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한 강훈식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이재명 대통령이 2일 지난달 21일 사의를 표명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 인선을 놓고 13일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 보궐선거 부담이 따르는 현역 의원과 국정 운영 호흡을 고려해야 하는 외부 인사 사이에서 적임자를 찾는 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성장수석 인선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한 달째 공백이었던 정책실장 인선과 강 실장 후임 인선을 동시에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강 실장의 후임 인선은 이날 발표에서 빠졌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강 실장의 거취에 대해 “비서실장 문제에 대해서는 인사권자가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강 실장은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른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국정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순방 출국 당일 사의 표명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을 두고 지지율 하락과 인사 실패에 대해 비서실장이 책임을 지는 국정 쇄신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순방이 끝나면 곧바로 강 실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인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 대통령의 고심이 길어지는 배경에는 쇄신을 상징하면서도 향후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서실장 후임은 3선 의원 출신인 강 실장 정도의 체급으로 다른 참모진에 확실한 장악력을 행사하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2기 청와대를 이끌며 이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관측은 이 대통령과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이 발탁될 가능성이다. 후보로는 2022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한준호 의원, 이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친이재명계인 박성준·이해식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비서실장을 맡으면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므로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강성필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1일 CBS 라디오에서 “(비서실장 자리에) 갈 사람이 넘쳐난다”며 “그런데 기본적으로 현역 의원이 가려면 의원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그 지역구가 좀 탄탄해야 된다”고 말했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 다수가 서울·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보궐선거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경수 청와대 정무특별보좌관과 이철희 전 의원,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비이재명계 중진 정치인을 발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명·친문재인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들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하면 ‘코어 지지층’에 소구하고 진영 갈등을 봉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국정 전반을 조율하는 자리인 만큼 이 대통령과 직접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없는 비명계 인사를 발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마땅한 후임을 찾지 못할 경우 강 실장이 당분간 자리를 지키는 유임설도 흘러나온다. 특히 오는 6일부터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만큼 비서실장 교체로 인한 혼선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