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유기동물이 새로운 가정에 적응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초기의 경계심이나 행동 변화를 문제로 단정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
반가운 소식은 또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그해 발생한 유실·유기동물은 10만6824마리로 전년보다 5.5% 줄었다. 5년 연속 감소세다.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동시에 버려지는 동물 자체도 줄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변화가 이어진다면 ‘유기동물 안락사 제로’ 사회가 실현 불가능한 꿈만은 아닐 테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2025년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10명 중 2명은 반려동물 파양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행동 문제였다. 심한 짖음이나 공격성, 과도한 분리불안 등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을 주고 결국 파양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숨어 있고 짖어도 적응 과정반려동물이 행동 문제를 보이는 데는 유전적 성향과 사회화 시기, 성장기 경험 등이 영향을 미친다. “푸들은 분리불안이 심하다” “치와와는 성격이 사납다” 같은 속설도 품종에 따른 유전적 성향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강아지는 생후 3~12주, 고양이는 생후 2~8주 무렵 성격 형성에 중요한 사회화 시기를 맞는다. 이때 어미나 보호자의 따스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 두려움과 경계심이 남을 확률이 높다. 성장기에 방치나 트라우마를 겪은 개체는 성장 후 두려움이 많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유기를 경험한 동물은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되기 전까지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커 어린 동물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런 적응 과정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3-3-3 규칙’을 소개한다. ‘3일의 긴장 완화, 3주의 적응, 3개월의 안정화’를 뜻하는 이 규칙은 유기동물이 새로운 가정에 적응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입양 후 첫 3일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시기다. 밥그릇 앞에서 냄새만 맡고 돌아서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구석 또는 캐리어 안에 웅크려 있고, 이름을 불러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곤 한다. 낯을 가리거나 보호자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긴장 반응이다. 이때는 무리한 접촉 또는 강압적인 산책 같은 새로운 자극을 주기보다 조용한 방 한 칸과 편안한 담요 등으로 작은 안전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
다음 3주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몸으로 익히는 시기다.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산책 코스나 화장실 위치를 익히며, 보호자가 현관에 들어서면 짧게나마 반기는 기색을 보인다. 동시에 짖음이나 배변 실수, 낯선 소리에 대한 과민 반응처럼 이전에는 잘 안 보이던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긴장이 풀리면서 본래 습관이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때부터 짧은 훈련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 규칙을 하나씩 알려주면 좋다.
적응에 6개월~1년 걸릴 수도반려동물의 본래 성격은 입양 후 3개월이 지나야 충분히 드러난다. 얌전한 줄 알았던 동물이 활발하게 장난을 걸어오거나, 반대로 처음엔 활기차 보이던 동물이 차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보호자를 따라다니며 곁을 지키거나, 낯선 사람에게 눈치를 보지 않고 다가가는 등 깊어진 유대감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힘든 과거를 겪은 동물이라면 이 과정이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초기의 짖음이나 경계심을 실패 신호로 여기고 성급하게 파양을 고민하기보다 정상적인 적응 과정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 뒤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입양 초기 48시간 넘게 음식을 거부하거나 기침 또는 구토·설사가 이어지고 극심한 무기력 증상이 나타난다면 적응 스트레스로 넘기지 말고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입양 후 3개월이 지나도 불안이나 공격성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면 수의사 또는 훈련사와 상담해 해결 방안을 적극 찾아보자.
유기동물 입양을 돕는 제도도 개선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을 개정해 입양을 희망하는 동물을 최대 10일간 집으로 데려가 함께 생활해볼 수 있는 예비입양제도를 도입했다. 정식 입양에 앞서 성격과 행동 특성, 가정환경과의 적합성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충분히 교감한 뒤 입양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자체에 따라 유기동물 입양 시 예방접종·중성화 수술비, 동물등록비 등을 일부 지원하는 사업도 있으니 입양을 고민 중이라면 확인해보자.
동물병원에서도 유기동물을 입양해 데려오는 보호자가 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아직 사람의 손길을 낯설어하는 동물을 정성껏 보살피는 보호자를 볼 때면 수의사로서도 그 헌신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시간이 흘러 몰라보게 달라진 동물을 마주할 때는 돌봄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기도 한다. 유기동물 입양은 한 생명에게 다시 가정을 찾아주는 일인 동시에 한정된 보호소의 자원과 공간을 다른 생명을 위해 비워주는 일이기도 하다. 충분한 준비와 가족 간 합의 없이 입양할 경우 모두가 힘들어진다. 입양 과정에 어려움이 생겼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자.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유기동물이 새로운 가정에 적응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초기의 경계심이나 행동 변화를 문제로 단정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