 의회의 입법은 없다.
의회를 거치지 않은 데는 정황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미국 국부펀드 설립 계획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입법 필요성을 포함한 법적 검토를 요구했다.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에 따르면 이 계획은 공식 국부펀드에는 의회의 입법과 대통령에 대한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 분명해지자 접었다.
그 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일본과 한국의 투자를 두고 "다른 나라들이 사실상 우리에게 국부펀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의 통제를 받는 국부펀드 대신, 외국 돈과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로 비슷한 기능을 만든 셈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반론도 가능하다. 이 법리는 법원에서 판단된 적이 없다. 국고예치법과 예산초과지출금지법은 모두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어, 행정부가 근거 법률을 제시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특수목적법인을 유한책임회사나 합자조합 형태로 세우면 정부법인통제법의 "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의회가 사후에 이 구조를 승인하는 법률을 만들어도 문제는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근거 법률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고, 의회의 승인도 없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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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8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 위험은 사업의 성패와 무관하다. 엔시날에 건설하는 발전소가 전기를 비싸게 팔아 수익을 쌓아도, 그 수익이 한국으로 나가는 통로 자체가 막힐 수 있다. 원전 8기와 알래스카 LNG가 같은 틀로 들어오면 위험의 크기는 2000억 달러 전체로 커진다. 정부가 국회에 제시한 상업적 합리성 판단은 이 위험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남은 협상에서 한국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구체적이다. 양해각서 제5조는 한미 협의위원회가 미국 투자위원회에 양국의 "법적 고려사항"에 대한 의견을 내도록 정하고 있고, 그 위원장은 한국 산업부 장관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첫째, SPV 설립과 수익 송금이 어떤 미국 법률에 근거하는지 미국 측에 서면 확인을 요구할 수 있다. 둘째, 그 근거가 약하다면 제27조가 스스로 인정한 "국내 절차", 곧 미국 의회의 승인이나 입법을 요구할 수 있다. 셋째, 한국 몫의 수익 청구권을 한국 정부나 한국 소유 법인이 직접 보유하는 구조를 개별 사업 계약에 넣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물론 별도의 합의가 필요하다. 넷째, 미국 법 때문에 송금이 막힐 경우 원금을 어떤 절차로 돌려받는지를 계약에 미리 적어 두는 것이다.
시간도 한국 편일 수 있다. 양해각서상 한국은 단독 재량으로 특정 사업에 대한 납입을 하지 않을 수 있고(제9조), 투자 약정 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 19일이다(제2조). 법적 보장이 갖춰지지 않은 사업을 시한에 맞춰 서둘러 정할 이유는 없다.
11월 중간선거 뒤 미국 의회의 구성이 바뀌면 이 기금의 법적 근거는 의회의 감독 대상이 될 수 있고, 2029년 이후의 행정부는 이 구조를 다시 따져볼 수 있다. 대미투자를 핵추진잠수함이나 원자력협정 같은 안보 현안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계산도 같은 시간표 위에 있다. 안보 현안은 상당 부분 미국 의회를 거쳐야만 실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30일 한국의 대미투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중간선거를 겨냥한 발표다. 그러나 미국 헌법은 그 약속을 지급으로 바꾸는 권한을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줬다. 남은 협상에서 한국이 확인해야 할 것은 대통령의 약속이 아니라 의회의 협조와 승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