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은 지난달 9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일을 맞아 전체 주민에 축하 연설을 하는 모습, 오른쪽은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노동신문=뉴시스김정은 초고도 비만 탈출은 ‘미션 임파서블’일까요.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정은 몸 상태에 대해 “140kg대 초고도비만으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이지만, 구축함 시찰 시에 계단을 뛰어오르는 등 동작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전담 의료진이 밀착 관리하는 등 건강 이상 징후가 별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농구와 스키, 승마 같은 운동을 많이 하면서 허벅지 근육을 키워 온 까닭에 42세인 현재까지는 계단을 뛰어오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북한 구축함 갑판에 올라가는 계단은 완만한 경사로 계단 수는 30개입니다. 아파트 1.5개 층을 올라가는 정도입니다. 주변에서 수천 명이 지켜보고 있다면 계단 일부 구간 정도는 뛰어오를 힘이 나지 않을까요.
국정원이 2020년 추정한 김정은 몸무게가 140kg대 중반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6년 동안 김정은은 전혀 살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김정은 처지에선 더 찌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올해 3월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 공식 증명사진. 노동신문 뉴스12023년에도 국정원은 국회에서 “김정은은 체질량지수(BMI)가 정상 기준인 25를 크게 초과한 40대 중반에 달한다”며 “스트레스와 담배, 술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마운자로와 위고비라는 뛰어난 비만 치료제가 전 세계에서 호평받는 시대에 왜 김정은은 여전히 초고도비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마운자로가 ‘무펑다(穆峰达)’란 이름으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2024년 7월. 2년 넘게 지났으니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구하지 못했겠습니까. 이미 무펑다는 북한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증명된 마운자로의 체중 감량 효과는 평균 20~22%입니다. 김정은이 마운자로를 맞았다면 체중이 110kg대로 떨어졌을 것 같은데 그런 징후는 없습니다.
대조적으로 김정은 딸 김주애는 최근 갑자기 날씬해진 몸매로 나타나 ‘혼자만 마운자로를 맞은 것이 아닐까’라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마운자로를 맞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맞았는데도 효과가 없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초고도비만의 위험성
지난해 6월 구축함 강건호 진수식에 참석한 김정은(계단 맨 위)이 특별 설치된 계단으로 구축함에 오르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한국군 장병 3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과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포로 2명의 국내 송환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는 시기에 김정은 몸무게를 따지는 것은 너무 한가롭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 두 사건은 중요한 이슈임이 분명합니다.하지만 김정은 몸무게 역시 매우 중요한 관찰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체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위험이 여기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내부에서 민중 봉기나 쿠데타, 암살 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김정은 건강 문제는 북한 체제 유지에 치명적이고도 확률 높은 실제 위험입니다.
과학적으로 볼 때 현재 김정은의 사망 위험은 일반인보다 2.76배 이상 높습니다. 이는 세계 3대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영국 케임브리지대 존 다네쉬 교수의 연구 결과입니다. 다네쉬 교수는 2016년 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유럽 북아메리카 등에서 발표된 비만 관련 239개 연구 논문을 종합해 BMI에 따른 사망률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BMI 40인 3등급 비만(고도비만) 환자들 사망 위험은 정상인보다 2.76배 높았습니다. 똑같은 비만이라도 동아시아 사람의 비만에 따른 사망 위험은 유럽인이나 미국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또 노년층보다 젊은 층에서 사망률과 비만의 상관관계가 더 높았습니다.
BMI가 35를 초과하면 가장 높은 비만 단계인 3등급 비만으로 봅니다. 김정은의 BMI 40대 중반은 심각한 상태입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오랜 비만에 따른 심혈관 계통 이상으로 갑자기 숨진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은 특히 몸무게를 줄이는 데 열심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는 전혀 없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의 비만 원인은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평소 폭음과 폭식을 많이 하는 데다 유년 시절을 스위스에서 보내면서 치즈를 좋아하는 등 식습관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의학계에선 BMI 35를 초과하는 고도비만은 의지만 갖고 탈출하기 어려워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병으로 봅니다. 김정은은 자신이 광적으로 좋아한다고 알려진 스위스 에멘탈 치즈와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운동도 포기했나
2019년 12월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동아일보 DB식습관 개선이 어렵다면 꾸준한 운동만으로도 비만 탈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지금까지 각종 증언과 보도를 통해 김정은이 좋아하는 운동은 많이 알려졌습니다. 어렸을 때는 농구광이었고 청년기엔 스키를 좋아했고, 중년기에 접어들어선 승마에 빠졌습니다.
농구는 현재 김정은에게 어울리는 운동이 아닙니다. 어찌 ‘최고 존엄’이 ‘아랫것들’ 9명과 헉헉대며 뛰어다닐 수 있겠습니까.
스키는 혼자 탈 수 있겠지만 자주 눈밭에서 뒹굴 수 있다는 점에서 품위를 지키며 하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고 몸이 무거워질수록 매우 위험한 운동이 됩니다.
김정은은 집권하자마자 스키장과 승마장을 만들라고 다그쳤는데, 최근 10년 동안은 스키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습니다. 30대 들어 스키에 대한 관심이 식었나 봅니다.
승마는 가장 최근까지 김정은이 좋아한 운동입니다. 2019년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자 노동신문은 ‘백두영장의 준마행군길’이라고 제목을 붙이며 나흘이나 대서특필했습니다. 이설주나 김여정 등을 대동하고 말을 타는 모습도 여러 번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말 타는 모습은 최근 6년 동안은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습니다. 2022년 북한 기록영화에 김정은이 백마 타고 달리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그 정확한 시기를 알 순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말을 탄 김정은 모습이 사라진 것은 사망설이 나돌던 2020년 4월 “원산 별장 옆 승마장에서 말 타는 김정은 모습이 (미군) 정찰기에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부터입니다. 언제든 스텔스 폭격기로 초정밀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적들’이 말 타는 자신을 내려다본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겁이 나지 않을 수가 없겠죠.
북한 상공을 감시하는 미국 KH-12 계열 정찰위성은 해상도가 5cm급이며, 오산기지에서 매일 뜨는 U-2S 정찰기는 150km 떨어진 10cm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정도면 얼굴까지 자세히 가려볼 순 없다 쳐도 체형은 얼마든지 감별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별장에서 김정은 아닌 초고도비만 체형 다른 사람이 백마를 탈 확률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북한 TV를 오랫동안 모니터링한 국내 전문가는 “지금까지 북한 방송을 보면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을 알게 됐는데 ‘북한엔 김정은보다 뚱뚱한 사람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전체에서 ‘혁명’해야 할 시간에 말 타고 운동하는 한가로운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승마 장면이 정찰기에 포착됐다는 보도 이후 김정은이 말을 타는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승마 역시 나이가 들수록 위험한 운동이 됩니다. 수십 년 동안 말을 탄 김정일도 51세인 1993년경 말을 타다 떨어져 며칠간 의식을 잃어 프랑스 의사를 불러 치료받았습니다. 이때 쇄골이 부러지고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김정일은 평생 파마머리 속에 깊은 흉터를 숨기고 살았다고 합니다.
사람이 중년이 되면 호르몬이 바뀝니다. 소년과 청년 시절 좋아하던 운동도 40대 중반이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몸이 무거워져 부상 위험이 커지고 관절 연골도 닳게 되면 더욱 운동을 멀리하게 됩니다.
정상인보다 사망 위험이 2.76배 이상 높다는 초고도비만 환자 김정은의 건강은 우리가 늘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사안입니다. 비만 치료제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운동하는 모습까지 사라졌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째깍! 째깍! 돌아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반도의 위험한 시한폭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