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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광사 종루 완주 송광사 종루는 국내 유일한 십자형 종루 건물로 처마장식이 예술의 극치미를 이룬다.(사진은 2014년 11월 29일 방문하여 촬영한 사진이다.) |
| ⓒ 정도길 |
추석연휴를 맞아 <108산사 순례> 여행을 떠났다. 고창 선운사와 내소사를 거쳐 하룻밤을 보내고 마지막 여정지인 완주 송광사로 향한다. 들녘에 고개 숙인 나락은 황금빛 물결로 일렁인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도 가을바람에 춤춘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늘 똑 같은 풍경을 보지만, 다른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이런 풍경은 왜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까.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인간의 이기적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추석날이지만 도로는 한산하다. 좌우로 펼쳐 보이는 산들은 가을 옷을 갈아입고 있다.
지난 25일, 추석날 완주 송광사를 찾았다. 송광사라면 먼저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순천 승보사찰 송광사(松廣寺)를 떠 올릴 것이다. 그런데 두 사찰 모두 한자 이름까지 같지만, 전혀 다른 사찰이다.
산속 아닌 평지에 있는 완주 송광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동안 몇 번 다녀왔던 사찰이라 눈에 익은 모습이다. 대개 사찰은 깊은 산속에 자리하는 것이 보통이나 이 사찰은 드넓은 평지에 있다. 이 자리는 백두대간의 기세가 멈추는 명당으로 조선 왕실의 호국과 대중교화의 염원을 담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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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광사 석조미륵대불입상 한 불자가 미륵대불앞에 서 소망을 비는 모습이다. |
| ⓒ 정도길 |
이 사찰의 가장 큰 기능적 특징을 알 필요가 있다. 평지에 건립된 사찰은 산 속 수행 도량과는 달리 인근 마을주민들과 가깝게 소통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불교를 전파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호남평야가 가까운 완주 땅은 예로부터 농산물이 풍부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곳이다.
여러 전란으로 지친 백성들의 아픔을 다듬어 주고 불법을 전파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를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평지이다 보니 다른 사찰과는 달리, 일주문부터 금강문, 천왕문 그리고 대웅보전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산문배치 형식으로 건립되었다. 이런 연유로 경사나 계단이 전혀 없어 누구나 편안한 걸음으로 고즈넉한 아름다운 산사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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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광사 대웅전 보물로 지정돼 있는 송광사 대웅전. 정면에는 대웅전, 오른쪽에는 유리광전, 후면에는 보광명전 그리고 왼쪽에는 무량수전이라는 각각 다른 현판을 걸어 놓았다. 참배객은 대웅전 한 바퀴를 돌며 사방불 세계 불국토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
| ⓒ 정도길 |
완주 종남산 송광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금산사의 말사이다. 송광사에는 국보급 문화재는 없으며 보물급 문화재로, 완주 송광사 대웅전(보물 제1243호), 완주 송광사 종루(보물 제1244호), 완주 송광사 소조사천왕상(보물 제1255호), 완주 송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복장유물(보물 제1274호) 그리고 완주 송광사 금강문(24. 4. 2. 국가보물지정) 등 5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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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광사 뒤로 보이는 송광사 지장전은 여느 사찰 지장전 크기보다 큰 전각이다. |
| ⓒ 정도길 |
아래 내용은 송광사 창건과 관련한 기록으로 송광사 홈페이지에서 옮겨왔다.
"송광사가 역사기록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통일신라 말이다. 보조 체징(普照體澄, 804~880) 선사가 설악산 억성사에서 수행하다 선법의 요체를 구하러 중국에 유학을 가던 길에 백련사가 영험도량이라는 소문을 듣고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 귀국해서도 가지산 보림사와 종남산 백련사에 번갈아 거주하면서 도의국사의 선법으로 널리 교화했다."
일주문 앞에 섰다. 여느 일주문과 달리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2개의 원기둥에 맞배지붕의 다포형식을 띤 건축물로 안정적이며 단아한 모습이다. 특별한 점은 좌우와 가운데 등 세 개의 용머리로 장식한 처마가 화려하다. 일주문에는 '입차문래자 막존지해(入此門來者 莫存知解)'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이 일주문을 들어오는 사람은 세속적인 생각이나 분별하는 생각을 버리고 오직 한 마음으로 불법에 귀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일주문을 넘어선다는 것은, '세속에서 부처님의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꼭 불자가 아니어도 사찰을 찾을 때 이런 점을 알고 간다면 한 순간이나마 정신수행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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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광사 일주문 송광사 일주문 처마는 화려하고 용머리가 장식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
| ⓒ 정도길 |
송광사 가람배치 특징,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일직선으로
앞서 언급하였듯, 이 사찰은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일직선으로 가람배치를 한 덕에 각 전각의 문을 통하여 끝에 자리한 대웅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문에는 금강역사와 동자상이 봉안돼 있다. 오른쪽에는 나라연금강과 코끼리를 탄 보현동자가 있다.
나라연금강은 코끼리의 100만 배 힘을 가지는데, 기합을 지르다보니 입이 벌려지게 된 것을 묘사한 것이다. 왼쪽 맞은편에는 입을 다문 밀적금강과 사자를 탄 문수동자가 있다. 송광사의 볼거리를 꼽는다면 전각의 외형적인 모습만 볼 게 아니라, 전각 안에 모셔진 다양한 소조상과 불상들의 표정을 보면 불교예술의 색다른 아름다움에 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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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연금강과 보현동자 완주 송광사 금강문은 보물로 지정돼 있는데, 금강문 오른쪽에는 나라연금강과 코끼리를 탄 보현동자가 있다. |
| ⓒ 정도길 |
대웅전 앞마당 우측에 큰 임시건물이 들어서 있고, '완주 송광사 종루 해체보수공사' 안내문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봤던 종루가 보이지 않는다. 송광사 동종(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38호)을 봉안한 종루는 보물로 지정된 중요한 문화재다. 2014년 11월 29일, 송광사를 방문했을 때 화려한 종루를 보고 한동안 넋을 잃었을 정도로 멍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송광사 종루는 조선 세조 때 건립하였고 임진왜란 때 불타 철종 8년에 다시 세웠다. 건물 평면이 십(十)자 모양으로, 일반적인 건축양식에서 십자형 건물은 흔치 않다. 이 종루는 국내에서 유일한 십자형 건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처마장식이 비길 데 없을 정도로 예술의 극치미를 이룬다. 사실 송광사를 아는 이라면 이 종루를 보러 올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사기간이 지난 8월 8일까지로 돼 있지만 아직도 공사는 진행 중이다. 새롭게 태어난 종루를 다시 와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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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광사종루 2014년 11월 29일, 송광사를 방문하여 촬영한 화려한 종루 처마 모습이다. |
| ⓒ 정도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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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루보수공사 송광사 종루 해체보수공사는 지난 8월 8일까지로 예정돼 있으나, 아직까지 공사 중에 있다. 언제쯤 새로운 모습의 종루를 볼 수 있을까. |
| ⓒ 정도길 |
대웅전 불전에 공양미를 올렸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으로 육법공양이 있다. 여섯 가지는 향, 등, 꽃, 과일, 차 그리고 쌀 등이 있다.
향은 번뇌를 태우고 향기로운 덕을 드러내는 해탈향, 등은 어둠을 밝혀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비추는 반야등, 꽃은 자비를 베풀고 아름다운 선행을 실천하는 만행화, 과일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열매를 맺는 보리과, 차는 삼독(탐, 진, 치)을 씻어내고 맑고 평온한 마음을 가지는 감로다, 쌀은 불법을 만난 기쁨과 정진을 뜻하는 선열미를 상징한다.
공양은 물질적인 크기보다 지극한 정성과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다. 108배로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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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웅전삼불좌상 완주 송광사 대웅전과 완주 송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복장유물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법당 안 가운데 본존불인 석가여래상은 높이 약 5.5m, 좌측 약사여래상과 우측 아미타여래상은 높이가 각각 약 5.2m로, 진흙으로 빚은 소조불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규모의 크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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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양 한 그릇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는다
오늘은 공양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사찰에서 발우공양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 독송하는 '오관게 (五觀偈)'가 있다.
計功多少量彼來處(계공다소량피래처)
忖己德行全缺應供(촌기덕행전결응공)
防心離過貪等爲宗(방심이과탐등위종)
正思良藥爲療形枯(정사양약위료형고)
爲成道業應受此食(위성도업응수차식)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온갖 정성과 공덕을 헤아리네
내 덕행과 수행으로는 이 공양을 받기가 부끄럽고
마음의 온갖 욕심과 탐심을 버리고 허물을 막아
이 음식을 육신을 지탱하는 좋은 약으로 삼아
깨달음의 길을 이루고자 이제 이 공양을 받습니다
과연 나는 오늘 공양 한 그릇 할 수 있는 일을 했는가. 또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묻는다. 마음 밑바닥에는 욕심과 탐욕으로 얼룩져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나를 파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묻는다. 남은 생애 끊임없는 수행과 정진으로 깨달음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해 본다.
대웅전 문을 나서 다시 절 한 바퀴를 돌았다. 송광사 대웅전은 전면에 대웅전, 오른쪽 유리광전, 후면에 보광명전 그리고 왼쪽에는 무량수전이라는 현판을 달았다. 이는 사방불(四方佛) 사상으로, 법당 자체가 우주의 중심인 불국토 그 자체임을 상징하는 의미다.
나는 동서남북 대웅전을 한 바퀴 돌면서 불국토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송광사 지장전의 크기에 놀랍다. 전면 5칸 측면 3칸 규모로 일반 사찰보다 배 정도 큰 규모가 특징이다. 왜 이렇게 크게 지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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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엽 생명이 다해 떨어진 저 낙엽 속에 '나'라는 낙엽 하나가 가을바람으로 바닥에 뒹구는 모습이 쓸쓸하다. |
| ⓒ 정도길 |
늦은 시간 도착한지라 날이 어둑해져 오고 있다. 걸음을 서둘러 일주문을 나왔다. 떨어진 낙엽을 보니 쓸쓸함이 밀려온다. 추석연휴 하룻밤을 보내며 고창 선운사와 부안 내소사를 들러 완주 송광사까지 3개의 사찰을 여행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산사를 순례하는 것일까. 가랑비가 내린다. 비바람에 휩쓸려 가는 저 낙엽 속에 '나'라는 낙엽 한 조각도 함께 쓸려 가는 느낌이다. 차창 밖 풍경은 뒤로 밀려나고 나의 안식처는 가까이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여행, 인생여정>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