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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명 몰린 ISA…증권사 웃지만 ‘속 빈 계좌’ 숙제

요약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증권사의 핵심 자산관리(WM)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 그러나 치열한 고객 쟁탈전에도 불구하고 신규 자금 유입과 장기 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질적 성장이 과제로 지적된다.
10년 만에 1000만명…성인 4명 중 1명 ‘ISA족’
증권사 WM ‘관문 계좌’로…고객·자산 유치전 격화
사진은 서울 한 증권사 지점 앞에 붙은 ISA 광고 모습. [사진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한 증권사 지점 앞에 붙은 ISA 광고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국민 4명 중 1명이 가입할 정도로 대중화되면서 증권사에는 고객을 장기간 묶어둘 수 있는 핵심 자산관리(WM)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다만 계좌 수가 빠르게 늘어난 것과 달리 실제 신규 자금 유입과 장기투자 확대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두고서는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ISA 가입자는 1005만명, 가입금액은 7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만 19세 이상 성인 인구 4407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성인 4명 가운데 1명가량이 ISA 계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제도 도입 10년여 만에 대표적인 절세 투자계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ISA는 예·적금부터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국내 상장주식 등을 하나의 계좌에서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은 것은 2021년 투자중개형 ISA가 도입되면서다. 국내 상장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 중심이던 ISA 시장의 무게중심도 증권사로 이동했다. 최근 국내 증시 강세와 ETF 투자 저변 확대 역시 중개형 ISA 성장에 힘을 보탰다.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전도 한층 거세졌다. 신규 계좌 개설 고객에게 투자지원금이나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른 금융회사에서 ISA를 옮겨오는 고객을 대상으로 별도의 혜택을 내걸며 자산 이전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ISA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히 주식 거래 수수료 때문만은 아니다. 일정 기간 자금을 운용해야 절세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ISA의 특성상 한번 확보한 고객과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구축하기 쉽다. ISA를 시작으로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펀드 등으로 거래를 확대할 수 있어 WM 고객을 확보하는 일종의 ‘관문 계좌’ 역할도 한다.

서울 한 마트 광고판에서 증권회사 ISA 광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한 마트 광고판에서 증권회사 ISA 광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계좌 이동만으론 한계…신규 자금 유입이 관건

문제는 치열해지는 고객 유치전이 곧바로 ISA 시장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ISA 이전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기존 가입자가 A증권사에서 B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면 B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과 자산이 늘어나지만 ISA 시장 전체로 보면 기존 자금의 이동에 불과하다. 금융회사 사이의 ‘고객 쟁탈전’과 시장으로 들어오는 ‘신규 머니무브’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가입자 수에 걸맞은 자금이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ISA는 계좌를 개설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자산형성 효과가 발생하는 상품이 아니다.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자금을 납입하고 주식이나 ETF, 펀드 등 금융상품을 운용해야 세제 혜택과 장기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입자 1000만명이라는 숫자와 함께 실제 납입액과 운용자산, 장기 보유 비중 등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빠르게 달라진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와 ISA의 투자 범위 사이에도 간극이 존재한다. 해외주식 투자가 개인투자자의 핵심 투자처로 자리 잡았지만 현행 ISA에서는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이나 ETF를 직접 거래할 수 없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지수 추종 ETF 등을 활용해야 한다. 투자자의 자산 배분 범위가 국내에서 해외로 빠르게 넓어지는 상황에서 ISA의 투자 선택권 역시 이에 맞춰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불거진 제도 개편 논란은 시장의 또 다른 변수다. 정부는 세제개편 과정에서 ISA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사용하지 않은 납입한도의 이월을 막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안에서는 이를 철회했다. 시장에서는 ISA의 장기투자 취지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장기 고객 확보를 전제로 ISA 사업을 확대해온 증권사에는 계약기간과 납입한도 변경 여부가 상품 전략과 고객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해외 주요국은 오히려 세제혜택 계좌의 장기투자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일본은 2024년 NISA 제도를 개편하면서 장기 적립투자를 위한 ‘적립투자 부문’과 개별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성장투자 부문’을 함께 활용하도록 했다. 비과세 보유기간도 무기한으로 바꿨다. 영국 역시 연간 납입한도 안에서 다양한 유형의 ISA를 활용하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선 증권사 간 기존 고객 이동에 머무르지 않고 신규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장기투자에 유리한 세제와 상품 구조를 갖춰야 1000만 계좌 이후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가 증권사의 핵심 고객 확보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금융회사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계좌 수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 실제 납입과 장기 운용을 유도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투자 선택권을 강화하고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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