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중국 상하이총영사관. 연합뉴스. 동료 영사를 중국 간첩으로 의심하고 상사인 총영사에게 “간첩이냐”라고 말한 전 부총영사에게 중징계를 내린 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양순주)는 지난 8월 26일 중국 주재 상하이총영사관 부총영사였던 A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직위해제처분 취소 및 강등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A씨가 외무공무원으로서 의무를 크게 위배했기 때문에 징계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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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총영사 “징계 수위 과도해”
A씨는 지난해 1월과 5월에 각각 직위해제처분과 강등처분을 받았다.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가 인정한 징계사유는 총 7건으로, 그가 복종의 의무와 성실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등을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사건은 A씨가 상하이총영사관 직원들을 간첩으로 지목해 조사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A씨는 2024년 5월경 상하이총영사관 소속 한 영사가 타고 다니던 중국산 전기차가 의심스럽다며 공관 출입 통제를 지시했다. 감찰담당관실에는 “한 영사와 실무관이 (중국산) 전기차를 총영사관에 반입해 간첩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A씨는 해당 전기차를 조사하고자 했으나 상하이총영사관 공관장인 B 총영사는 ‘공관 차원에서 승인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후 A씨는 허가 없이 부영사에게 전기차에 관해 조사하도록 지시했고, 부영사가 “조사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자 부영사를 징계할 수 있다는 취지로 협박했다. 부영사가 A씨의 갑질을 신고하자 A씨는 역으로 부영사가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9월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모습. 뉴스1 간첩 의혹을 둘러싸고 A씨와 상관인 B 총영사 사이에서도 갈등이 불거졌다. 영사에 관해 얘기하던 중 B 총영사가 “그 얘기를 왜 또 하냐”고 말하자 A씨는 “그럼 총영사님도 간첩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B 총영사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 나 뒷조사하고 있다 이거지? 그래 오케이”라고 반말하고, 직원들 앞에서 B 총영사를 향해 고함을 치기도 했다. 외무공무원 징계위가 중징계를 내리자 A씨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두 차례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인사혁신처는 외무공무원 징계위가 든 7개 징계사유 중 하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사유만으로도 강등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A씨는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며 법원에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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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유 없이 공관장 간첩이라 불러“
법원은 A씨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A씨는 공관장인 총영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고 공관장의 인격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며 “A씨의 비위행위는 외무공무원으로서 복종의 의무 및 품위 유지의 의무 등에 크게 위배되는 행위로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등이라는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공관장이 승인하지 않은 조사를 강요했고, 합리적 이유 없이 공관장과 다른 공관원들을 중국 간첩이라고 불렀다. 갑질 신고를 당하자 신고자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2차 가해를 했다”며 “A씨는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은 공적 등에 따라 징계의 감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나, 징계 감경 사유로는 ‘국무총리 이상의 표창을 받은 공적’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