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자녀는 중국에서 온 말이다. 중국어로는 ‘취안즈얼뉘(全職兒女)’라고 한다. 2022년 말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이 말은, 2023년 6월 중국의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널리 퍼졌다. 직장을 다니는 대신 집안일과 가족 돌봄을 맡고, 부모에게 생활비나 용돈, 때로는 월급을 받는 형태를 가리킨다.
최근 2~3개월 전부터 전업 자녀에 관한 브이로그와 정보성 영상, 다큐멘터리 등이 다양하게 올라온다. 앞서 언급한, ‘KBS에 출연한 은둔 전업 자녀’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지새기의 인간극장’도 그중 하나다.
전업 자녀는 직장을 다니는 대신 집안일과 가족 돌봄을 맡고, 부모에게 생활비나 용돈, 때로는 월급을 받는다. ©유튜브 채널 ‘지새기의 인간극장’ 갈무리전업 자녀 브이로그는 딱히 숨기는 부분이 없다. 어떤 집안일을 어디까지 맡고,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지 풀어낸다. 출퇴근은 없지만 책임은 있다.
88만원 세대, N포 세대, 전업 자녀··· 다음은?
직업이 유튜브를 들여다보는 일이라 나는 이 장르의 앞 세대를 기억한다. 한두 해 전만 해도 비슷한 방을 찍은 영상들의 제목은 ‘백수’ ‘무직’ ‘은둔형 외톨이’ ‘쓰레기 집’이었다. 톤은 담백했다. 치우지 못한 방을 그대로 보여주고, 오늘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적었다. 제목이 곧 자기 상태였다. 전업 자녀 브이로그는 조금 다르다. 맡은 일과 함께 하루 일과를 보여준다.
백수는 상태를 말하지만 전업 자녀는 하는 일을 말한다. 청소와 빨래, 장보기, 조부모 돌봄까지 목록으로 댈 수 있다. 그래서 이 브이로그는 우울하지 않다. 하루가 규칙적이고 화면이 밝다. 자신이 가족 안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도 엿보인다.
‘KBS에 출연한 은둔 전업 자녀’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지새기의 인간극장’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지새기의 인간극장’ 갈무리지난 7월 발표된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2인 가구가 전체의 66.1%다. 평균 가구원은 2.16명이다. 가구는 이만큼 작아졌는데 가족이 해온 일은 줄지 않았다. 밥을 하고, 아픈 사람을 병원에 데려가고, 누가 일자리를 잃으면 몇 달쯤 버티게 해주는 일 말이다.
같은 시기 조카 한 명에게 이모와 삼촌이 줄줄이 지갑을 여는 영상, 친구와 살림을 합친 사람들의 영상, 남매가 부모를 나눠 돌보는 영상도 늘었다. 한편에서는 ‘가족의 일’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분담하기 시작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미취업 기간의 의식주 해결과 맞바꾼 ‘거래’로 가족의 일을 담당하는 전업 자녀가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이 브이로그를 보면서 남의 집을 구경하고 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오히려 몇 년 뒤 ‘나의 방’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달까. 청년을 부르는 이름은 최근 20년 사이 여러 번 바뀌었다. 88만원 세대, 니트족, N포 세대, 그리고 전업 자녀. 다음 이름도 누군가 붙일 것이다. 다만 이름이 바뀌는 동안에도 호명되는 이들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전업 자녀’ 다음은 무엇일까.
최근 2~3개월 전부터 전업 자녀에 관한 브이로그, 정보성 영상, 다큐 영상 등이 다양하게 올라온다. ©유튜브 채널 SBS 뉴스 갈무리▶유튜브 채널 ‘지새기의 인간극장’: KBS 출연한 은둔 전업 자녀, 6개월 뒤에 생긴 일 브이로그 https://youtu.be/R9pRdRyNkNg
▶유튜브 채널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탕핑족의 최종 진화’ 집에 취직하는 중국 청년들 ‘전업자녀’ https://youtu.be/jJOQHhT7jl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