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도 6000억원 감액
메리츠금융지주 거쳐 대주주 감액 배당 여부 관심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 모습. /뉴스1메리츠증권이 2조90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둔 가운데 자본준비금 감액에 나섰다. 메리츠증권은 상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배당 재원을 유연하게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익잉여금이 충분한 상황에서 자본준비금을 별도로 줄였다는 점에서 향후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재원 확보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의결했다. 회사는 감액 절차를 즉시 실행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감액 규모와 대상 자본준비금 항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것은 메리츠증권의 이익잉여금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별도 기준 메리츠증권의 이익잉여금은 2조9056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잉여금은 1조8253억원으로 이 가운데 주식발행초과금이 1조6217억원, 자기주식처분이익이 2016억원이다. 자본금은 8189억원, 이익준비금은 2735억원이다.
상법 제461조의2는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그 초과액 범위에서 준비금을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6월 말 수치를 단순 대입하면 자본금의 1.5배는 약 1조2284억원이다.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액을 약 2조988억원으로 계산할 경우 단순 이론상 초과분은 약 8700억원이다. 다만 이 수치는 회계상 자본잉여금 전체가 감액 대상이라고 가정한 추정치다.
자본준비금을 감액하면 배당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난다. 이익잉여금이 이미 2조9000억원을 넘어선 메리츠증권이 별도로 자본준비금을 감액한 것은 단순히 현재 배당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다. 시장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배당 재원을 늘린 뒤 이를 모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로 배당하고, 이후 지주사가 주주 환원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메리츠증권이 메리츠금융지주에 배당하는 과정에서는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증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핵심은 법인 간 배당이 아니라, 지주사에서 최종 개인 주주에게 자금이 이동하는 단계에서의 세금 효과다.
메리츠증권의 자본준비금 감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2022년에도 6000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했다. 이후 메리츠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뒤 꾸준히 배당을 실시했다. 2023년에는 2800억원, 2024년에는 1947억원, 2025년에는 약 2229억원을 메리츠금융지주에 배당했다.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과거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배당 재원을 마련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년 6000억원, 2023년 2조1500억원의 자본준비금을 감액했고, 2024년과 2025년 각각 감액 배당을 실시했다. 두 차례 감액 배당 규모는 총 689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약 3626억원을 수령했다. 당시 감액 배당은 세법상 배당소득으로 과세되지 않아 조 회장에게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이번 메리츠증권의 자본준비금 감액도 향후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재원과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올해부터 자본준비금 감액 배당 과세 범위를 조정했다.
상장법인의 대주주는 감액 배당금 가운데 보유 주식의 취득가액까지는 배당소득에서 제외되지만,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배당소득세(15.4%~최고 49.5%)가 과세된다. 과거 조 회장이 감액 배당을 통해 약 3626억원을 세금 없이 수령했던 구조가 현재 그대로 재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메리츠금융의 과거 감액 배당은 지난 5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다시금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국세청은 개별 세무조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상법상 이익준비금과 자본준비금 합계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감액을 추진한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배당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