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대법원 앞에서, 이주노동자와 이주·노동·시민사회·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이주노동자 재판받을 권리 박탈하는 한국어뿐인 약식명령 규탄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혼자서 경찰서와 법원에 간다는 것의 어려움
가끔 지인들로부터 ‘법원에서 서류가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하나’ 등의 연락을 받는다. 당황하고 초조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일단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라고 마음을 달랜 후 법률 절차에 관해 설명해 준다.
사법기관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고 법률적 대응을 혼자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AI가 발전하면서 변호사 없이 혼자서도 소송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복잡하고 어려운 법률 용어나 절차를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인 경찰서나 법원에 혼자 간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이 된다. 낯선 나라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경찰서에 가거나 법원에 가는 것은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두려운 일이다. 게다가 모든 절차와 안내가 대부분 한국어로 통지되기 때문에, 형사·사법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외국인의 경우 사법절차의 결과 벌금이나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면, 이 문제는 단순히 벌금을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체류와 신분 관계에도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민에게 사법절차의 어려움과 공포는 배가 돼
이주민들과 함께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상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사법절차에서 이주민이 과연 동등한 시민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하면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법률 절차의 어려움은 단순히 말이 어렵거나 복잡하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언제까지 반드시 제출하라고 정한 기한을 놓쳐서 서류를 늦게 제출하는 경우, 내가 재판 등을 통해 다툴 권리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또 서류를 제출하거나 경찰조사, 법원 등에 출석해서 특정한 주장이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나의 의도나 내심의 생각과 다르게 법률관계가 확정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큰 일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경찰조사를 받다가 무심코 내뱉은 진술 등이 추후 불리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형사소송 절차 중에 ‘약식명령’이라는 절차가 있다. 쉽게 말하면 형사재판을 정식으로 하는 대신 법원이 수사 결과를 통해 확인된 서류와 사실관계만을 가지고 유죄 판결을 내리는 절차이다. 벌금 이하의 경미한 처벌에만 이러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피고인이 어떠한 주장도 하지 못하고 유죄 판결이 나오는 명령이기 때문에, ‘정식으로 재판을 받을 권리’도 동시에 보장하고 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7일 내에 정식재판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2019년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진행하는 “이주민을 위한 법률 통역 입문과정” 교육 현장. [사진 제공] 이주민센터 친구 문제는 약식명령 절차 안내와 ‘정식재판 청구’에 관한 안내가 모두 한글로 되어있다는 것.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들은 해당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노동하는 외국인의 경우, 회사의 다른 직원이나 우편 접수대에서 우편을 대신 받고, 뒤늦게 전달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회사에 도달할 때부터 명령서를 받은 것으로 취급되어, 이미 당사자가 법원에서 온 약식명령서를 받았을 때는 정식재판 청구 기간이 지나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본인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유를 소명하여 정식재판청구권을 회복하는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름도 긴 이 회복 청구를 외국인 스스로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타인이 법원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았다는 이유로, 그리고 한글을 몰라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쉽게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사실상 외국인 혼자 이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기한을 놓치거나, 오역 하나에 유죄 판결이 날 수도…
강제퇴거까지 이어지는 삶의 위기 맞는다면 ‘이것은 공정한가?’
실제로 〈이주민센터 친구〉에서도 한국인 남편과 이혼을 준비 중이던 이주민 여성의 정식재판청구의 ‘회복 청구’를 지원한 적이 있다. 등록된 주소지가 같다는 이유로 내담자의 남편이 약식명령서를 대신 받았고, 내담자는 뒤늦게 해당 명령서를 확인했지만 한글을 몰라 아무런 대처를 못했다. 그 후 이주민 지원 기관을 통해 ‘이주민센터 친구’에 연계되어 법률 상담을 받은 뒤에야 겨우 약식명령의 내용을 인지했고, 정식재판 청구를 어렵게 신청한 사례였다.
경찰조사의 통역에서도 한국어를 몰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배우자와 싸우던 도중 물티슈를 뽑아 흔들었다’라고 진술했으나, ‘배우자와 싸우던 도중 물티슈를 휘둘렀다’라고 통역이 일부 오역된 것이었다. 이로 인해 내담자는 배우자에 대한 폭행이 있었다고 인정되어, 실제 검사에 의해 기소되기도 했다. 이 내담자의 경우 소송구조를 받게 되었고, 재판에서 “경찰 조서에 적혀있던 ‘휘둘렀다’는 진술은 실제 내담자가 진술한 내용이 정확하게 통역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주장하였다. 다행히 이 주장이 인정되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사법절차와 유죄 판결이 외국인의 체류자격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거나 누적 벌금액이 500만 원 이상인 외국인은 강제퇴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법무부 내부 지침이기 때문에, 추후 세부적인 내용은 바뀔 수 있다.)
물론 형사절차에서 잘못이 인정되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 같은 벌금형이라도 내국인과 달리 한국에서 쌓아온 생활기반 전체를 잃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불이익이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은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도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실관계를 다툴 수 있는 공정한 재판절차가 더욱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외국인을 위한 통번역 제도는 ‘있으나, 한계가 명확’
외국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조사 과정에서, 그리고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통역 지원 제도가 있다. 경찰 수사와 관련된 규칙, 검찰 수사와 관련된 규칙에도 외국인의 경우, 한국어를 못하거나 외국어로 조사받기 원한다면 통역을 제공하게 되어있다. 경찰, 검찰에서 운영하고 있는 통역 인력풀에서 통역을 제공한다.
법원의 경우도 민사와 형사 절차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당사자의 신청이나 재판장의 직권에 의해서 통역이 제공된다.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통역이 전부 무료는 아니고 소송비용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으나, 소송구조를 받는 경우에는 그 비용이 지원되기도 한다. 또 법률 절차에 대한 정보를 외국인에게도 제공하기 위해서, 법원에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외국인을 위한 법률 안내’를 제공하기도 한다.
2026년 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이주민 통·번역 활동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6년 8월부터 11월까지 이주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통역 및 번역이 필요한 현장의 지원 요청을 받고 있다. 자세한 설명은 이주민센터 친구 홈페이지(www.chingune.or.kr) 참조 그러나 아직은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한다고 할 만큼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몇몇 조사절차와 재판 단계에서의 통역 서비스를 제외하고, 외국인에게 제공되는 통·번역은 웹사이트나 일부 영어로 번역된 통지서 등이 전부이다. 한국인도 단순히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법률 관련 정보만 보고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행사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즉, 사법절차란 매우 개별적이고 구체적이기 때문에 결국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별 절차에서 각기 맥락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보 제공, 통역 서비스, 번역 제공 등이 필요하다.
‘특혜’가 아닌 ‘공정’의 문제…언어 접근성 보장되어야
누군가는 ‘외국인에게 그렇게까지, 법률 통역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외국인에게 혜택을 준다는 관점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법률 절차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게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사법절차란 국가가 개인의 권리와 의무를 결정하는 과정이며, 나아가 형벌을 부과하기까지 하는 절차이다. 그런 절차에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닌 ‘공정성’의 문제이다. 그리고 단적인 예로, 한국 국적자이지만 해외에서 장기간 살아서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통역·번역 서비스는 단순히 ‘외국인’만을 위한 제도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 노인, 아동, 일부 범죄피해자 등 사법절차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선 변호사를 지정해 주거나 진술 절차를 도와줄 수 있는 보조인을 지정하는 제도들이 있다. 또한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해 법원과 공공기관에서는 소송구조 제도를 운영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발달장애인들이 판결의 결과를 이해하기 쉽도록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을 작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특정 집단에 대한 혜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공정하게 사법절차를 운영하기 위한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주민의 언어 접근성의 문제도 법률 절차가 얼마나 공정하고 안전하게 운영되는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서류 하나를 제때 이해하지 못하거나, 진술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 결과가 강제퇴거라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통역과 번역을 제공하는 것은 선택적인 친절이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서 자리잡아야 한다.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면, 경찰서와 법원에서도 누구나 공정한 절차에 접근할 수 있도록 언어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마땅하다. 이주민이 낯선 언어와 절차 앞에서 자신의 권리를 잃지 않도록,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통역·번역과 정보 제공이 더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필자 소개] 이제호 :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상근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인권, 교육기본권, 이주인권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주배경아동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