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동진. 사진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캡처 기자 출신 유명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자신의 리뷰를 둘러싼 일각의 비판에 “평가를 철회하거나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동진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제작진으로부터 리뷰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해당 영상은 영화 관련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을 이유로 이후 비공개 처리됐다.
이동진은 “영화의 완성도, 장단점에 대해 다양한 점들을 함께 지적하며 견해를 피력했지만 ‘그냥 음모론 정도로 치부할 수가 없어요’라는 한 대목이 따로 인용되면서 제가 어떤 취지로 그 말을 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발언이 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에서 발사된 총탄의 행방 등 당시 공식 발표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을 영화가 어떻게 다뤘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가 제기하는 모든 가설이 사실이라는 뜻이 아니었다”며 “더욱이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였다는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는 “같은 영화를 보고도 특정 장면이나 설정에서 다른 함의를 읽어내는 관객이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그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주장은 이 영화에 대사로든 장면 묘사로든 담겨 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표시되는 영화 ‘암살자(들)’ 홍보 포스터. 뉴스1 ━
“특정 인물 배후설 주장한 적 없다”
이동진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 배후’라는 해석을 떠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존재하지도 않는 주장을 가정한 후 공격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기에 제가 실제로 하지 않은 주장이 제 견해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대해서 분명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리뷰에서 논한 것은 영화가 제시하는 의문과 그 의문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었으며 특정 인물을 암살의 배후로 단정하는 주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과거 다큐멘터리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 대한 비평과 이번 평가가 모순된다는 지적에도 답했다.
그는 “당시 지적했던 것은 강한 정치적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실제 사건과 배우의 재연 장면 사이 경계가 불분명해질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이었다”며 “반면 ‘암살자(들)’은 관객이 극화된 이야기라는 점을 인지하고 보는 극영화인 만큼 다큐멘터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기에 ‘암살자(들)’ 역시 그런 관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고 그런 토론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한 논쟁이라면 가능하면 영화 전체를 본 뒤 이뤄졌으면 한다”며 “제 리뷰에 대한 비판 역시 전반적으로 어떤 맥락으로 이야기했는지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끝으로 “이번 ‘암살자(들)’에 대해 했던 영화적 판단은 현재도 같다”며 “따라서 그 리뷰에서 했던 평가를 철회하거나 그 평가 자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다. 다만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는 분명하게 남겨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1974년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유해진·박해일·이민호 등이 출연한다.
당시 수사당국은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영화는 해당 사건 배후에 정권이 개입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해 개봉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영화 개봉 직후 야권과 보수 진영에서 ‘역사 왜곡’, ‘고인 모독’이라며 비판이 쏟아졌고 제작진을 상대로 한 고발까지 이어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