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인지기능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천천히 저하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집에 돌아왔을 때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강아지, 옆자리에 슬며시 다가와 몸을 기대는 고양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에게 이들과 나누는 교감은 일상의 한 부분이다.
이런 관계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람의 뇌 건강과도 연관이 있을까. 최근 연구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인지기능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천천히 저하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반려동물에서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고기나 새를 키우는 경우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 18년 살펴보니…개·고양이 키운 사람 인지 저하 느렸다
아드리아나 로스테코바 스위스 제네바대 심리학과 연구원팀은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반려동물과 인지기능 변화의 관계를 살펴봤다. 연구결과는 2025년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공개됐다.
연구팀은 유럽의 대규모 고령화 연구인 ‘유럽 건강과 은퇴 조사(SHARE)’의 18년치 데이터를 활용했다. 단순히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여부만 비교한 것이 아니라 개, 고양이, 물고기, 새 등 어떤 동물을 키우는지에 따라서도 인지기능 변화에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들보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느렸다. 생성형 AI 제작 그 결과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들보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느렸다. 반면 물고기나 새를 키우는 사람들에게서는 같은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물고기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아 사람과 오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고, 새의 경우 소음이 사람의 수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개·고양이와 다른 결과가 나타난 이유에 대한 연구진의 추정이다.
또 다른 단서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앞선 연구에서는 사람이 개와 상호작용할 때 뇌 전전두엽의 활동이 증가하고 주의력이 강화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고양이와 상호작용할 때도 전전두엽 피질과 하부 전두엽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처럼 개와 고양이와의 지속적인 교감과 사회적 자극이 인지기능 변화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호작용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쳤는지까지는 확인하지 않아, 그 연결고리를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 가족·친구와는 또 다르다…반려견이 주는 ‘관계’
사람에게 개와의 관계는 어떤 의미일까. 에니코 쿠비니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 교수 연구팀은 반려견을 키우는 717명을 대상으로 반려견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결과는 2025년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반려견뿐 아니라 자녀, 연인, 가까운 친척, 가장 친한 친구와의 관계를 평가하도록 하고 동반자 관계와 친밀감, 신뢰도, 만족도, 권력 균형 등 모두 13개 항목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반려견은 ‘동반자 관계’와 ‘돌봄 필요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애정 표현과 신뢰도, 심리적 지지에서도 친한 친구나 가까운 친척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친밀감에서는 연인과의 관계가 가장 높았다. 반려견과의 관계에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 갈등이나 부정적인 경험도 적게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를 반려견과 인간의 관계가 갖는 독특한 특징으로 해석했다.
그렇다고 반려견이 친구나 가족을 대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팀은 반려견과의 유대가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얻기 어려운 특성과 감정을 제공하면서 사회적 관계망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에게는 놀이 친구가 되고,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함께 생활하는 동반자가 되며, 노년기에는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연구는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단순한 ‘키우는 동물’을 넘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중요한 건 ‘키우는 것’보다 ‘관계’일까
두 연구를 함께 보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개와 고양이를 키운 사람에게서 인지기능 저하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것은 단순히 집 안에 동물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동물과 관계를 맺고 교감했기 때문일까. 현재 연구만으로 답을 확정할 수는 없다.
특히 반려견과 인간관계의 만족도를 비교한 두 번째 연구는 개·고양이 양육자의 인지기능 저하가 느린 이유를 직접 조사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두 결과를 연결해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뇌 노화를 늦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연구는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단순한 ‘키우는 동물’을 넘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매일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고 돌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관계가 사람의 삶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앞으로 더 살펴볼 문제다. 반려동물과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한 생명체를 돌보는 것뿐 아니라 오랜 시간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참고자료
doi.org/10.1038/s41598-025-03727-9
doi.org/10.1038/s41598-025-95515-8d