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V.[사진=현대차][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2000만원대 전기차를 앞세워 가격 승부에 나섰다. 엔트리 트림은 2000만원 초반부터 시작하고 최상위 트림도 한정 혜택을 적용하면 2600만원대다. 국내에서 신차 고급화와 상품성 강화를 거치며 차량 가격대가 높아지는 것과 다른 행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최근 중국 전용 전기 세단 ‘아이오닉 V’를 정식 출시했다. 아이오닉 V는 ‘540 프로(Pro)’부터 최상위 ‘650 맥스 플러스(Max+)’까지 총 5개 트림으로 구성됐다.
베이징현대가 제시한 권장소비자가격은 10만9900위안부터 13만9900위안이다. 한화로 약 2200만원부터 2800만원 수준이다. 최상위 트림을 선택해도 차량 가격이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출시와 함께 한정 혜택까지 적용하면서 실제 구매 가격은 더 낮아졌다. 한정 혜택가는 9만9900위안부터 13만1900위안이다. 한화로 약 2000만원 초반부터 2600만원대다. 트림에 따라 정상 가격보다 8000위안 또는 1만위안 낮췄다.
엔트리급뿐 아니라 최상위 트림에도 할인 혜택을 적용한 셈이다. 540 프로는 권장소비자가격 10만9900위안에서 한정 혜택가 9만9900위안으로 낮아진다. 최상위 650 맥스 플러스 역시 13만9900위안에서 13만1900위안으로 내려간다.
지난 8월 청두 모터쇼에서 진행한 사전판매와 비교하면 가격 문턱은 더 낮아졌다. 당시 베이징현대가 공개한 3개 트림의 시작 가격은 11만9900위안이었다. 정식 출시에서는 540 프로와 장거리형 650 맥스를 추가했다. 기본형 신설과 할인 혜택이 맞물리면서 진입 가격은 사전판매 당시보다 2만위안 약 400만원 낮아졌다.
아이오닉V.[사진=베이징현대 사이트]◆ 가격 경쟁 치열한 中 전기차 시장…현대차도 몸값 낮췄다
현대차가 가격까지 낮춘 데는 그만큼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배경이 있다. BYD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기존 가격대를 고수해서는 중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 셈이다.
특히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단순히 가격만 낮춘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현지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긴 주행거리와 첨단 소프트웨어까지 앞세우면서 소비자 눈높이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V를 중국 전용 모델로 별도 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오닉 V에는 중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현지 기술을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바이두 ‘어니봇’과 바이트댄스 ‘더우바오’ 등 인공지능(AI) 모델을 적용했다. 중국 자율주행 업체 모멘타와 손잡고 고속도로 내비게이션 연동 주행 보조·도심 기억 경로 주행 보조·주차 보조 기능도 넣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기존 현대차에 일부 사양만 바꿔 내놓는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마케팅 방식도 달라졌다. 베이징현대는 중국 배우 겸 가수 판청청을 브랜드 모델이자 아이오닉 V의 ‘1호 차주’로 내세웠다. 가격부터 기술·마케팅까지 중국 소비자에 맞추면서 현대차가 현지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 업체들과 정면 경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한국선 '국민차'도 비싸졌다…아반떼 4000만원 육박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가 펼치는 전략은 사뭇 다르다. 최근 완전변경과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첨단 편의·안전 사양을 확대하고 상품성을 높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차 가격도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현대차가 지난 8월 출시한 8세대 아반떼는 가솔린 기본 모델이 2398만원부터 시작한다. 하이브리드는 3042만원부터다.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은 가솔린 3152만원·하이브리드 3699만원이다. 선택 사양을 모두 더하면 가솔린은 3800만원대·하이브리드는 4300만원대까지 올라간다. 중국에서 전기차를 2000만원 초반부터 판매하고 최상위 트림까지 2000만원대에 묶은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물론 아이오닉 V의 중국 판매가격을 국내 현대차 판매가격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오닉 V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용 모델이다.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데다 현지 업체와 공동 개발한 기술도 대거 적용했다. 생산 방식부터 부품 조달 구조까지 국내 판매 차량과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엔트리급뿐 아니라 최상위 트림까지 2000만원대 가격을 책정한 점은 현대차가 중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정식 출시 과정에서 기본형을 추가하고 별도 할인까지 적용해 진입 가격을 400만원가량 낮췄다. 수익성보다 판매량 회복에 무게를 둔 전략으로 읽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에서는 CATL의 LFP 배터리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 생산까지 현지에서 이뤄져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며 “인건비 역시 국내보다 낮기 때문에 아이오닉 V와 같은 차량을 2000만원대에 내놓을 수 있는 생산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는 높은 생산비 때문에 중저가 모델을 만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을 들여오는 데도 제약이 있다 보니 결국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과 디자인·상품성이 좋은 차량이 있어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