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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F-21·FA-50 동시 생산, 전투기 수출 신화 잇는다

요약
  •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고정익동 공장에서는 한국 공군의 차세대전투기 KF-21과 경공격기 FA-50이 동시 생산되고 있다.
  • KF-21은 양산 1호기가 출고되어 공군에 인도되었으며, FA-50 계열 기체는 지난 15년간 6개국에 150대가 누적 수출되는 등 K-방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KAI 사천 현장을 가다] ‘K-방산의 심장’ KAI 고정익동 생산 현장

● 경남 사천 KAI 고정익동, 축구장 3개 크기
● 일반 항공기 = 고정익, 헬기 = 회전익
● 3월 KF-21 양산 1호기 출고…9월 22일 공군 인도
● 한 달에 KF-21 최다 2대, FA-50은 3대 생산
● 전투기 전선만 20㎞, 조립 오차 1000분의 1인치
● 사람 손으로 배선·부품 체결…“사람 없으면 일 안 돼”
● 동체 결합은 로봇이 담당…오차 1000분의 1인치
● FA-50 계열, 15년간 6개국에 누적 150대 수출


9월 8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 공장 내부 모습. KAI 9월 8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 공장 내부 모습.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고정익동은 축구장 3개 크기 규모입니다.” KAI 관계자는 9월 8일 경남 사천 KAI 고정익동을 견학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KAI가 생산하는 항공기는 크게 고정익과 회전익으로 나뉜다. 고정익은 날개가 고정됐다는 의미로 통상 항공기 대부분이 고정익에 해당한다. 고정익동은 이 비행기를 생산하는 공장이다.한편 회전익은 날개가 회전한다는 의미로 대부분의 헬기가 회전익에 해당한다.

축구장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고정익동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축구장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정익동 내부는 연녹색 기체 수십 대로 가득 차 있었다. KAI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도색 전 비행기의 큰 부품들은 대부분 연녹색 상태라고. 기체 조립을 끝낸 뒤 전자장비 장착을 마치고, 점검을 끝내면 그제야 도색에 들어간다. 수십 대의 연녹색 항공기가 순서대로 조립되는 광경에서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항공기는 두 종류다. 한국 공군의 차세대전투기인 KF-21과 폴란드 수출을 시작으로 K-방산의 성공 사례가 된 FA-50 계열 경공격기와 훈련기들이다. FA-50의 원형은 초음속 훈련기인 T-50이다. T-50에 무장과 레이더를 달아 공격 역량을 갖춘 것이 FA-50이다.

전투기 조립에 꼭 필요한 ‘사람의 손’기자가 이곳을 찾은 건 3년 만이다. 2023년 당시만 해도 KF-21의 시제기 양산이 끝난 상태였다. 대부분 FA-50을 생산하고 있었고, 공장 일부에서는 KF-21 시제기 부품이 간혹 보였다. 그러나 2026년 3월 KF-21 양산 1호기가 출고된 뒤부터는 고정익동에서 KF-21의 양산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9월 22일 KF-21 양산 1호기는 사천 KAI 고정익동에서 공군에 인도됐다. 절차를 마친 KF-21은 사천 상공을 선회하고 최초 운용기지인 경북 예천 기지로 이동했다. KAI 관계자는 “시제기는 말 그대로 기체의 성능을 시험하고 결함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기체라면 양산기는 완성돼 당장 현장에 배치될 기체”라며 “성능과 조립 난도가 시제기보다 높은 편”이라 설명했다.

KF-21을 비롯한 고정익동에서 생산되는 기체의 생산공정은 고정익동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에서 오른쪽 활주로 방향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알루미늄 강판으로 시작해 가장 왼쪽의 연녹색 기체가 동체·날개 결합과 전자장비 장착, 각종 점검과 도색을 차례로 거치며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이렇게 KF-21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총 28개월 남짓. 하지만 순차적으로 조립이 진행되는 방식이라 현재는 한 달에 최다 2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고정익동 내부에서는 남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 수십 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로봇팔은 보이지 않았다. 좁은 기체 안에 수많은 배선과 장비를 집어넣고 부품을 체결하려면 결국 사람의 팔이 직접 들어가야 한다. 전투기 조립 상당 부분이 사람 손을 거치는 이유다. 현장 관계자는 “사람이 없으면 일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배선 정리 및 부품 체결이 끝나면 조각조각 나눠진 동체를 붙인다. 이 작업을 로봇이 담당한다. KAI 측 설명에 따르면 조립 오차는 1000분의 1인치, A4용지 두께 4분의 1 수준이다. KAI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 붙이는 작업도 사람이 하다 보니 항공기 한 대를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지금은 로봇이 이 작업을 담당하는 만큼 기체 완성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말했다.

매 단계를 지날 때마다 조립이 제대로 됐는지 검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KAI 관계자는 “항공기는 워낙 복잡한 기계라 조립이 끝나고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에서 고장이 났는지 바로 알아내기 쉽지 않다”며 “이를 막기 위해 매 단계 검사하면서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생산하는 전투기 KF-21. KAI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생산하는 전투기 KF-21. KAI 
T-50을 기반으로 만든 국산 초음속경공격기 FA-50. KAI T-50을 기반으로 만든 국산 초음속경공격기 FA-50. KAI
KF-21, FA-50 이어 수출 효자 꿈꾼다오른쪽 끝에 도달한 기체는 지상전원장치(GPU)를 연결해 각종 전자장비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연료 계통과 기밀 상태 등을 최종 점검한다. 각종 전자 센서류와 유압 장비 혹은 연료계통 제어장치를 연결하는 전선 묶음을 ‘와이어 하네스’라 하는데 KF-21에 들어가는 와이어 하네스의 총연장만 20㎞에 달한다. 와이어 하네스를 설치하고 이를 점검하는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시험비행을 준비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비행기가 된다. 시험비행을 3회를 마치고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그제야 납품할 수 있다.

고정익동의 절반이 KF-21 생산 라인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FA-50 생산 라인이다. FA-50과 그 원형이 되는 T-50 계열 전투기는 KAI 고정익 사업의 수출 효자다. 2011년 인도네시아 수출을 시작으로 이라크, 필리핀, 태국, 폴란드, 말레이시아에 수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계약된 수출 물량만 총 150대.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에 수출되는 기체는 총 18대다. 이날 고정익동에는 말레이시아에 수출될 FA-50M이 주로 생산 라인에 올라가 있었다. 주 생산 기체가 말레이시아 수출용이라서인지 항상 고정익동 한편에 걸려 있는 태극기 옆에 말레이시아 국기가 걸려 있었다.

FA-50의 생산과정은 KF-21과 비슷하다. 먼저 날개를 제외한 동체를 로봇이 조립한다. 이후 KF-21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기체 내부에 들어가 장비를 손으로 조립해 넣는다. FA-50에 들어가는 와이어 하네스의 총연장은 18㎞로 KF-21보다 2㎞ 짧다. 동체 조립이 끝난 뒤 날개를 장착한 뒤 내·외부 조립을 마치면 완성이다. KAI 측 설명에 따르면 현재 고정익동 설비 기준 FA-50은 한 달에 3대씩 생산 가능하다.

이날 고정익동에는 FA-50M 외에도 다양한 FA-50 관계 기종이 제작되고 있었다. 한국 공군 훈련용 기체인 T-50은 물론 폴란드에 납품하는 FA-50PL도 볼 수 있었다. KAI 관계자는 “최근에는 FA-50에 최신형 레이더인 AESA 레이더가 탑재되고 무장 수준도 올라가 다양한 국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추후 KF-21이 정식 배치되고 그 성능을 보이면 FA-50과 함께 해외 방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 설명했다.

연녹색 동체로 시작해 사람의 손과 로봇의 정밀함을 거쳐 완성되는 이 전투기들이, 앞으로 몇 개의 국기를 고정익동 한편에 더 걸게 될지는 KF-21의 실전 성능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KF-21도 FA-50의 수출 대박 행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F-21은 경쟁 기종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부족한 것은 실전 운용 데이터뿐인데 훈련이 많은 한국군이 운용한다면 금방 운용 실적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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