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별 ‘최적 가격’ 산출…경쟁사 가격도 표시돼
미 법원, AI 알고리즘이 가격 담합 돕는지 주시중
미국 캘리포니아주 델마르시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음식을 선택하고 주문할 수 있는 자동화 스크린(키오스크)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계 다국적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인공지능(AI)이 산출한 매장별 권고 가격을 따르도록 가맹점주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국 내 맥도날드 가맹점주 5명은 본사가 AI 가격 시스템을 쓰도록 압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본사는 “매장별 가격을 권고하는 시스템일 뿐 의무는 아니며, 최종 가격은 점주가 정한다”고 반박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점주들은 이 시스템으로 인해 같은 지역 안에서도 매장 간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확인한 결과, 캘리포니아주 프레스노의 직영점 두곳은 약 3㎞ 거리인데도 빅맥 햄버거 값이 5.69달러(약 7740원)와 6.89달러(약 9370원)로 21% 차이가 났다. 다만 로이터는 이 차이가 AI의 권고 때문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확인한 올해 6월 문서에는 본사가 점주들의 AI 권고 이탈 내역을 자세히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는 올해 1월부터 새 사업 기준에 따라 본사가 승인한 가격 AI 컨설턴트와 시스템에 적극 협력할 것을 점주들에게 요구했다.
이 시스템은 1만4000개 가까운 매장에서 하루 수백만건씩 쌓이는 거래 데이터를 기계학습으로 분석해 메뉴별 ‘최적 가격’을 내놓는다. 또 매장 고객들이 가장 많이 지불할 만한 금액을 판별하기도 한다.
점주용 화면에는 지역 고객의 지불 의향 등을 일부 근거로 한 ‘가격 민감도’ 안내가 뜨며, 웬디스·버거킹 등 인근 경쟁사의 온라인 메뉴 가격도 함께 표시된다. 다만 경쟁사인 두 회사는 “가격 결정에 AI를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점주들은 이 시스템이 팬데믹 이후 물가가 치솟던 때 큰 폭의 가격 인상을 권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이 시스템이 가격 인상폭을 줄이거나 일부 품목의 값을 내리라고 권고해 본사와 점주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본사는 점주 매장의 이익률과 관계없이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므로 가격을 낮춰 손님을 늘리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점주에게는 가격을 낮추는 게 부담이다. 올 7월 전미레스토랑협회는 임금과 임대료 등 운영비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36% 올랐다고 추산했다.
게다가 맥도날드의 AI 가격 시스템은 반독점법을 둘러싼 논란 소지도 안고 있다. 반독점법은 경쟁 관계의 사업자끼리 가격을 미리 맞추는 담합을 금지한다. 미국 법원과 규제 당국은 AI 알고리즘이 정한 가격이 이같은 담합을 돕는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