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타부크 공항에 긴급 착륙
이스라엘은 테러 가능성 조사
항공사 측 "동기 아직 불명"이스라엘로 향하던 여객기 조종실에서 조종사가 동료 조종사를 흉기로 공격한 뒤 기체가 급강하하는 아찔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승객들이 조종실로 뛰어들어 공격자를 제압하고 추락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승객은 항공기 사고를 다룬 TV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을 떠올려 직접 조종간까지 잡았다고 증언했다.
직접 조종간을 잡고 뒤쪽으로 당겨 사고를 모면케한 승객 야니브 하윤. AP연합뉴스1일 연합뉴스는 AP통신과 로이터, CBS 등 외신 등을 인용해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FZ1073편에서 조종사 간 흉기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당시 항공기에는 모두 174명이 타고 있었다. 항공기는 보잉 737 맥스 8 기종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부조종사가 기장을 흉기로 공격한 뒤 항공기가 갑자기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기체가 30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약 1만4000피트(약 4260m)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AP가 항공기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여객기는 약 3만3000피트에서 1만7000피트까지 불과 1분가량 만에 고도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승객 야니브 하윤은 비명을 들은 뒤 다른 승객들과 함께 조종실로 향했다. 조종실 문을 열기도 쉽지 않았다. 흉기에 찔린 기장이 문 뒤쪽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윤은 가까스로 조종실 안으로 들어가자 정상적으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당시 항공기에는 모두 174명이 타고 있었다. 항공기는 보잉 737 맥스 8 기종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공격자를 다른 승객들과 함께 끌어낸 하윤은 다시 조종실로 들어갔다. 기체는 여전히 급격하게 고도를 잃고 있었다. 그는 직접 조종간을 잡고 뒤쪽으로 당겼다. 하윤은 귀환 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떻게 조종간을 뒤로 당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항공 사고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후 여객기에 탑승해 있던 플라이두바이 소속 다른 조종 인력이 조종을 넘겨받았다. 하윤이 언급한 프로그램은 실제 항공사고를 블랙박스와 관제 교신,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재구성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메이데이(Mayday)'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항공사고수사대' 또는 '에어 크래시 인베스티게이션(Air Crash Investigation)'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격자를 제압하는 과정에는 여러 승객이 힘을 보탰다. 당시 기내에 있던 치과의사 쇼타 무사예프는 조종실로 달려갔을 때 기장이 심각한 출혈을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기장의 출혈을 막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등 응급처치를 했다. 또 다른 승객들은 공격자가 다시 움직이지 못하도록 유선 헤드폰 등을 이용해 손발을 묶은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 아사프 라주안 역시 다른 승객들과 함께 공격자를 제압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사건 이후 로이터에 "생각할 겨를 없이 한 행동이었다"며 가족과 승객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항공기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부크 공항으로 방향을 돌려 비상 착륙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극단적인 급강하 과정에서 항공기 방향타 대부분이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뉴스항공기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부크 공항으로 방향을 돌려 비상 착륙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극단적인 급강하 과정에서 항공기 방향타 대부분이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하강 속도와 기체 손상에도 여객기가 추락하지 않은 것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상을 입은 기장 스미트 마흐차르는 인도 국적으로, 현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공격 혐의를 받는 부조종사를 체포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건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사건 직후 이를 '지하디스트의 테러 공격 시도'라고 규정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초기 성명에서 공격자가 기체를 추락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승객들의 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사건의 정확한 동기가 테러였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후 CBS와의 인터뷰에서 "납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격자의 행동이 "자살 시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테러나 정신적 문제에 따른 범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 알 수 없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플라이두바이 역시 "사건의 근본적인 이유와 동기는 현재 공식 조사 중"이라며 섣부른 추측을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항공사는 사건 이후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