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실수에 버스 '노쇼'까지…비용 절감·분산 개최 속 곳곳서 운영 허점
전북·서울 공동개최 논의 본격화…시설보다 '수송·숙박·선수 동선'이 관건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은 조직위에 있다." 9월26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전반부를 결산하는 회견에서 무라테 사토시 사무총장은 숙박과 수송에서의 잇따른 운영 실수를 사과했다. 숙소 입실 지연과 버스 미배차가 되풀이됐다. 정교한 운영으로 알려진 일본의 이미지와는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일본 언론도 현장의 혼란과 준비 과정의 허점을 짚고 있다. 다만 원인 진단은 엇갈린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꾼 개최 방식, 대형 광고대행사의 부재, 위탁업체와 조직위 사이의 조정 문제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거론된다. 결국 쟁점은 달라진 개최 방식을 실제 서비스까지 연결할 준비가 충분했느냐는 데 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태국 세팍타크로 대표팀이 선수촌 입촌 지연으로 바닥에 누워 쪽잠을 취하고 있다. ⓒSNS'극한 비용 절감'이 부른 파행…각국 불만 폭발
아이치현과 나고야시는 선수촌 신설을 중단하고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경비는 늘어났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가 지난해 12월 밝힌 아시안게임·아시안패러게임 경비는 약 2980억 엔이고, 인프라 정비 등 약 700억 엔을 더한 총액은 약 3700억 엔으로 당초 상정의 3배를 넘는다.
주요 일간지의 사설도 비용과 대회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짚었다. 요미우리신문은 개막 전 "지속 가능한 형태의 운영"을 과제로 제기했고, 마이니치신문은 "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할 수 없다"며 현과 시가 7할 넘게 부담하는 경비의 검증을 요구했다. 아사히신문은 개막 당일 "개막 전부터 혼란이 적지 않다"고 썼고, 산케이신문은 지난해 12월 국비 지원을 "안이하다"고 비판했으나, 개막 뒤 사설은 선수 활약을 다루며 운영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선수 숙소는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가설 숙소 등 현 안팎 40곳에 흩어져 있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수송 경로는 600개가 넘는다. 경기장도 현 밖을 포함해 50곳이 넘는다. 새 시설을 짓는 부담은 줄었지만 숙소와 훈련장, 경기장을 잇는 일은 더 복잡해졌다. 문제는 시설을 나눠 쓰는 만큼 운영 체계도 그에 맞게 다시 설계했느냐는 데 있다.
대형 광고대행사의 부재는 일본 언론이 공통으로 짚는 배경이다. 도쿄올림픽의 담합·수뢰 사건으로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電通) 등이 유죄 판결과 지명정지 처분을 받았다. 아사히신문은 스포츠청의 말을 인용해 "덴쓰에 통째로 맡기지 않고도 해나갈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도쿄올림픽 이후 첫 대규모 국제대회의 사명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를 "덴쓰 부재의 산고"라고 표현했다.
경기장 설치와 운영은 프랑스계 GL이벤츠 일본 법인이 630억 엔의 수의계약으로 전부 맡았다. 무라테 사무총장은 "경기장 수가 올림픽보다 많아 일괄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외자 기업에 대한 일괄 위탁이 준비 지연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펜싱 경기장에서는 9월4일 완료 예정이던 전원 공사가 경기 이틀 전까지 늦어졌다. 북한 국가가 송출된 하키 경기장도 공사가 직전까지 이어져 국가 음원 테스트 없이 경기에 들어갔다.
업체의 국적에서 진단이 멈추면 업체를 선정하고 업무를 조정한 조직위의 책임은 흐려질 수 있다. 반대로 덴쓰가 참여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조직위에는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에서 1600명 넘는 공무원이 파견됐지만, 교도통신은 현내에 대규모 이벤트 경험자가 적다고 전했다. 오미 다카아키 사무국 차장도 9월26일 "수도 도쿄와 달리 아이치에서 종합 국제대회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도 모든 비판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9월22일 크루즈선 승선 지연이 일부 선수단의 서류 문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논란이 된 테크볼 경기장 식사는 조직위가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튿날에는 버스 변경 요청이 전날 오후 3시 마감시간을 넘겨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호텔 게시문 등을 통한 안내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를 모든 수송 문제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9월20일 결승전을 앞두고 오전 훈련을 취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배차 누락이 확인됐다. 규칙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문제와 이미 접수한 요청을 빠뜨린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현장에서 예외 상황이 생겼을 때 누가 판단하고 어떻게 처리할지, 그 절차와 권한까지 미리 정해 둬야 한다.
설명 방식도 논란이 됐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9월22일 조직위는 공식 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 뒤 별도 취재에서 설명했으며, 보도진은 해외 언론도 참여할 수 있는 자리에서 답하라고 요구했다. 26일 무라테 사무총장은 조직위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경기에 영향을 준 사안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훈련을 취소한 선수단에는 이미 준비 시간의 손실이 생겼다.
전북-서울 공동개최? 선수 동선 세심히 짜야
조직위가 사과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일본 정부의 반응은 담담하다. 개회식에는 일왕 부부가 참석했고 정부 대표는 세키 요시히로 문부과학상이었다. 가와이 준이치 스포츠청 장관은 9월27일 "이런 대회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후반은 안심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운영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각의 양해를 뒤집고 지난해 특별조치법으로 136억 엔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지역이 요구한 400억 엔 이상에는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2월 2036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신청 도시로 선정된 전북특별자치도는 최근 서울과 공동개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전북이 공동개최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문체부는 심의를 보류했고, 전북은 공동개최가 성사되지 않으면 단독개최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분산 개최에서는 시설의 수보다 선수의 실제 동선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종목별 숙소와 훈련장을 어떻게 배치할지, 이동과 예약 변경은 누가 조정할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최종 판단할지를 미리 정해야 한다. 기존 시설을 활용해 아낀 건설비만큼 수송·숙박·운영 인력에 필요한 비용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아사히신문은 아시안게임이 이대로 비대해지면 "거액을 투입할 수 있는 나라에서만 개최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고, JOC의 와타나베 모리나리 부회장은 "정치인이나 관료가 아니라 스포츠 지식이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구린 것에 뚜껑을 덮는다'는 뜻의 속담이 있다. 사과가 문제를 덮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조직위는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무엇을 고쳤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10월4일 폐막하고 18일부터 아시안패러게임이 이어진다. 한국의 올림픽 유치 계획도 경기장 목록과 비용 절감 약속을 넘어 실제 운영을 검증받아야 한다. 시스템의 완성도는 결국 선수를 제시간에 훈련장과 경기장에 도착하게 하는 데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