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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태 반발' 미국 왜 이러나? 현지 전문가들 얘기 들어보니‥

요약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역대 최대 과징금을 받은 쿠팡 사태가 미국 정치권과 백악관의 우려를 사며 한미 외교 갈등으로 비화했습니다.
  •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규제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공격적인 집행 방식과 소통 부재가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하며, 지금이 사안을 봉합하고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할 적기라고 조언했습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외교장관회담에서 가장 큰 쟁점은 한국의 대미투자와 호르무즈 파병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측이 돌연 "미국 기업을 위한 공정한 기업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일부 보수 정치권이 관심을 두고 있는 쿠팡 사태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쿠팡은 3천755만 명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우리 정부로부터 6천247억이라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받았습니다. 이에 미국 하원 법사위가 직접 항의하는 취지의 공개 보고서를 냈고, 백악관 관계자까지 우려를 표명하면서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했습니다. 이에 이 사안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무엇인지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부 규제 대체로 문제없다"‥"집행 방식은 아쉬워"

라일리 월터스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 라일리 월터스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11일 만난 라일리 월터스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먼저 쿠팡 문제가 백악관에 닿은 경로부터 설명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 밴스 부통령이 평소보다 쿠팡을 훨씬 자주 언급하기 시작했고, 이 시기는 한국에서 대미 투자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던 때와 맞물렸다고 떠올렸습니다. 그는 "누군가가 밴스 부통령의 귀에 직접 이야기를 전달했고, 그것이 파문을 일으켰다"고 했습니다. 당시 백악관의 관심은 무역 협상과 대미 투자, 미국 기업에 대한 공정 대우에 쏠려 있었는데, 마침 쿠팡 사태가 더해지며 시선을 끌었다는 겁니다.

그는 한국의 규제 정책을 두고 "규제 자체는 대체로 문제가 없다"며 "미국 측이 문제 삼는 것은 규제가 집행되는 방식(manner)"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공정위의 집행이 "대단히 공격적"이라고 평가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과징금 규모가 적절한지는 판단하지 않겠다면서도 "미국 기업이 표적이 된 것처럼 느껴지면 공격적인 집행, 사건의 타이밍, 소통 부재가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 인식이 있기 때문에 쿠팡 같은 기업이 한국의 조치가 과도하다며 미국 당국에 지원을 요청할 여지가 생긴다는 겁니다.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폴 스탈레 연구원 (출처: 미국 동서센터)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폴 스탈레 연구원 (출처: 미국 동서센터)
문제라고 여기는 '집행 방식'은 폴 스탈레 퍼듀대 크라흐 기술외교연구소 연구원이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기업을 상대로 우리나라 여러 정부 기관에서 조사에 들어가지만 정작 목적이 정확하지 않고,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의 양이 방대하다는 겁니다. 그는 "10곳 이상에서 수천 건의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며 예시를 들었습니다. 또한, 미국·유럽·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기업과 현지 변호인 사이의 기밀 내용조차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인식이 한국을 "비용이 많이 들고 규제 준수가 어려운 시장"으로 보이게 해 외국 기업이 지사 설립이나 첨단 기술 도입을 망설일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습니다.

"쿠팡-백악관 '밀접한 관계' 짐작‥한-미 정부 소통 필요"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지난 10일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만난 앤드류 여 한국 석좌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본보기 삼아 유독 엄격하게 대한 면도 있지만, 쿠팡 역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여 석좌는 "한미동맹이 지난 2월 무렵까지는 상당히 양호한 상태였지만, 수면 아래에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쿠팡'"이라고 했습니다.

여 석좌는 "쿠팡이 미 하원 법사위에 접촉했고, 실제 나온 보고서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쿠팡 측 주장을 상당 부분 되풀이했다"며, 대부분의 미국인이 쿠팡을 모른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주목받기까지 쿠팡과 백악관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상당수가 경제계 인사로 구성돼있는 만큼 네트워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소통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여 석좌는 "(한미 간) 책임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소통 부재가 심각하고, 미국은 한국이 자신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정상적인 정부 간 채널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미국 기업의 불공정 처우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 과징금 내야"‥"지금이 사태 해결 적기"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월터스 연구원 (출처: 미국 동서센터)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월터스 연구원 (출처: 미국 동서센터)
전문가들은 갈등이 다소 잠잠해진 지금이 사안을 봉합할 적기라고 조언했습니다. 여 석좌는 "쿠팡이 데이터 유출 건은 과징금을 내고 일단락해야 한다"면서도 "플랫폼·디지털 무역 규제는 별도로 협상해야 하고, 한국 정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해 미국 기업이 예측할 수 없는 조사를 받는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월터스 연구원 역시 쿠팡 문제가 현재 대미 투자 논의에서는 "어느 정도 떨어져 나갔다"고 평가했습니다.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정책적으로 서로 다른 경제나 안보 이슈들이 하나로 뒤섞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지원 가능성을 거론하고 워싱턴에 조선협력센터를 연 것 등이 우려를 상쇄했다는 분석입니다. 한미 관계를 "훨씬 더 나빠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 비추어 꽤 중립적인 상태"로 봤습니다. 하지만 그는 "상황은 매일 바뀔 수 있다"며 "제2의 쿠팡 사태를 막으려면 규제 당국뿐만 아니라 백악관과의 신속한 소통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East-West Center)가 주최한 '2026년 한미 언론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이 기사에 담긴 내용은 미국 일부의 시각입니다. 다만 확실한 건 앞선 지적들이 우리에게 위험 요인이 된다는 겁니다. 앞으로도 쿠팡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의한 갈등이, 국가의 경제나 안보 등 주요 정책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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