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 GETTYIMAGES |
품 많이 드는 잡무를 빠르게 대신해주는 일머리와 중요한 결정은 미리 상사의 판단을 구하는 센스까지 갖춘 이 비서는 인간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메타가 최근 출시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agent) ‘뮤즈(Muse)’다.
AI 비서라고 할 수 있는 뮤즈가 출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9월 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과 캐나다에 출시된 뮤즈는 이틀 만에 북미 앱스토어 다운로드 2위에 올랐고 열흘 후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앱토피아 집계에 따르면 뮤즈는 출시 12일 만에 280만 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2022년 첫선을 보인 오픈AI의 챗GPT가 같은 기간 세운 130만 회의 2배를 넘었다. 뮤즈는 월 20달러·100달러 요금제 상품이 있긴 하지만 매주 토큰 1억 개를 무료 제공하는 등 다른 AI 서비스에 비해 가격 부담도 적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한국에서도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접속한 이용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무료… ‘거래 수수료’ 수익화 노림수사람들이 뮤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다. 기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AI 서비스에서 대세는 챗GPT,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모델이었다. 이용자의 질문에 맞춰 해답이나 조언을 내놓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화에 방점이 찍힌 AI다. 반면 뮤즈는 구체적인 실무를 수행하는 데 특화됐다. 이용자의 일정 관리나 이메일 작성 등 비교적 간단한 어시스턴트(assistant) 기능뿐 아니라 실제 비서나 대리인, 즉 에이전트 구실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온라인 쇼핑을 하려면 이용자가 직접 포털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여러 사이트를 방문해야 했다. 반면 뮤즈 같은 AI 에이전트를 통하면 하나의 명령어로 번거로운 과정을 대체할 수 있다. 이용자가 “가장 저렴한 상품을 찾아 구입하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AI가 검색부터 가격 비교, 판매처 선정, 구입까지 알아서 하는 방식이다. 다른 온라인 서비스 계정에 로그인하거나 결제를 할 때는 이용자의 동의를 구하지만, ‘여행 준비’ 등 임무를 부여하면 항공편과 호텔 예약 등 관련 업무를 알아서 해주는 것이다.
생활 밀착형 AI 에이전트가 대중적 인기를 누리자 AI 투자 피크아웃 우려도 불식되는 분위기다. AI 서비스가 ‘돈 먹는 하마’에서 한발 나아가 돈을 버는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오픈AI는 챗GPT로 생성형 AI 시장을 개척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오픈AI는 2026∼2030년 총 2780억 달러(약 377조6700억 원)의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챗GPT의 대항마 클로드로 사세를 키운 앤트로픽도 지난해 41억2920만 달러(약 5조6111억 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이들 기업의 핵심 수익 구조는 한 달 200달러(챗GPT 국내 결제액 29만9000원, 고사양 서비스 기준)인 구독료다. 월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오픈AI의 경우 향후 5년간 8400억 달러(약 1137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릴 전망이지만 컴퓨팅 인프라 투자에 그보다 많은 8560억 달러(약 1158조 원)를 쏟을 계획이다.
그런 점에서 뮤즈 같은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수익 구조로 주목받고 있다. 사람 대신 온라인에서 상품 주문 및 결제를 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메타 목표주가를 기존 820달러(약 110만 원)에서 920달러(약 125만 원)로 높이며 “월마트, 스포티파이 등 기업의 주문 시스템과 직접 연동돼 소비를 대행하는 뮤즈를 통해 메타는 거래 수수료를 받는 상거래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외신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뮤즈가 처리한 거래에서 소액의 수수료를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 수혜”뮤즈 열풍은 반도체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려면 실시간 연속 연산이 필요하다. 단발적 연산을 하는 AI 챗봇에 비해 컴퓨팅 수요가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뮤즈발(發)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증설 붐이 일어나고, 여기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소비도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 이유다.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집중된 AI 수요가 CPU로 확대되면 메모리 반도체,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등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CPU에 탑재되는 DDR5 등 고성능 D램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업체를 비롯해 반도체용 기판이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광통신 부품 제조업체가 수혜주로 거론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 23일 낸 리포트에서 “뮤즈의 등장으로 AI 시스템 내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통합적인 AI 프로세스 관리) 역할을 담당하는 CPU의 중요성도 재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에이전트 훈풍에 뉴욕 증시도 들썩였다. 뮤즈가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월 21일 메타 주가는 11.43% 급등했으며, 반도체 기업 AMD는 9.95% 올라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55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나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박스권에서 등락 중인 국내 반도체주에도 AI 에이전트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을까.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9월 29일 리포트에서 “AI 에이전트 확산이 시장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와 CPU, 관련 시장의 수혜 강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기를 수혜주로 꼽았다.
다만 보안 취약 우려는 뮤즈를 비롯한 AI 에이전트가 풀어야 할 과제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9월 26일 “메타 측이 ‘오류 찾기 포상금’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뮤즈의 보안 취약점을 인지한 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경고를 강화하는 조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용자의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뮤즈가 해킹당할 경우 적잖은 경제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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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