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주간 서울 집값 17%나 올라
文정권 때 상승률의 두배 이상
서울 전체를 토허제로 묶으며
전세물량 줄자 속속 패닉바잉
외곽 지역에서도 신고가 속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86주 연속으로 오르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과거 최장 상승기보다 누적 상승폭도 2배 이상 컸다. 최근 강남에 이어 용산까지 조정을 받고 있지만 비강남권 집값은 계속 오르면서 평균 아파트값이 15억원을 넘는 자치구도 서울 25개 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매수를 택하는 실수요가 늘어난 데다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15억원을 경계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주택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키 맞추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넷째 주(9월 2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9% 올랐다.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86주 연속 상승세다. 종전 최장 기록인 2020년 6월 둘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85주) 기록을 넘어섰다.
누적 상승폭은 이전 상승기보다 컸다. 문재인 정부 당시 85주간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7.68%였던 반면, 이번 상승기는 직전 주까지 17.4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주 변동률까지 반영할 경우 누적 상승률은 17.58%로, 종전 최장 상승기의 2배를 웃돈다.
강남권이 조정을 받는 사이 비강남권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8월 24일 0.29%를 기록한 뒤 0.22%, 0.20%, 0.16%, 0.13%, 이번 주 0.09%로 5주 연속 줄었다. 강남구(-0.56%)와 서초구(-0.33%), 송파구(-0.19%)는 모두 하락했고 용산구(-0.01%)도 22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반면 서대문구는 0.41%, 동대문·성북구는 각각 0.36%, 노원구는 0.34%, 강북구는 0.31% 올랐다. 강북 14개 구 평균 상승률은 0.24%로 강남 11개 구(-0.04%)와 대조를 이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1년 말 평균 아파트값이 15억원을 넘었던 곳은 강남·서초·송파·용산·광진 등 5개 구였다. 지난달 25일에는 여기에 성동·마포·양천·영등포·강동·동작·중구·종로 등 8개 구가 새로 합류해 13곳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동작구 아파트 거래는 10억원 이상 15억원 미만이 전체의 46.7%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올해 8월에는 15억원 이상 20억원 미만 거래가 41.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5억원 이상 거래 비중은 31.2%에서 54.1%로 높아졌다. 실제 사당동 삼성래미안 전용 84.97㎡는 지난해 8월 13억1000만원에서 올해 8월 16억1000만원으로 3억원 뛰었다. 신대방동 보라매자이더포레스트 전용 84.75㎡도 같은 기간 15억5500만원에서 19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서울 전역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되면서 실거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적용됐지만 현 정부 들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실거주 요건 적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전월세난이 심해지면서 매수를 택하는 실수요가 늘었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비강남권 매수세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도 비강남권에 매수세가 몰린 요인으로 꼽힌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이를 넘으면 한도가 줄어들어 15억원이 실수요자에게 주택 선택의 경계선으로 작용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입주 물량이 부족한 데다 전월세 시장까지 불안해지면서 비싼 임대료를 내기보다 주택을 매수하려는 이른바 '생존매수'가 늘고 있다"며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중저가 구간부터 매수세가 붙으면서 중위가격과 평균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치구별 평균 가격의 기준선도 높아지고 있다. 성동구는 20억2028만원으로 평균 20억원대에 진입했다. 광진구는 19억5934만원까지 올랐다. 관악구(10억116만원), 은평구(10억173만원), 성북구(10억1399만원)는 평균 아파트값이 10억원을 넘어섰다.
평균가격이 아직 15억원에 못 미치는 지역에서도 실수요자 선호 단지는 이미 15억원을 넘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도 지난해 말 12억원대에서 올해 7월 15억원, 8월 15억27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전체 평균가격도 문재인 정부 당시 고점 수준을 크게 웃돈다.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7억375만원으로 2021년 말 13억6506만원보다 3억3869만원(24.8%) 높다.
2021년 말 가격보다 낮은 자치구는 노원·도봉·강북·금천·중랑 등 5곳이다. 하지만 중랑은 당시 가격의 99.4%, 노원은 95.8%, 강북은 95.2%, 금천은 94.4%까지 따라붙었다. 도봉은 87.7%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당시보다 10% 이상 낮았다.
향후 집값 상승세에는 금리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양 위원은 "비강남권 매수자는 대출을 활용하는 실수요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며 "금리 부담이 커질 경우 최근 가파르게 오른 서울 외곽 지역의 상승폭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박소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