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날씨는 이제 쌀쌀해지는데, 모기는 어째 더 기승이네요.
”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38)씨는 최근 모기 때문에 자주 밤잠을 자주 설친다. 어린 자녀들이 하룻밤 사이 10군데 넘게 물릴 때도 있다. 스프레이 등 모기 퇴치 용품 까지 갖춰놨지만 불을 끄면 어김없이 ‘왱왱’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폭염 여파로 모기의 활동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때아닌 ‘가을 모기’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한여름에는 지나친 고온으로 활동이 주춤했던 모기가 기온이 내려가자 오히려 활발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는 한파가 오기 전까지 모기 개체 수가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에도 ‘왱왱’… “여름보다 심해”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1일과 2일 서울의 모기 활동지수는 각각 41.6과 40.5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날보다 각각 37.7%, 22.7% 높았다.
모기 활동지수는 기온과 습도 등 기상 요인을 토대로 모기의 활동성과 발생 정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모기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사람에게 물릴 가능성도 커진다는 의미다.
8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공원에서 팔달구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특히 주거지 모기 활동지수는 지난달 평균 34.3에서 이달 들어 40선을 웃돌고 있다. 집 안에서도 모기와 ‘전쟁’을 치르는 사람이 늘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26)씨는 “올여름에는 오히려 모기가 별로 없다고 느꼈는데 가을이 되니 더 많아진 것 같다”며 “공원 같은 곳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어도 자주 물려 스트레스”라고 했다.
모기 활동지수 안 꺾여… 퇴치 용품 수요 ‘쑥’
늦가을까지 이어지는 모기 때문에 관련 용품 수요도 뛰고 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9월 스프레이와 패치 등 모기 퇴치 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에서도 9월 모기장 등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18% 늘었다.
올해 폭염이 10월 모기 활동이 많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8월 중순까지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모기 활동이 위축됐던 것과 달리, 이후 날이 선선해지면서 모기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은 25.4도로, 평년보다 1.7도 높았다. 2025년(25.7도)과 2024년(26.6도)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21.5일로, 역대 6위를 기록했다.
10월 모기 3년째 증가… 한파 와야 줄어든다
기후 변화가 이어지면서 가을철 모기 활동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 디지털 모기측정기(DMS)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포집된 모기는 2023년 3만6939마리에서 2024년 4만2693마리, 지난해 4만3455마리로 꾸준히 늘었다.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 /뉴스1감염병을 옮기는 매개 모기 활동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얼룩날개모기(말라리아)는 10월 첫째 주까지, 작은빨간집모기(일본 뇌염)와 흰줄숲모기(뎅기열)가 10월 말에서 11월 첫째주까지 포집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을 모기가 더 극성스럽게 느껴지는 데는 산란을 앞둔 모기의 흡혈 활동이 활발해지는 영향도 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가 낮아지면 산란을 앞둔 모기가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흡혈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다”며 “보통 기온이 영하권으로 크게 떨어지는 한파가 와야 모기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