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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말이 전문성이 되는 세상,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쉬운정보 교육 현장

요약
  • 정보 취약계층인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어려운 정보를 읽고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 현장이 공개됐다.
  • 이들은 병원 안내문이나 의약품 정보 등 일상 속 어려운 내용을 파악하며, 발달장애인의 시선과 경험이 전문성이 되는 새로운 직무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쉬운정보②] 미디어오늘이 찾은 ‘발달장애인 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 현장
이해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정보, 필수적으로 쉬운정보 제공돼야
‘더 쉬운 카카오톡 설명서’ 등 소소한소통 협업한 다양한 쉬운 페이지도
소소한소통 역량에만 기댈 순 없어, 정부 차원 공적 쉬운정보 기준 필요
▲ 9월8일 진행된 소소한소통의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 현장. 사진 촬영에 동의하지 않은 훈련생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사진=윤유경 기자 ▲ 9월8일 진행된 소소한소통의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 현장. 사진 촬영에 동의하지 않은 훈련생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사진=윤유경 기자쉬운정보를 만드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정보를 접할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여다. 당사자가 직접 읽고 이해가 되는지 확인하면서 정보 제작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 과정이다. 당사자가 결과물만 받아보는 사람으로 위치하지 않고 쉬운정보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소소한소통 역시 발달장애인 당사자로 구성된 감수위원 '쉬우니'와 함께 소소한소통의 모든 쉬운정보 제작물을 감수하고 있다. 감수위원은 발달장애인의 시선과 경험이 곧 '전문성'이 되는 직무다. 쉬운정보의 세계에서 '모른다'는 말은 부끄러운 말이 아니라 나만의 능력이 될 수 있다.

소소한소통은 올해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을 받아 발달장애인의 새로운 직무인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를 개발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훈련생들은 교육에 참여해 주어진 정보를 읽어보거나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찾아 어떻게 하면 더 쉬워질 수 있는지 고민한다. AI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보고서로 정리하는 방법도 배운다.

소소한소통은 지난 7월부터 약 세 달간 10명의 발달장애인 훈련생들과 함께 24회에 걸친 훈련을 진행했다. 아직 개발 중인 직무이기에 교육이 끝난 후 바로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료증이 발급되고 교육에서 배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취업처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처음 취업에 도전하는 훈련생부터 직장 생활을 해본 훈련생까지 다양한 경험의 발달장애인들이 이번 교육에 참여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중 8월11일(12회차), 9월8일(20회차), 9월15일(22회차) 총 세 차례 교육에 동행해 발달장애인 훈련생들을 만났다. 교육은 매 차례 세 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사로는 소소한소통 김주영·김예림 접근성기획 파트 PM(프로젝트 매니저)이 참여했고, 서울시 미래 청년 일자리 사업을 통한 김규리·이연경 인턴이 교육에 함께했다.

▲ 9월15일 진행된 소소한소통의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 9월15일 진행된 소소한소통의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이해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더 쉬워져야 할 정보들 매 교육은 지난 시간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부터 출발했다. 지난 8월11일 진행된 12회차 교육 시간, 훈련생들은 발달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강동대 드림라이프 사회복지학과 모집요강을 살펴봤던 내용을 복습했다. 일상의 어려운 안내문을 'AI온글'에 넣어 쉬운 글로 바꿔본 후 훈련생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다. 'AI온글'은 소소한소통이 AI 전문가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 툴로, 복지· 문화·역사 등 여러 분야의 자료와 안내문을 포함한 많은 쉬운 글 데이터가 담겨있어 다양한 정보를 쉽게 바꿀 수 있다.

▲ 'AI온글'은 소소한소통이 AI 전문가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 툴로, 복지· 문화·역사 등 여러 분야의 자료와 안내문을 포함한 많은 쉬운 글 데이터가 담겨있어 다양한 정보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소소한소 ▲ 'AI온글'은 소소한소통이 AI 전문가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 툴로, 복지· 문화·역사 등 여러 분야의 자료와 안내문을 포함한 많은 쉬운 글 데이터가 담겨있어 다양한 정보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소소한소통 홈페이지 갈무리이날 수업은 '병원'을 주제로 진행됐다.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알고, 대학병원 외래입원 안내문을 읽고, 직접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해보면서 어려운 정보를 찾아보는 순서다. 병원이나 약국에 혼자 가본 적이 있는지 묻자 네 명의 훈련생이 번쩍 손을 들었다. 병원에 혼자 갔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묻자 한 훈련생은 "접수할 때 문진표나 의사 선생님이 진료에 대해 말씀하는 내용이 어려워서 이해를 잘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건강에 대한 정보는 이해하지 못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기에 더 필수적으로 '쉬운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타이레놀의 뒷면에 적힌 '의약품 정보' 사진을 놓고서도 어려운 내용을 찾아봤다. 타이레놀을 어디가 아플 때, 언제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있겠냐고 묻자 대다수 학생들에게서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용법', '용량', '사용기한' 등의 단어가 어려워 약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어도 쉽게 설명되지 않으면 자칫 약을 잘못된 방법으로 먹게돼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다수 훈련생은 의사 혹은 약사가 약을 처방할 때 구두로 설명해 준 내용을 기억해놓고 이에 맞춰서 먹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 타이레놀 뒷면에 적힌  '의약품 정보' ▲ 타이레놀 뒷면에 적힌  '의약품 정보'한 차례 쉬는 시간을 가진 뒤, 훈련생들은 세브란스 병원 이용 안내서를 읽고 어려운 정보를 직접 찾아봤다. '외래', '진료', '초진', '수납', '중대합실', '투약'… 안내서에는 어려운 말들이 천지였다. 훈련생들은 어려운 말을 찾은 뒤 그냥 '모른다'고만 말하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이해가 잘 안 된다', '설명이 필요하다' 등 더 구체적으로 어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인지접근성 테스터가 갖춰야 할 핵심 능력 중 하나다.

내 선택이 불러올 수 있는 결과도 함께 알기 지난 8월 소소한소통이 제작한 '쉬운정보 가이드라인 1.0'은 훈련생들이 모니터링 중 참고할 기준점이다. 가이드라인상 쉬운정보의 실행 원칙에는 정보를 빨리 눈으로 찾을 수 있는지를 보는 '탐색 용이성', 정보를 읽고 받아들이기까지 어려운 점이 있는지를 보는 '이해 용이성',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고 실제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는 '활용 가능성'이 있다. 9월8일 진행된 20회차 교육에서는 이중 '활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경기도 장애인 누림통장' 안내문을 쉬운 글로 바꿔봤다.

▲ 9월15일 진행된 소소한소통의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 9월15일 진행된 소소한소통의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활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선택지와 결과, 불이익·위험 인지와 대응, 도움과 다음 절차, 실수 예방과 회복 등이 있다. 이중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이에 따른 결과를 알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선택지와 결과'는 다음과 같은 예시로 설명할 수 있다.

1.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합니다. '예' 혹은 '아니오'

2. 동의하면 신청 정보를 관계기관에 제공합니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으면 신청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번 정보만 있다면 내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알 수 없지만, 2번의 정보가 함께 있다면 내 선택의 결과까지 알 수 있다.

특히 '불이익·위험 인지와 대응'은 문제가 생기기 전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대응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해야 하니까 하는 선택이 아니라, 나에게 벌어질 위험을 미리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정보다. '불이익·위험 인지와 대응'은 아래와 같은 예시로 설명할 수 있다.

1. 중도 해지 시 지원금 미지급

2. 통장을 중간에 해지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해지 전에 1544-6395로 문의하세요.

역시 1번 정보만 있다면 내 선택으로 인한 불이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2번은 통장을 중간에 해지했을 때 얻게 될 불이익과, 이에 더해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모두 알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소소한소통에 의뢰해 만든 '의약품 안전하게 사용하기' 안내문을 보면, 특정 약에 대한 설명만 있는 게 아니라 약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도 함께 설명했다. 문제를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다는 면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정보다.

▲  2025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소소한소통에 의뢰해 만든 '의약품 안전하게 사용하기' 안내문 일부 갈무리.(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2025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소소한소통에 의뢰해 만든 '의약품 안전하게 사용하기' 안내문 일부 갈무리.(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훈련생들은 경기도 장애인 누림통장 안내문을 읽으며 '활용 가능성' 측면에서 어려운 정보들을 찾아냈다. 이 통장은 적금을 넣은 돈만큼 정부에서 똑같은 액수의 돈을 넣어준다. 한 학생은 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화번호 등 중요한 내용이 안내문에 유독 작은 글씨로 써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요한 내용이라면 더 보기 쉽게 적어야 쉬운 정보다. '디딤돌씨앗통장', '청년미래적금' 등 고유명사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 훈련생도 다수였다. 특정 정책의 이름처럼 단어를 바꿀 수 없을 때에는 그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쉽게 풀어서 추가로 설명해주면 이해하기 쉬워질 수 있다.

훈련생들은 문서에서 어려웠던 정보를 기록해 AI에 넣어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했다. 소소한소통 직원들은 훈련생들이 AI에 넣을 수 있는 프롬프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내가 말하지 않은 내용을 AI가 새로 만들거나, 내 생각을 바꾸면 안 된다는 당부도 함께다. 소소한소통이 이번 교육에서 AI를 활용한 이유는 AI가 발달장애인의 보조 도구로써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발달장애인이 어려움을 겪는 표현에 대해 AI가 보조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일상화되고 있는 AI를 발달장애인 역시 하나의 수단으로 인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부족한 삶이 아니라, 가능한 삶이 되는 과정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실제 사용할 때도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생각보다 기능이 너무 많아서 어떤 기능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 없거나, 그림 아이콘만 표시돼 있다면 무슨 기능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버튼이 너무 작아서 내가 눌러야 할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을 누를 수도 있다.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다.

▲ 2025년 카카오와 소소한소통은 협업을 통해 '더 쉬운 카카오톡 설명서'라는 접근성 페이지를 만들었다. 카카오 '더 쉬운 카카오톡 설명서' 페이지 갈무리 ▲ 2025년 카카오와 소소한소통은 협업을 통해 '더 쉬운 카카오톡 설명서'라는 접근성 페이지를 만들었다. 카카오 '더 쉬운 카카오톡 설명서' 페이지 갈무리지난해 카카오와 소소한소통은 협업을 통해 '더 쉬운 카카오톡 설명서'라는 접근성 페이지를 만들었다. 발달장애인, 노인 등 카카오톡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쉬운 말과 그림으로 사용법을 설명하는 페이지다. 카카오톡을 시작하는 법, 상황별로 활용할 수 있는 법, 카카오톡에서 나와 내 정보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이 쉬운 정보로 설명돼 있다. 이밖에도 카카오는 2024년 '카카오 접근성 서포터즈'를 출범시켜 다양한 유형의 장애 당사자들에게 앱을 사용할 때 어려운 점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소소한소통의 발달장애인 당사자 직원인 이주형 브랜드&피플 파트 선임도 서포터즈로 활동 중이다.

9월15일 진행된 22회차 교육에서 훈련생들은 카카오톡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주황색 프로필은 최근 가입한 사람이고 지구본 모양까지 있으면 다른 나라에서 가입한 사람을 뜻한다. 이 경우 모르는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인 척을 하면서 나를 속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경찰이나 은행에서는 카톡으로 개인정보를 물어볼 일이 없기에, 개인정보를 묻거나 돈을 달라고 하는 메시지 역시 조심할 필요가 있다. 훈련생들은 누군가 이상한 메시지를 보냈을 때 상대를 차단하는 법도 배웠다.

"누구냐고 물었는데 답을 안 하면 바로 신고해요", "보이스피싱도 이런 수법으로 하잖아요" "모르는 사람이 저한테 카톡을 하면 너무 무섭고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아예 차단했어요" 훈련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김주영 매니저는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건 나쁜 일이 아니에요. 모든 관계를 차단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고 관계도 맺어봐야 해요.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연락와서 친해지자고 하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요"라고 차분히 일러준다. 나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며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알아둬야 하는 필수적인 정보들이다.

▲ 9월15일 소소한소통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김주영 소소한소통 접근성기획 파트 PM(프로젝트 매니저). 사진=윤유경 기자 ▲ 9월15일 소소한소통 '인공지능(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김주영 소소한소통 접근성기획 파트 PM(프로젝트 매니저). 사진=윤유경 기자현재 카카오톡 시스템에서 필요한 기능을 쉽게 찾을 수 있는지, 말과 그림의 뜻이 이해하기 쉬운지 확인해보는 시간도 이어졌다. 훈련생들은 '소소한소통' 채널을 친구로 추가하고, 채팅방에 들어가 자주 가는 장소를 보내거나 화면 캡처 기능도 사용해 보면서 어려웠던 점을 보고서에 차근차근 적어나갔다. "지도 그림이 더 알기 쉽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카카오톡 채팅방을 캡처할 때 이모티콘으로 익명화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찾기가 어려웠어요" 이날 훈련생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인지접근성 테스터 직무 모델이 실제 기업에서 사용 가능할지 자문을 받기 위해 카카오에 전달됐다. 쉬운정보가 보편화되고 하나의 직무로서도 자리할 수 있게 나아가는 한 걸음이다.

세 달간 강사로서 참여한 김주영 매니저는 인지접근성 테스터 직무가 더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지난달 29일 미디어오늘에 "이 직무가 개발되고 일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 많아졌을 때, 당사자들이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훈련이 많아지고 어려운 정보를 찾아내는 게 더 익숙해졌을 때,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새로운 삶의 차원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모른다고 말하는 건 쉬운 정보 세계 안에서는 여러분들의 능력'이라고 말하는 게 여러분의 삶이 더이상 부족한 삶이 아니라, 가능한 삶이 되는 메시지가 되고 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적인 '쉬운 정보' 기준이 필요하다 특정 단어나 맥락에 대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왜 어려운지,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지 설명하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쉬운정보를 만들기 위한 더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확립된 공통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올해 장애인일자리 사업으로 '읽기 쉬운 자료 감수원'이라는 직무가 새롭게 생겼다. 정부가 쉬운 정보 감수를 공식적인 일자리로 인정하고 쉬운 정보의 필요성이 제도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쉬운 정보에 대한 기준이 없고 제공할 수 있는 조직도 부족한 상태에서 직무부터 도입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는 책 <쉬운 정보>에서 "기준 없는 상태에서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감수의 결과로만 남겨 두면, 책임이 구조가 아니라 개인에게 이동할 위험이 있다"며 "감수가 권리를 넓히는 장치가 아니라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지금 필요한 것은 직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고 짚었다. 무엇을 쉬운정보로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적 기준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소한소통이 개발한 '쉬운정보 가이드라인'과 각종 교육은 쉬운정보를 보편화했지만, 소소한소통이라는 한 사회적기업의 역량에만 기댈 순 없다. 정보의 문턱을 낮춰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명확한 기준과 체계적인 교육 제도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쉬운 기사]

※ 이 기사는 '쉬운 글 전문 AI(인공지능) 온글'을 활용해 쉬운 글로 바꾼 뒤, 소소한소통 전문가와 발달장애인 감수위원이 함께 읽고 고쳤습니다.

<'모른다'는 말이 전문성이 되는 세상,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쉬운정보 교육 현장>

발달장애인의 경험이 전문성이 되는 일

쉬운정보를 만들 때는 정보를 이용할 발달장애인의 참여가 중요하다. 발달장애인이 정보를 직접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소한소통은 발달장애인 감수위원 '쉬우니'와 함께 쉬운정보를 확인한다. 감수위원은 정보를 읽으며 어려운 표현을 찾아낸다. 쉬운정보를 만드는 일에서 '모르겠다'는 의견은 매우 중요하다.

소소한소통은 올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을 받아 발달장애인이 '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라는 새로운 일을 만들고 있다. 인지접근성 테스터는 문서나 앱을 직접 이용해 보고 어려운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어려운 점과 그 이유를 기록하고, AI를 활용해 보고서로 정리하는 방법도 배운다. 소소한소통은 지난 7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발달장애인 훈련생 10명과 24번의 훈련을 진행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가운데 3번의 훈련에 참석해 살펴봤다.

병원과 약에 관한 어려운 정보 찾기

한 훈련에서는 병원과 약에 관한 정보를 살펴봤다. 훈련생들은 병원 안내문을 읽고, 건강검진 받을 때 작성하는 문진표*도 직접 작성해 봤다. 병원에 혼자 갔던 경험이 있는 훈련생은 이렇게 말했다.

(*문진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전에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적는 종이)

"접수할 때 쓰는 문진표와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어려워서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훈련생들은 타이레놀 포장지와 병원 안내서도 살펴봤다. '용법', '용량', '외래', '초진', '투약'처럼 뜻을 알기 어려운 말이 많았다. 약에 관한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약을 잘못 먹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병원과 약에 관한 정보는 정확하고 쉽게 알려야 한다. 훈련생들은 "모르겠다"고만 말하지 않고 무엇이 어려운지 설명하는 연습도 했다.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와 같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선택의 결과까지 알아야 한다

쉬운정보는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보를 읽은 사람이 자신에게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청서에 다음과 같은 질문만 있다고 생각해 보자.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합니까? 예 또는 아니오를 선택하세요."

이 내용만 보면 동의했을 때와 동의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설명도 함께 있어야 한다.

"동의하면 신청 정보를 관계 기관에 전달합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신청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내용과 그 결과를 함께 알아야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 훈련에서 살펴본 경기도 장애인 누림통장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은 어려운 표현이 있었다.

"중도 해지 시 지원금 미지급"

이는 다음처럼 설명할 수 있다.

"통장을 중간에 해지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해지하기 전에 1544-6395로 문의하세요."

바꾼 문장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함께 나와 있다.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그 결과를 알고 준비할 수 있다.

카카오톡을 직접 사용하며 어려운 점 찾기

앱은 기능이 너무 많거나 그림만 표시되어 있으면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버튼이 작아서 다른 곳을 잘못 누를 수도 있다. 훈련생들은 카카오톡에서 필요한 기능을 쉽게 찾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소소한소통 채널을 친구로 추가하고, 채팅방에 장소를 보내거나 화면을 캡처해 봤다. 훈련생들은 직접 사용하며 찾은 어려움을 보고서에 적었다.

"지도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더 알기 쉽게 바뀌면 좋겠어요."

"채팅방을 캡처하는 기능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이 기능을 찾기 어려웠어요."

훈련생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이 일이 실제 기업에서 필요한 직무인지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에 전달됐다.

AI는 생각을 표현하도록 돕는 도구다

훈련생들은 문서에서 찾은 어려운 부분을 적고, 그 내용을 AI에 입력해 보고서로 정리했다. AI는 훈련생이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AI가 훈련생이 말하지 않은 내용을 새로 만들거나, 훈련생의 생각을 다른 뜻으로 바꾸면 안 된다. 이 교육에서 AI는 발달장애인의 생각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더 잘 표현하도록 돕는 도구로 사용됐다.

'모르겠다'는 경험이 새로운 능력이 된다

인지접근성 테스터에게는 다른 사람이 지나칠 수 있는 어려움을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왜 이해하기 어려운지,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도 설명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이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은 이 일에서 중요한 전문성이 된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도 쉬운정보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능력이 될 수 있다. 이번 훈련을 마쳤다고 바로 취업하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소통은 훈련생이 배운 것을 활용해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을 계획이다.

일자리만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올해 '읽기 쉬운 자료 감수원'이라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다. 발달장애인이 쉬운정보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 어떤 정보를 쉽게 만들어야 하는지, 쉬운정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정해진 기준이 없다. 발달장애인이 이 일을 배우거나 연습할 곳도 부족하다.

방법을 정하지 않은 채 발달장애인에게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잘못 만든 자료의 책임이 발달장애인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고 교육하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소한소통은 '쉬운정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교육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한 사회적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도 쉬운정보를 만드는 방법을 정하고, 발달장애인이 이 일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기업은 발달장애인의 의견을 받아 정보를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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