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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확대해도 가동 막힐 판… ‘우라늄 공급난’ 경고 잇따라

요약
  •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원전 증설이 잇따르면서 향후 우라늄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 특히 러시아가 우라늄 채굴과 농축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는 한국 등은 공급망 불안에 직면할 우려가 제기된다.
2050년 우라늄 수요, 작년 대비 2배 증가 전망
농축 우라늄, 러시아가 40% 이상 장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 등으로 여러 국가가 원자력 발전소 증설에 나선 가운데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우라늄 시장에서 공급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가 ‘자원 무기화’에 나설 경우 농축 우라늄을 100% 수입하고 있는 한국 등이 피해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캐나다 애서배스카 분지(Athabasca Basin) 내에서 채취한 우라늄 광석. / 로이터 연합뉴스 캐나다 애서배스카 분지(Athabasca Basin) 내에서 채취한 우라늄 광석. / 로이터 연합뉴스
3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원자력기구(NEA)는 지난달 31번째로 공동 발간한 ‘우라늄 자원, 생산 및 수요(레드북)’를 통해 “우라늄 매장량은 2050년에 예상되는 수요 최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이를 채굴하고 농축 우라늄으로 만드는 데는 상당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AEA는 우라늄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월 1일 기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418개로 연간 378기가와트(GW)의 전력을 만든다. 이를 위해선 약 6만4500t(톤)의 우라늄이 필요하다. 최근 원전 증설이 잇따르면서 2050년에는 원전 발전 용량은 641~1045GW(기가와트)로 늘어나고, 연간 우라늄 수요도 8만4800t~14만3900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드북에 따르면 Kg당 260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채굴할 수 있는 전 세계 우라늄 매장량은 810만t 이상으로 지난해 발간한 레드북 예측치보다 2.1% 늘었다. 2050년에 예상되는 우라늄 수요 최대치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채굴량도 증가하고 있다. NEA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전 세계 우라늄 채굴량은 전년보다 각각 약 20% 이상 증가했다. 2024년 우라늄 채굴량은 6만1924톤으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2024년도 수요량의 약 96%를 충족시켰다. 가동이 중단됐던 채굴 설비가 재가동되고, 캐나다 우라늄 광산 채굴량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레드북은 그러나 현재 수준의 우라늄 매장량과 채굴량 증가가 미래의 우라늄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라늄 채굴에 필요한 광산 개발에만 보통 15~20년의 준비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신규 우라늄 광산 프로젝트에 대한 채굴 승인이 나와도 당장 개발에 들어갈 곳은 적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우라늄 채굴량은 2035년 9만4075t에서 5년 뒤인 2040년에는 7만6485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핵심 광물 분야 연구기관인 오레곤그룹은 2040년에 접어들면 연간 우라늄 공급량이 필요량보다 약 4만6000t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리곤 그룹은 “현재 채굴 중이거나 채굴 예정인 우라늄 광산이 85%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생산량은 약 6만6000t에 그칠 것”이라며 “반면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은 11만700t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라늄 채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이 장기적으로 우라늄 공급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전략적 이점 센터(Centre for Strategic Advantage·CSA)는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해외에 소유하고 있는 광산까지 포함하면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우라늄 채굴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 웨인스보로에 위치한 보글(Vogtle) 원자력 발전소. /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웨인스보로에 위치한 보글(Vogtle) 원자력 발전소. / 로이터 연합뉴스
현재 러시아 로사톰의 자회사인 우라늄 원이 카자흐스탄에서 채굴하는 우라늄만 해도 연간 약 1만t 규모다. 우라늄 원은 탄자니아, 나미비아에서도 우라늄 광산 개발을 진행 중이다. CSA는 오는 2040년이 되면 러시아의 우라늄 채굴 비중이 36%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러시아는 농축 우라늄 시장도 장악하고 있다.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가공하는 농축 우라늄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만 생산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농축 우라늄은 러시아 로사톰이 44%를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영국·독일·네덜란드 합작사 유렌코(29%), 중국 CNNC(14%), 프랑스 오라노(12%) 등 4개 회사가 99%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마저 원전 가동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의 약 20~27%를 러시아 로사톰에 의존해왔다. 미국 내 유일한 상업용 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인 오라노 공장으로는 수요의 약 30%만 충당할 수 있다.

미국은 2028년부터 러시아 농축 우라늄을 수입하지 않기로 하고, 공급망 확충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자국 농축 우라늄 기업인 센트루스, 제너럴 매터 외에 오라노 미국 법인에도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농축 우라늄 자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요 물량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연평균 농축 우라늄 사용량은 460t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프랑스(40%), 영국(30%), 러시아(30%)로부터 농축 우라늄을 수입한다.

한수원은 매년 농축 우라늄 필요량을 산정, 향후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향후 24개월 동안 사용할 농축 우라늄이 국내에 저장돼 있다. 이후 12개월 사용분은 농축 우라늄으로 가공해 들여올 수 있도록 준비한다.

문제는 가동을 앞둔 신규 원전이 있기에, 현재 준비 상황으로 농축우라늄 수요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울산 울주군에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는 각각 올해 12월과 내년 9월 가동에 들어간다.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오는 2032년과 2033년에 준공 예정이다.

여기다 올해 건설 지역이 확정된 경북 영덕 대형 원전 2기, 부산 기장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에 필요한 농축우라늄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력 수요 확대에 맞춰 농축우라늄 필요량이 현재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수원은 농축우라늄 수입국 다변화에 나서는 한편 장기 계약을 늘리며 수급 확대에 나섰다. 한수원은 지난해 2월 미국 센트루스와 농축우라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10년이다. 다만 센트루스는 미국이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 중단을 예고한 2028년부터 농축우라늄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 당장 수요 확대에 기여할 수는 없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은 보통 장기 계약으로 농축우라늄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2030~2031년 필요 농축우라늄 물량에 대한 계약은 마친 상태로 알고 있다”면서도 “탈원전에서 벗어난 정책 방향에 맞춘 장기적인 안목의 농축우라늄 수급 계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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