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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톤당 84만원 놔두고 100만원에 사겠나”…중국산 철강에 시장 먹힌다

요약
  • 중국산 저가 열연도금강판이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도금강판 시장이 잠식당하고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 철강업계는 반덤핑 관세를 우회하는 꼼수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쿼터제나 세이프가드 같은 강력한 무역구제 조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덤핑 비웃는 中 철강
中강판, 국산보다 15% 저렴
韓업체 고급 냉연도금강판도
저가에 공급해달란 압박 받아
年100만톤 시장 빼앗길 위기

 열연강판 [연합뉴스] 열연강판 [연합뉴스]“중국산 열연도금강판(HGI)이 15% 이상 싼 값에 들어오면서 품질에 신경을 쓴 국산 냉연도금강판(CGI)도 비슷한 가격에 공급해달라는 유통사들의 요구가 심해지고 있다.”

1일 국내 도금강판 업체 관계자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중국 업체들이 관세 대상인 CGI 대신 HGI를 저가에 들여오면서 국내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철강사들은 최근 국내 유통사들에 HGI를 t당 620달러(약 84만원) 수준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 냉연 소재 도금강판 시장가격이 t당 100만원을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15% 이상 저렴한 셈이다.

도금강판은 철판에 아연을 입혀 부식을 막은 제품이다. 건물이나 창고의 지붕·외벽 등에 주로 쓰인다. 잠정관세 부과 대상인 CGI는 쇳물을 굳힌 열연강판을 상온에서 한 번 더 얇게 누르는 ‘냉간압연’ 공정을 거친 뒤 도금한다. 반면 HGI는 이 냉간압연 과정을 생략하고 열연강판 상태에서 바로 도금한 제품이다.

HGI는 공정을 하나 생략한 만큼 표면과 두께를 균일하게 관리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부식 위험도 커져 국내 철강사들은 시장성·안전성 문제로 최근엔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 앞에서는 유통사들이 대량 매입에 나서며 품질 차이도 무색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중국 업체들이 제안하는 물량을 합치면 향후 월 7만~8만t 수준까지 HGI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간 100만t 규모인 국내 도금강판 시장이 중국산에 통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GI가 싼값에 들어오면서 CGI도 비슷한 가격에 공급해달라는 단가 인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시장 생태계가 교란되고 자칫하면 밑지고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지난 6월 12일부터 중국산 CGI에 잠정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무역위원회는 최종 판정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HGI도 관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꼼수 수입은 이미 작년부터 관세가 적용된 열연강판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중국 철강사들은 열연강판 관세를 피하고자 냉연강판으로 분류되는 중간재인 ‘풀하드’로 품목을 바꿔 수출 중이다. 그 결과 올해 1~8월 풀하드를 포함한 중국산 냉연강판 수입량은 약 44만4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일본산 열연강판 꼼수 수입도 늘었다. 업계는 일본산 상당량이 ‘보세구역’을 통해 국내로 우회 반입되고 있다고 본다.

보세공장은 수입 열연을 관세 납부 전 상태로 냉연·도금강판 등으로 가공해 재수출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으로 반입되는 일본산 열연에는 국내 업체와 거래할 때 적용하는 최저 가격 등 가격 약속이 반영되지 않는다.

문제는 재수출용으로 들여온 물량 일부가 가공 후 국내 시장으로 반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일본산 열연강판 관세가 적용된 이후 올해 1~8월 수입량은 약 96만3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2만6000t(15%) 증가했다.

업계에선 유사 품목 우회 수입이나 보세구역 활용 같은 꼼수를 방어하려면 특정 품목 관세에 그치지 말고 쿼터제로 수입량을 물리적으로 관리하는 방어막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반덤핑 규제 등 무역구제 절차가 너무 복잡해 우회 수입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저율관세할당(TRQ)이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TRQ는 정해진 물량까지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일종의 쿼터제 방식이다. 세이프가드는 수입 급증으로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발동하는 긴급 조치로 수입 물량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높일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통로의 우회 물량이 많아지면서 반덤핑 관세 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이라며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쿼터제 도입 등 적극적인 무역구제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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