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재·통신비에서 ‘충격 흡수’ 뚜렷…X세대가 MZ세대보다 민감도 낮아
자산 적고 DSR 높은 가구서 적응행태 두드러져…가계별 대응 격차 확인
1997년 이후 반복된 고환율이 소비행태 바꿔…한은 “정책 예측 가능성 높여야”
“단기 충격 완화 넘어 가계 적응 지원 필요”…계층별 맞춤 대응 주문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BOK 경제연구: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환율급등 경험이 많을수록 환율 상승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사진=조세일보 DB원·달러 환율이 급등해도 가계소비가 과거만큼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는 연구가 나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환율 충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가계가 높은 환율 수준에 점차 적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사회생활을 시작해 수차례 환율 급등을 경험한 X세대에서 이 같은 '고환율 내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환율 충격 경험이 적은 MZ세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BOK 경제연구: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환율급등 경험이 많을수록 환율 상승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작성에는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최영준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가계의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분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는 상황에서도 가계소비가 외환위기 당시처럼 급격히 얼어붙지는 않았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국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최근에는 환율이 급등해도 가계소비가 상대적으로 덜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실증분석 결과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가계의 환율급등 경험이 축적될수록 환율 상승에 대한 소비의 민감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책당국이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체계를 강화한 데다 경제주체들도 반복되는 환율 변동에 맞춰 소비 방식을 조정해 왔기 때문이다.
환율 급등을 일회성 위기로 받아들이기보다 반복될 수 있는 경제환경의 변화로 인식하면서 가계가 소비 시점과 지출 항목을 조절하는 적응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필수재보다 선택재에서 두드러졌다. 세부 항목 가운데서는 통신비를 중심으로 적응적 소비행태가 뚜렷하게 관찰됐다. 환율이 오르더라도 가계가 모든 지출을 일률적으로 줄이기보다는 품목별로 소비를 조정하며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대별로는 X세대의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X세대는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 등 여러 차례의 환율 급등을 경험했다. 반복된 위기를 거치면서 고환율에 대응하는 소비 습관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통상 1985년 이후 출생한 MZ세대는 환율급등 경험이 비교적 적어 고환율 환경에 대한 적응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부국장은 "환율급등 경험이 많은 세대일수록 변화한 경제환경에 적응하면서 가계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줄어드는 결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가계의 재무 여건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자산 규모가 작은 가계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계에서 환율급등에 대한 적응적 소비행태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경제적 제약이 큰 가계일수록 반복되는 충격에 맞춰 지출 구조를 적극적으로 조정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영준 부국장은 "분석 결과는 가계가 반복적인 환율급등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이에 따라 정책 역시 단기적인 충격 완화뿐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의 적응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의 적응적 소비행태가 이질적으로 나타난 만큼 관련 정책은 가계의 소비행태 변화와 계층 간 소비 격차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