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아젠다연구소장(왼쪽)과 유원동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시키는 핵심 화학물질을 찾았다. 이 기술로 만든 심근세포를 심근경색에 걸린 실험동물에 이식했더니 손상된 심장 기능이 회복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손미영 국가아젠다연구소장과 이미옥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이 혈액 속 지질 신호물질이 심근세포의 분화와 성숙을 촉진하는 핵심 신호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분자 의학' 7월 2일자에 게재됐다.
심장은 한 번 손상되면 쉽게 재생되지 않아 심장을 치료하는 기술은 오랜기간 의학계 숙제다.
최근 인간만능줄기세포(hPSC)를 이용해 시험관에서 심근세포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기존 방식으로 만든 심근세포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아기 세포'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어른의 심장처럼 힘차고 규칙적으로 뛰지 못하고 세포주에 따라 분화 효율의 차이가 크다.
줄기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소의 혈청이 사용된다. 혈청 속 어떤 성분이 심근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혈청 속 여러 성분 중 생리활성 지질 신호물질인 'S1P'와 이를 인식하는 수용체 'S1PR1'에 주목했다. 인간만능줄기세포에 S1P 또는 S1PR1 선택적 작용제(SEW2871)를 처리한 결과 90% 이상이 심근세포로 분화했다. 심근세포의 성숙도와 기능적 특성도 향상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앞으로 소에서 혈청을 채취할 필요 없이 심근세포를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다.
연구팀이 배양한 심근세포는 어른 심근세포처럼 세포 크기가 커지고 심장을 뛰게 하는 근육 마디가 촘촘하게 정렬됐다. 박동 신호와 전기적 특성도 훨씬 더 규칙적이고 강력해졌다.
나아가 연구팀은 심근경색에 걸린 실험생물에 성숙한 심근세포를 이식해 세포가 심장 조직에 잘 장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손상된 심장의 펌프 기능이 크게 회복됐을 뿐 아니라 심장이 딱딱하게 변하는 섬유화 현상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손 소장은 “이번 연구는 혈액 속 신호 물질을 활용해 줄기세포 유래 심근세포의 분화 효율과 기능적 성숙도를 동시에 향상시킨 성과”라며, “향후 사람 유래 심장 모델을 활용한 신약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와 심장 재생의료 기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자료>
doi: doi.org/10.1038/s12276-026-017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