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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홀서 수영하고 싱크홀엔 집라인”… 요하네스버그 시장 노리는 75세 할머니 정치인

요약
  •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시장 선거에 출마한 75세의 헬렌 질레 민주동맹 후보가 포트홀 수영 등 파격적인 선거운동으로 도시 인프라 붕괴를 부각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만성적인 정전과 단수, 심각한 치안 불안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첫 백인 시장 탄생 여부와 여당의 심판론을 가를 주요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요하네스버그 첫 백인 시장 도전하는 헬렌 질레
‘고고(gogo·할머니)’로 불리며 치안·인프라 정상화 공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시장 선거에 출마한 헬렌 질레 민주동맹(DA) 후보가 파손된 수도관 탓에 진흙탕 물이 고인 도로의 대형 포트홀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모습(왼쪽). 질레는 “요하네스버그의 수많은 공공 수영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시장 선거에 출마한 헬렌 질레 민주동맹(DA) 후보가 파손된 수도관 탓에 진흙탕 물이 고인 도로의 대형 포트홀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모습(왼쪽). 질레는 “요하네스버그의 수많은 공공 수영시설 중 하나다. 운영시간도, 유지보수 계획도 없는데 이상하게 계속 커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오른쪽은 도로에 생긴 대형 싱크홀 위를 집라인을 타고 건너는 모습. /헬렌 질레 페이스북
오는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75세 백인 여성 정치인 헬렌 질레가 요하네스버그 시장에 도전장을 내면서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요하네스버그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가 이끌었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오랫동안 강세를 보여온 곳이다. 최근 정전·단수와 도로 파손 등 도시 기능 마비에 강력 범죄까지 잇따르면서, ANC에 대한 오랜 충성심보다 치안과 생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표심을 얼마나 움직일지가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질레는 남아공 주요 야당 민주동맹(DA)의 요하네스버그 시장 후보로 나서 “망가진 요하네스버그를 고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케이프타운 시장과 웨스턴케이프 주지사를 지낸 그는 남아공에서 할머니를 뜻하는 ‘고고(gogo)’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도로 한가운데 생긴 대형 포트홀에서 수영하거나 침수된 거리를 노를 저어 건너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도시 인프라 붕괴를 부각하는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술집 총격 사건 현장 인근에서 주민들이 경찰 통제선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전날 밤 무장 괴한 8명이 돌격소총을 들고 술집에 난입해 총격을 벌여 17명이 숨지고 15명이 지난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술집 총격 사건 현장 인근에서 주민들이 경찰 통제선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전날 밤 무장 괴한 8명이 돌격소총을 들고 술집에 난입해 총격을 벌여 17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AFP 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꼽히는 요하네스버그는 만성적인 정전과 단수, 도로 파손, 도심 건물 불법 점거 등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시장만 일곱 차례 바뀌었다. 질레와 DA는 현재 시정을 주도하는 ANC를 겨냥해 정전·단수와 부패 등 도시 행정 실패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질레는 “예산과 자원 배분을 정상화하고 부패를 없애며 기본적인 도시 기능부터 복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ANC 요하네스버그 지역위원장 로이소 마수쿠도 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도시의 급격한 성장이 인프라 문제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치안 불안까지 겹쳤다. 요하네스버그 동쪽 에쿠룰레니에서는 지난 7월 이후 여성 시신 11구가 잇따라 발견돼 경찰이 연쇄 범행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요하네스버그 인근 웨델라와 케이프타운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하룻밤 사이 수십 명이 숨졌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여성 대상 폭력을 “국가적 수치”라고 규정했다. 치안 불안과 인프라 붕괴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지난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시민들이 최근 요하네스버그 일대에서 잇따른 여성 피살 사건에 항의하며 여성 대상 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시민들이 최근 요하네스버그 일대에서 잇따른 여성 피살 사건에 항의하며 여성 대상 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요하네스버그에서는 ANC가 2000년부터 2016년까지 16년 연속 시정을 맡았지만, 이후 DA와 ANC 등이 주도하는 연정이 번갈아 들어서며 시장 교체가 반복됐다. 어느 정당도 과반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에도 선거 뒤 연정 협상이 시장 선출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9월 입소스 조사에서는 ANC 지지율이 31%, DA가 28%로 나타났다. 질레 측은 자체 조사에서 약 40%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ANC에 대한 오랜 지지보다 치안과 생활 문제에 대한 불만이 표심을 얼마나 움직일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흑인 유권자가 다수인 요하네스버그에서 ANC는 여전히 넬슨 만델라와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의 상징성이 강하다. 반면 DA는 그동안 백인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분석가 윌리엄 구메데는 로이터에 “많은 남아공인이 여전히 ANC를 흑인 정체성과 동일시한다”며 “요하네스버그가 인종에 따른 투표 장벽을 넘어서는 첫 도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질레가 시장에 당선되면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요하네스버그의 첫 백인 시장이 된다. DA가 요하네스버그 시정을 되찾을 경우 2029년 총선을 앞둔 남아공 정치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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