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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나뭇잎 떠나보낼 때 나무는 슬플까요?"

요약
  • 필자는 방과 후 아이들과 함께 백사실 계곡을 찾아 여름과 가을 숲의 변화를 오감으로 관찰하고 자연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나누는 수업을 진행했다.
  • 낙엽을 던지며 현재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오히려 삶의 태도를 배웠고, 숲에서의 깊은 여운을 되새겼다.
백사실 계곡 가을 숲 수업, 현재를 즐기는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가을 하늘
ⓒ 이정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이 물러났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며 무더위로 달궈졌던 땅을 식혀주었다. 8월 무더위에 미뤘던 숲 탐험대 수업을 위해 지난 9월 18일 방과 후에 아이들과 만났다. 봄부터 수업을 진행해 왔던 백사실 계곡에 가는 길. 푸르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깊고, 부드러운 가을빛이 피부에 닿는 느낌에 온몸이 따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숲길을 따라 들어가자, 키가 큰 나무 아래 그늘진 곳에 떨어진 굵은 은행알이 으깨진 향이 진하게 퍼져 나왔다. 누군가는 "윽" 하고 얼굴을 찌푸렸고, 누군가는 코를 막고 뛰어갔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는 그 또한 가을숲이 내뿜는 향이라고 느끼며 더 크게 코를 벌름거리며 계속 걸어 나갔다.

9월의 숲에 도착해서 숨을 고른 우리는 둥글게 서서, 같은 음에 비슷한 가사가 반복되는 발도르프 노래를 불렀다.

가을이 오면/높푸른 하늘/빛나는 햇살/감이 익어요.
가을이 오면/높푸른 하늘/빛나는 햇살/밤이 익어요.
가을이 오면/높푸른 하늘/빛나는 햇살/단풍 들어요.

노래를 부른 뒤에는 노래 가사처럼 가을이 와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마치 다른 그림 찾기처럼 여름 숲과 가을 숲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활동부터 시작해 보았다. 작은 발로 숲 곳곳을 누비던 아이들은 '메뚜기처럼 땅에서 뛰어다니는 곤충이 많아졌다.

모기가 사라졌다. 열매가 달려있거나 떨어져 있다. 나뭇잎 색이 변했다. 매미 소리가 안 들린다. 하늘이 더 멀어졌다.' 등등 자신이 느낀 감각적 차이 등을 종이에 옮겨 쓰고서 나누었다.

▲  잎이 타들어 간 나무들
ⓒ 이정현

나도 아이들과 함께 찬찬히 숲을 둘러보는데, 갈색빛으로 단풍이 든 줄 알았던 나뭇잎들이 가까이서 보니, 바싹 말라 타들어 가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나뭇잎으로 우수수 떨어진 나무를 보니, '나무도 그만큼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구나'라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무줄기를 가만히 쓰다듬는데, 물기 없는 줄기도 마치 화상이라고 입은 듯 건조하고도 거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뿌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나무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숲이 나에게 건네는 질문

각자의 시선과 속도대로 숲의 변화를 관찰하고 난 우리는 크고 작은 돌에 앉아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었다.

도마뱀은 어디서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구할까?
새들은 어디에서 마지막 눈을 감을까?

와 같이 질문만으로 이루어진 시였다.

시를 읽고 나서는 다시 숲을 둘러보며 나만의 질문들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눈길을 끄는 것, 들리는 소리, 향이나 냄새, 땅을 밟는 감각, 만졌을 때의 느낌 등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더 궁금한 것들을 질문으로 만들어 보았다.

네루다의 시에서처럼 마치 그 대상에게 말을 거는 듯한 어조로 질문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한 명당 세 개씩 질문을 만들고, 그중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친구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질문을 나누고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에 대한 답도 함께 상상해 보자고 했다.

▲  숲에서 질문 찾고 나누기
ⓒ 이정현

▲  질문 찾기 수업
ⓒ 이정현

"돌은 왜 딱딱할까?, 가을 하늘은 왜 더 푸를까?, 단풍은 어떻게 드는 걸까?" 등 주변의 숲속 생명이나 자연을 관찰하며 나온 질문들이 많았고, 평소 곤충에 관심이 많은 자림이는 "매미와 귀뚜라미는 배고파서 우는 걸까, 짝을 찾아 우는 걸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리현이는 "나뭇잎을 떠나보낼 때 나무는 슬플까?"라며 나무를 사람처럼 의인화해서 나무의 감정을 느껴보는 질문을 던져, 많은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으로 꼽기도 했다.

나는 수업을 마무리하며 오늘 만든 질문 중 하나를 우리 가슴 속에 품고 가자고 했다. 당장 답을 찾지 못해도, 구부러진 물음표 위를 잡아당기면 느낌표가 되듯이 언젠가 "아하!" 하고 알게 되는 때가 올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질문하다 사라진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바닥에 쌓인 낙엽을 던지며 놀았다. 서로에게 낙엽을 뿌리기도 하고, 함께 낙엽을 모아 "하나, 둘, 셋" 하며 동시에 던지기도 했다. 폭죽처럼 하늘로 솟아올랐다 비처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는 나이'라는 게 진짜 있구나 싶었다. 낙엽 비를 맞은 아이들의 머리카락에는 낙엽핀이 가득 붙어있었다. 아이들은 서로의 머리카락을 쓸어주거나 털어주며 또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얼굴에도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현재 주어진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기쁨 속에서는 고민도, 질문도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더 가르칠 것이 있을까, 오히려 내가 잊은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이 들었다. 앞서 읽었던 네루다 시의 마지막 구절이 산에 내려오는 내내 가슴 속에 맴돌았다.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추측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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