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타북 공항에 비상착륙한 플라이 두바이 여객기 ⓒEPA 연합뉴스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여객기의 부조종사가 기장을 흉기로 찔러 추락을 시도했으나 승객들에게 제압당하면서 비상착륙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두바이국제공항을 출발해 텔아비브 벤구리온국제공항으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FZ1073편이 사우디아라비아 타북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FZ1073편은 이날 오전 7시 5분 두바이국제공항을 출발해 이륙 90분쯤 뒤 '코드 7700'과 '코드 7500'을 잇달아 발신했다. 코드 7700은 일반 비상 상황을 뜻하고, 코드 7500은 불법적 간섭이나 피랍을 의미한다.
항공기는 첫 비상 신호를 발신하기 전 급격하게 고도를 낮췄다. 로이터통신은 항공기 비행기록을 인용해 여객기가 30초도 안 돼 약 1만4000피트(약 4267m)를 급강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비행기가 급강하하고 승객들이 비명을 질르는 등 충격에 휩싸였다. 승객들이 조종석으로 뛰어들어 공격자를 제압했다.
항공기는 안정을 되찾은 후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 착륙했다.
승객들은 수요일 저녁 대체 편을 통해 이스라엘에 도착했으며, 기다리던 가족 등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174명가량이 탔고, 이 가운데 100명 넘는 이스라엘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승객 나아마 베르샤드스키는 AP에 "눈을 감고 좋은 결말을 기도했다. 우리는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항공 전문가들은 꼬리날개의 방향타 대부분이 뜯겨 나갈 정도로 극심한 급강하 이후에도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번 상황이 비행 중 조종사 2명 사이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조종사들이 비행 중 몸싸움을 벌인 뒤 긴급 신호가 발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조종사가 다투게 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종사 간 충돌 과정에서 흉기가 사용됐다는 승객 증언도 나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타북발 플라이두바이 대체 항공편으로 도착한 이스라엘 승객들의 모습 ⓒEPA 연합뉴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오늘 오전 매우 심각한 안보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여객기가 이스라엘에 접근했을 때 조종사 중 한 명이 다른 조종사를 찌르고 승객들과 함께 비행기를 고의로 추락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여객기 탑승객 거의 전원이 이스라엘인이었다"면서 "내가 직접 통화한 한 이스라엘인 승객이 기내 승무원 1명과 함께 조종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기체 시스템을 훼손하려던 문제의 조종사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2분 만에 1만7400피트를 급강하한 뒤 사우디 영공에서 기수를 돌려 타북의 프린스 술탄 빈 압둘아지즈 공항에 착륙했다.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174명가량이 탔고, 이 가운데 100명 넘는 이스라엘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만 국적의 부조종사가 평소 종교적 극단주의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채널16 방송에 따르면, 한 플라이두바이 소속 조종사는 인도인 기장을 흉기로 찌른 오만 출신 부조종사가 불과 8개월 전 이 항공사에 입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의 부조종사에 대해 "하루 종일 지나치게 기도를 많이 했으며, 여성들과 악수하는 것조차 거부했다"며 그가 종교적 극단주의 성향을 띠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용의자를 심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향후 유사한 시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이스라엘 보안 당국에 지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