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형상점가 지정도 재정자립도 따라 점포 기준 달리해
지난해 10월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식주가무 명인골목. 골목 내 한 점포 출입문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표시가 부착돼 있다. 매일신문 DB내년부터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을 전통시장에서 쓰면 10% 혜택을 받지만, 수도권 골목상권에서 쓰면 혜택이 5%로 줄어든다. 어디서 쓰든 7%를 일괄 할인하던 방식을 바꿔 전통시장과 지방에서 쓸수록 더 많이 돌려주는 구조다.
정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통시장·지방상권 소비 촉진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5.6배 늘어난 골목형상점가 손질…대형 가맹점은 제외
개편안에 따르면 디지털온누리 구매 할인율은 현행 7%에서 5%로 낮아진다. 대신 결제한 곳에 따라 온누리로 돌려주는 환급률을 달리한다. 전통시장은 5%, 비수도권 골목상권은 3%를 환급해 총혜택이 각각 10%, 8%가 된다. 수도권 골목상권은 환급 없이 구매 할인 5%만 받는다. 정부는 구매 단계의 체감 혜택 감소와 제도 전환에 따른 혼선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할인은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구매 할인 5%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기준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온누리 사용액 3조9천500억원 가운데 65%인 2조6천억원이 전통시장에서, 57%인 2조2천600억원이 지방에서 쓰였다. 그러나 사용 지역과 관계없이 같은 할인을 적용하다 보니 지방 소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부 진단이다.
골목형상점가 지정 요건은 깐깐해진다. 정부가 지난해 3월 2천㎡ 안 점포 밀집 기준을 30개에서 15개로 완화하자 골목형상점가는 2024년 381곳에서 지난해 1천564곳, 올해 8월 말 2천130곳으로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와 겹치고, 이미 활성화된 상권까지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앞으로는 시·군·구 재정자립도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상위 25%는 점포 30개 이상, 중위 50%는 20개 이상, 하위 25%는 15개 이상이어야 한다. 전통시장 반경 1㎞ 안 상권과 인구감소지역은 15개를 적용한다. 조례로 기준을 낮추던 제도는 없앤다. 지난해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재정자립도 상위 20% 지역이 4천936만원으로 하위 20% 지역(1천998만원)의 2.5배였다. 재정자립도 상위 25%에 드는 57곳 가운데 38곳이 수도권이고, 비수도권 162곳 중 143곳은 중위·하위 구간에 속한다.
지방정부는 골목형상점가를 지정하기 전에 중기부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거짓·부정하게 지정됐거나 점포 밀집 기준을 못 맞추게 되면 중기부가 지정 취소를 요청한다. 지방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전통시장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준다.
가맹점 문턱도 높였다. 올해 6월부터 연매출 30억원 이하 점포만 가맹점으로 등록·갱신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은 1천310곳(0.5%)에 불과했지만, 온누리 결제액의 14%인 5천593억원이 이들 점포에서 결제됐다. 병의원·법무·회계·세무 등 전문업종도 가맹을 제한했으나, 약국은 노년층 집객 효과를 고려해 허용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처럼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점포의 등록·갱신을 제한할 근거도 마련한다.
◆지역 명소 입장권·배달앱 쿠폰 얹어 지방 소비 유도
지방 관광과 연계한 혜택도 생긴다. 일정 금액 이상 디지털온누리를 쓴 소비자에게 지방정부가 지역 명소 입장권이나 숙박권, 지역 쇼핑몰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방한 외국인이 알리페이 등 자국 결제앱으로 가맹점 QR코드를 찍어 결제할 수 있도록 40여개 해외 결제앱과도 연동한다.
상생배달앱에서 온누리나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할인쿠폰을 주는 사업에는 내년 예산안 1천200억원이 반영됐다. 대구 공공배달앱 '대구로'는 달서시장·신매시장, 자활사업단과 손잡고 시장 상품을 묶음 배송하고 있다. 정부는 상생배달앱이 이런 식으로 전통시장이나 지방정부와 함께 행사를 기획하면 공모를 거쳐 선정하고, 내년 예산안에 25억원을 반영해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는 카드 포인트를 디지털온누리로 바꿀 수 있고, 공공기관 임직원의 복지포인트 전환도 유도한다.
정부는 온누리와 지역화폐를 통합하지 않고 역할을 나눠 운영하기로 했다. 지역화폐는 지역 주민의 역내 소비를, 온누리는 외부 소비의 지방 유입을 맡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