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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 킬러’ 한채린, “좋은 사람이어야 타인도 품죠” [SS샛별]

요약
  • 신예 배우 한채린이 MBC 드라마 '유부녀 킬러'에서 밝고 열정적인 사회부 막내 기자 구해나 역을 맡아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소감을 밝혔다.
  • 24시간 내내 캐릭터의 텐션을 유지하려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그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타인을 품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숨소리조차 크게 내기 힘든 MBC ‘유부녀 킬러’ 2차 오디션장. 짝을 지어 들어가기로 한 상대 지원자가 15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잔뜩 얼어붙어도 모자랄 판에, 2001년생 신인 배우 한채린은 “긴장 풀고 들어가서 좋은 인상이나 남기고 오자”란 말을 되뇌었다. 긴장을 억제하고 담대하게 미소 지었던 그 날의 깡과 패기가 결국 ‘유부녀 킬러’의 열혈 신입 기자 구해나 역을 꿰차는 발판이 됐다.

2024년 웹드라마 ‘0교시는 인싸타임’으로 데뷔한 배우 한채린은 ‘라이딩 인생’ ‘미지의 서울’ ‘세이렌’ 등에서 주로 속내를 알 수 없는 차분한 인물이나 갈등의 중심에 선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 ‘유부녀 킬러’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꺼냈다. 밝고 통통 튀는 매력과 집요한 정의감으로 무장한 낫투데이 사회부 막내 기자 구해나를 제 옷처럼 입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한채린은 “비록 저는 내향인의 텐션이지만, 제 안에 내재된 열정 과다와 신입 특유의 패기가 해나와 쏙 빼닮았다”며 활짝 웃었다.

실제 MBTI 검사에서 이성적인 ‘T’ 성향이 강하게 나온다는 한채린은 극 중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사회부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텐션을 끝까지 끌어올렸다.

“해나는 ‘쌩초짜’잖아요. 물론 현실적이진 않은 면이 있는데, 드라마의 밸런스를 봤을 땐 밝은 텐션이 꼭 필요했어요. 감독님께서도 유일한 밝은 에너지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고요. 그래서 현장에 들어갈 때부터 스태프분들에게 일부러 한 톤 높여 ‘해나입니다!’라고 외치면서 제 자신을 세뇌시켰어요.”

분량이 꽤 큰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다는 사명감은 그의 일상마저 바꿔놓았다. 한채린은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한채린이 아닌 ‘구해나’로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강원도 카지노 씬 촬영 때,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제 열정을 온전히 불살라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날부터 커피를 마셔도 구해나처럼 마셔보고, 평소엔 분위기를 띄우는 편이 아닌데도 일부러 친구들을 만나 제 안의 밝은 에너지를 극한까지 끌어내 보려고 했죠. 24시간 내내 그럴 순 없지만, 해나의 텐션을 체화하려고 혼자 열정을 태웠어요. 그러다 보니 촬영이 다 끝난 지금도 그 텐션이 잘 안 내려오네요. 하하”

어릴 적 스마트폰 메모장에 대사를 적어놓고 거울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린 적이 있다. “나 연기 좀 하네”라며 으스대던 앳된 중학생은, 현장의 쓴맛과 단맛을 겪으며 연기의 진짜 무게를 깨달아가는 중이다. 극 중 구해나가 현장을 발로 뛰며 진짜 기자로 성장해 나가듯, 한채린 역시 대사를 내뱉는 겉모습을 넘어 캐릭터의 심연을 파고드는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예전엔 그저 호흡이나 대사의 높낮이만 신경 썼다면, 지금은 캐릭터를 얼마나 깊이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대사를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을 때도 눈으로 속마음이 전해져야 하잖아요. 요즘 시청자분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아서 1초라도 딴생각을 하면 화면에 다 티가 나요. ‘이 세상에서 내가 이 캐릭터를 1등으로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매진하려고 해요.”

연기에 대한 무서운 집념은 19살 때부터 가슴에 품어온 하나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바로 ‘좋은 배우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연기 선생님의 가르침이다.

“처음 선생님께 그 말씀을 들었을 땐 ‘왜 좋은 사람이 돼야 하지?’ 싶었어요. 그런데 연기라는 게 결국 타인의 인생을 온전히 살아내는 거잖아요. 나와 전혀 다른 삶, 심지어 아주 악한 캐릭터라 할지라도 ‘왜 저 사람이 저렇게 됐을까’를 깊게 들여다보고 인정하고 품어내야만 제대로 연기할 수 있어요. 타인을 편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넓은 그릇을 가진 ‘좋은 사람’이어야만, 그 어떤 낯선 삶도 진짜처럼 연기할 수 있다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훗날에는 정신적으로 큰 학대를 받은 어두운 인물처럼, 저와 완전히 다른 삶도 깊게 안아보고 싶어요.”

초심의 열정에 사람을 향한 따뜻한 이해심까지 장착한 한채린은 공효진과 호흡하며 대중에게 인정받는 믿고 보는 배우를 꿈꾸게 됐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공효진 선배님과 김혜수 선배님이 롤모델이에요. 한자리를 오래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쉬지 않고 발전했다는 의미잖아요. 인간이기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텐데, 그 굳건함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저 역시 꼭 그런 길을 걷고 싶습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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