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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는 데만 두달”…유기견과 가족이 되기까지

요약
  • 기자가 유기견 '쿠키'를 입양해 두 달 만에 가족으로 맞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유기동물 입양의 현실을 짚어봤다.
  • 전문가들은 동정심만으로 덜컥 입양하기보다 평생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시간적 여유와 환경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아울러 입양 후에는 동물이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일정한 생활 패턴을 제공하며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옹멍멍’ 집사가 몰랐던 것]

10월4일은 두번째 ‘동물보호의 날’
유실·유기동물 연간 9만6000마리
입양 전후 꼭 따져볼 준비와 책임
인천 계양구의 한 유기견 보호소가 지난해 올린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깻잎’의 입양 공고 캡처. 인천 계양구의 한 유기견 보호소가 지난해 올린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깻잎’의 입양 공고 캡처. “입양해 주세요. 깻잎이를 소개합니다.”

유기견 입양 게시글을 보고 수많은 고민 끝에 찾은 2025년 4월 인천 계양구의 한 유기견 보호소. 그곳에서 나무젓가락만큼이나 가느다란 네 다리에 4㎏을 겨우 넘는 앙상한 몸, 난생처음 보는 세 사람 앞에 슬그머니 다가와 꼬리를 마구 흔드는 낯선 아이를 마주했다.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깻잎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신혼부부 가정에서 파양된 뒤 새 가족을 기다리던 두살배기였다. 기자 가족도 수개월째 반려견 입양을 고민해온 터라,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의 성향과 생활 특성이 가족과 잘 맞겠다고 판단해 입양을 결정했다. “거센소리가 들어간 센 발음을 더 잘 알아듣는다”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쿠키’라는 새 이름도 지어줬다.

그때만 해도 ‘생각보다 금방 적응하겠는데’ 싶었다. 하지만 사람을 잘 따르는 것과 낯선 집을 온전히 ‘내 집’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집에 온 쿠키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츠리며 사람들의 움직임을 밤새 살폈다. 산책길에서는 온몸에 힘을 잔뜩 준 채 좀처럼 뛰지 않았고, 긴장할 때마다 몸을 부르르 털어댔다.

당근 모양 장난감을 물고 있는 반려견 ‘쿠키’. 당근 모양 장난감을 물고 있는 반려견 ‘쿠키’. 변화는 두달 후에 찾아왔다. 산책길에서 조금씩 몸에 힘을 빼더니, 집에선 거들떠보지 않던 당근 장난감을 처음 입에 물었다. 이내 거실을 제집처럼 우다다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제 가족이 됐구나’ 싶었다.

쿠키는 그렇게 새 가족을 만났지만, 아직도 보호시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물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약 9만6000마리다. 하루 평균 260마리가 넘는다. 이 가운데 새 가정으로 입양된 동물은 25.6%인 약 2만4000마리에 그친다.

10월4일은 법정기념일인 ‘동물보호의 날’이다. 올해 두번째 동물보호의 날을 맞아 기자가 직접 유기견을 가족으로 맞은 경험과 보호 현장의 조언을 통해, 한마리의 유기 동물이 가족이 되기까지 필요한 준비와 고려해야 할 현실을 짚어봤다.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불쌍하다고 덜컥?…입양 전 따져볼 것들=반려동물 입양 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내가 이 동물과 15년 혹은 그 이상,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이다.

김능희 서울시 동물보호과 동물복지시설팀장은 “결혼·출산이나 이사, 직장 변경 등 생활환경이 달라져도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지, 장기간 외출이나 여행 때 돌봄 방법이 있는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입양에 동의하는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의 첫인상보다 생활 환경이 잘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활동량이 많은 개라면 충분한 산책 시간이 필요하고, 낯선 사람을 어려워하는 동물이라면 비교적 조용한 생활환경이 더 잘 맞을 수 있다. 이미 키우는 반려동물이 있다면 다른 동물과 잘 지내는지도 살펴야 하고, 분리불안이나 행동 문제가 있다면 교육과 돌봄에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아지는 매일 산책·놀이·교감 시간이 필요하고, 고양이 역시 산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손이 덜 가는 것은 아니다. 놀이와 환경관리, 건강관리가 계속 필요하다. 

경제적인 부담도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입양 자체에 드는 비용보다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출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료·간식, 예방접종과 정기검진, 질병·사고 치료비, 미용비, 용품 교체비, 행동 교육비 등이 꾸준히 발생할 수 있다.

쿠키 역시 입양 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드러났다. 병원 검진 결과 실제 나이는 두살이지만 치아는 다섯살 이상 수준으로 부식이 심했다. 입양 직후 검진과 예방접종, 스케일링 등에 든 병원비만 약 60만원이었다. 그나마 치아 외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기에 이 정도였다. 

농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조사’에서 반려동물 한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12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개는 평균 13만5000원, 고양이는 9만2000원이었다. 매년 145만원이 꾸준히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노령기에 접어들면 수백만원대로 의료비가 늘어나는 일도 부지기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쌍해서’ 입양하기로 결정하지 않는 일이다. 김 팀장은 “‘불쌍하니까 데려와야겠다’는 마음은 좋은 출발점이지만, 동정심만으로 입양을 결정하면 안 된다”며 “입양은 구조활동이나 일시적인 보호가 아니라, 한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평생 책임지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입양 후엔 ‘기다림’부터…새 환경 적응이 먼저=입양이 끝났다고 바로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동물에게 새로운 집은 냄새도, 소리도, 사람도 모두 낯선 공간이다.

김 팀장은 “센터에서 보호받던 동물이 갑자기 낯선 집으로 오면, 처음부터 가족에게 잘 적응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 새로운 가족과 생활방식을 천천히 배운다고 봐야 한다”며 입양 후 보호자가 유의해야 할 다섯가지를 짚었다.

① 처음에는 ‘적응할 시간’ 먼저=처음부터 안거나 만지며 가까워지려 하기보다는 동물이 스스로 집 안을 탐색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숨어 있거나 사람을 경계한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행동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② 밥·산책·놀이 시간은 일정하게=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는 규칙적인 생활이 도움이 된다. 식사와 산책, 놀이, 잠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동물이 생활방식을 예측하면서 새집을 더욱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개는 매일 적절한 운동과 함께 주변 냄새를 충분히 맡을 수 있는 산책 시간이 필요하다.

③ ‘왜 이러지?’보다 ‘왜 그럴까?’부터=입양 후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사람을 심하게 경계하거나 혼자 있을 때 불안해하고, 짖거나 배변 실수를 하거나 다른 동물을 무서워하는 식이다. 김 팀장은 “행동을 ‘고치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과거 경험이나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이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④ 검진 받았다고 끝?…먹는 양부터 배변까지 살펴야=입양 당시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끝은 아니다. 집에 온 뒤에도 먹고 마시는 식사와 물의 양, 배변 상태, 피부와 털, 체중 변화를 꾸준히 살펴야 한다. 기침·구토·설사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⑤ 예상 밖 행동·질병 생겨도…끝까지 책임져야=무엇보다 입양 뒤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이나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 팀장은 “서울시립동물복지지원센터는 입양 후 가정 적응이 어려운 경우 동물훈련사를 지원해 적응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며 “센터 내 입양절차 안내에서도 원칙적으로 입양 후 파양은 불가하므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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