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팩트시트에서 “상업적 합리성·국내법 충족해야”…韓발표와 일치
‘500억불’ 금액도 팩트시트엔 없어…트럼프, 일자리 창출 등 성과 부각
대미투자 1호 텍사스 가스발전 확정…알래스카 LNG는 ‘엇박자’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공동 팩트시트(비공식 국문본). 산업통상부 제공한국과 미국이 1일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대미투자 협상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11월 체결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옮기는 첫 이정표다.
대미 전략투자는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원전 프레임워크, 알래스카 LNG 등 한미 양국의 3대 프로젝트 합의문 발표를 시작으로 돛을 올렸다. 다만, 최종 타결까지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안전핀을 최대한 만들었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대미투자 발표는 여전히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가 마련한 ‘안전핀’은 ‘손실 공유’와 ‘원리금 회수’, ‘한국 기업 참여’가 골자다. 손해보는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추진되는 택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을 살례로 들며 “텍사스 발전소를 건설하면 보통 40년 정도 가동하는데 시작부터 캐시플로우가 창출되고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20년 동안 원리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손실이 나더라도 리스크폴링(손실공유)으로 전체 프로젝트가 손실을 보거나 무산될 경우에도 전체가 5:5로 리스크를 공유한다”며 “원리금 회수 완료 후에도 1:9로 배분이 넘어가는 구조로 합의해 미국과 일본의 협상 내용보다 원리금 확보와 리스크 안정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김 장관이 언급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 사업은 총 223억달러 규모를 투입해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천연가스 발전 설비(6472MW)를 건설하고, 인접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설비를 가동할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은 기자재, 설계·시공, 장기 운영·정비를 포함한 프로젝트의 전 과정에 걸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 내 유사 프로젝트에도 한국 기업이 터빈을 포함한 한국산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공급망의 강점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전망이다.
정부가 어렵게 ‘안전핀’을 만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은 여전히 뇌관이다.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 협상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223억달러)와 대형 원전 최대 8기 건설(최대 1200억달러)에 대해서는 세부 금액과 추진 방향을 명시했다. 반면,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한국 측이 사업 참여를 확정한 적도 없고, 예상 사업비조차 명시돼지 않았다.
해당 사업은 알래스카주 북부 노스슬로프의 프루도베이와 포인트톰슨 원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로 운송한 뒤 액화한 뒤 아시아 등으로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데다 사업의 수익성 확보 여부도 불확실해 그동안 상업적 타당성을 둘러싼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엑손모빌 등 미국 굴지의 에너지기업조차 투자금 회수 위험 등을 이유로 이미 철수한 이력이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가 국문으로 발표한 알래스카 LNG 관련 팩트시트에는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하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돼 있을 뿐이다.
사업의 수익성과 경제성을 검증하고 국회 보고 등 국내 법적 절차도 충족해야 한다는 한국 측 조건이 그대로 명시돼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팩트시트에서도 단정적인 표현 없이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과 모든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작업에 착수(commence working on Alaska LNG project)”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결국 미국 측도 알래스카 LNG 사업이 한국의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 절차를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미국 측이 무리수를 둔 것은 ‘11월 중간선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접전 중인 알래스카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상원의원 지원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알래스카는 11월 초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합주로 분류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알래스카에서 압승했지만 현재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공화당 현역의원 댄 설리번과 민주당 후보 사이에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며 “결국 정치적인 노림수를 가진 미국 정부 측의 언론플레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내 정치적 셈법을 앞세워 투자를 압박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추후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파열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통상 당국과 산업계가 거론하는 대미 협상의 진짜 큰 산은 또 있다. 한국 조선업의 대미 진출을 뜻하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조선협력프로젝트)’다.
김 장관도 지난달 2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대미투자 관련 브리핑에서 “이 판(에너지·원전)이 끝나고 나면 마스가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끝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